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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심리전과 선전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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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에 잇따라 뿌려진 북한의 대남 선전용 전단(삐라)이 관악산과 서울대 캠퍼스와 인근 관악산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발견된 북한 전단(추정).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주민은 외부소식을 듣는 경로가 DVD 녹화기가 가장 높고 그다음 단파 라디오, 각종전단지, 한국 텔레비젼, USB 등으로 얻는다고 합니다. /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남쪽을 향해 삐라를 뿌리는 사람들은 “이 삐라를 받으면 남쪽이 흔들릴 것이다”고 확신하고 있을까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한 매체에서는 연일 한국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라 한국에서는 작년 8월 말 이후 중단했던 대북심리전 방송을 시작하고 북한에서도 휴전선 지역에서 대남심리전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의 심리전과 선전문장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남북한 쌍방은 휴전선 일대에서 확성기방송을 통한 선전전을 하고 있지요. 이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심리전의 일종이지요. 확성기 방송도 처음에는 북한이 우세했지요. 북한은 1950년대부터 휴전선 일대에서 대남확성기방송을 통해 사회주의 낙원으로 전변한 북쪽으로 오라는 선전전을 시작했지요. 하지만 1970년대가 되면 전력이 풍부한 한국이 북한 확성기방송을 제압하고 말았지요. 작년 8월 북한 쪽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온 힘을 기우려 얻어내려고 한 것도 이를 증명하지요. 한국의 대북 확성기방송이 두려웠는지 북한에서는 한국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습니다. ‘얼뜨기’, ‘지랄발광증’, ‘얼간 망둥이’ 등 온갖 욕설로 대응합니다.

남북한 간의 심리전은 분단 후부터 시작되었겠지만, 휴전 후부터 더 격화됐겠지요.

임채욱 선생: 심리전 방식이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부터 나타났지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있었던 심리전 사례 한 가지부터 말씀드릴까요? JSA에 있는 유엔 측 막사와 공산군 측 막사 지붕에 비둘기가 날아드는데, 글쎄 공산 측 막사 지붕으로 더 많은 비둘기가 날아들었답니다. 이에 공산 측 대표는 비둘기도 평화를 중시하는 쪽을 알아낸다면서 유엔 측을 공박했지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일에도 질 수가 없었던 유엔 측에선 비둘기 전문가 도움을 받아서 비둘기가 밝은색을 더 좋아하는 습성을 가졌음을 알고는 곧 지붕을 공산 측보다 더 밝게 칠했다고 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안 지려는 선전전이었지요.

평화이미지 내세우기 심리전 사례군요. 또 다른 사례가 있으면 소개 좀 해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대성동 마을의 국기 높이 달기 경쟁을 이야기해 볼까요? 판문점에서 좀 떨어진 비무장지대 안에는 유엔 측이 관할하는 대성동 마을과 공산 측이 관할하는 기정동 마을이 있지요. 이 두 마을은 6. 25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 군내면 조산리 지역으로 서로가 1. 8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지요. 한 마을이라 해도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죠. 그러나 휴전 후 각기 다른 체제에 속한 땅이 돼버리지요. 그러다가 보니 은연중 체제경쟁의 전시장이 돼 갔지요. 서로가 집을 잘 지으려고 했고 학교를 세우고 생활의 풍족함을 나타내려 했지요. 어느 해 북쪽 기정동 마을에서 그때까지 사용하던 깃대보다 훨씬 높은 30미터 높이의 깃대가 세워져서 남쪽에서 인공기가 잘 보이게 매달았지요. 얼마 뒤 남쪽 대성동 마을 깃대도 대성동보다 18미터 더 높게 세웠지요. 그러자 북쪽에서는 80미터짜리가 세워졌고 그 뒤 다시 99.8미터짜리가 세워졌고 몇 달 뒤 158미터짜리가 세워졌지요. 이 경쟁은 대성동에서 그 이상 높이 세우지 않아 14년 만에 끝났지요.

대북방송심리전으로 외부소식을 듣고 탈북하는 사례도 많지요?

임채욱 선생: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북한주민은 외부소식을 듣는 경로가 DVD 녹화기가 가장 높고 그다음 단파 라디오, 각종전단지, 한국 텔레비젼, USB 등으로 얻는다고 합니다. 단파 라디오 방송은 KBS 한민족방송, RFA 자유아시아방송, VOF자유의 소리, VOA 미국의 소리, 그밖에 자유조선방송, 자유북한방송 등의 순서로 들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민간인들이 풍선에 전단지나 물품을 담아서 북으로 날려 보내는 것도 심리전의 일종이겠죠?

임채욱 선생: 이른바 물포라고 해서 민간에서 대형풍선에 전단지와 영화를 담은 USB, 초코파이 같은 먹거리를 넣어 날려 보냅니다. USB에는 김정은을 암살하는 내용의 미국영화 ‘더 인터뷰’ 같은 것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물포 활동에는 북한에서 탈북한 인사들이 실행하는 게 많은데 이는 그들이 북한에서 실제로 한국의 대북방송을 듣거나 물포에서 나온 물건들을 접했던 것 때문에 이러한 활동을 결심한 것이지요.

남북한 접촉지대인 개성공단에서도 쌍방은 심리전 같은 것을 했을 수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그곳에서야 드러내놓고 하지 못하지만 은근하게 전개됐겠지요. 이런 예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근로자들이 화장지나 비누를 몰래 가져 가지만, 한국 기업체에선 모른 체 했다는군요. 북한근로자들이 질 좋은 한국제품을 느끼게 하려는 것이죠. 초코파이 같은 먹거리도 제공하는 이유가 있었겠지요. 보이지 않게 그 영향력이 미치자 북한당국이 그걸 막으려고 대체물품까지 만들어 냈잖습니까?

북한과 한국의 선전전에서 쓰는 문장의 특색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공산주의에서 혁명의 3대 전술이 뭡니까, 조직, 투쟁, 선전선동 아닙니까. 그러니까 선전, 선동을 잘하기 위한 노력을 엄청나게 기울이지요. 북한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선전선동 부문에 망라되지요. 선전문들이 아주 그럴듯합니다. 속담이나 비유를 잘 쓰기도 하는데 가령 ‘족제비도 낯을 붉힐 추태’ ,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 ‘처마 끝의 붉은 댕기 보고 불이야 하는 격’, ‘소가 웃다가 꾸러미가 터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설렁탕집의 소대가리는 물론, 보신탕집의 개대가리까지 웃을 노릇이 아닐 수 없다’ , ‘까마귀 하루아침에 아흔아홉 가지 소리한다고’, ‘논에서 숭늉 얻어 마신다’, ‘자루 속에 든 송곳은 감출 수 없다’ ,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한다’, ‘5, 6월 개구리처럼 전쟁을 합창하고 있다’ , ‘햇빛을 철망으로 가리워 보려는 수작’, 이런 등등의 말들을 대남 선전문에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 비하면 한국에서 쓰는 선전전 문장은 너무 밋밋하고 점잖다고 말해야 할 정도죠.

얼마 전 브라질 올림픽 여자축구 출전권을 다투는 아시아지역 예선전에서 한국여자팀과 북한여자팀은 1대1로 무승부를 냈습니다.(2월 29일) 스포츠 경기에서도 이기기 위한 심리전은 치열하겠지요?

임채욱 선생: 스포츠경기에 나서는 북한선수들이 하는 맹세가 있잖습니까?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주입하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북한 여자축구선수들은 이런 사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고 하죠. 그간 북한과 한국이 대결한 많은 경기에서 북한 측이 벌인 심리전은 대단했지요. 가장 유명했던 것이 도꾜올림픽 출전권을 위해 남북한 배구팀이 프랑스 상디에란 곳에서 시합할 때인데, 남자팀은 한국이 승리했지만 여자팀은 북한이 승리를 했죠. 이때 시합장이 아주 험악했지요. 기어이 이겨야 하는 북한선수단으로서는 시합 중인 한국여자 선수들에게 욕설에 가까운 말로 위협하기도 했죠. “미국놈 거 얻어 처먹고 저리 살쪘다”니 하는 욕설은 점잖은 편이었지요. 심리전은 선전전이지만 보이지 않는 비수를 품고 있는 선전전이지요. 그래서 댄스 하자고 얼싸안고 도는 동안 상대방을 유도하듯이 넘겨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지요. 5월에 있을 북한 노동당대회 때까지는 쌍방이 심리전에 힘을 많이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자 출신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가 지난 1월 자유아시아방송 주성하의 서울살이 프로그램 시간에 ‘북한의 심리전 삐라 살포를 보며’제목으로 방송한 내용 함께 들어봅니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남쪽이 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여기 확성기는 성능이 좋아서 북한 민경들이랑 1제대 군인들은 내용을 잘 들을 겁니다. 북한이 이에 대한 보복인지 1월 12일 밤부터 남쪽에 삐라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대형 풍선에 삐라 뭉치를 매달아 남쪽에 살포하는데, 겨울은 북에서 남으로 바람이 부는 계절이라 서울 북부까지 도달합니다. 내용을 보면 진짜 정말 북한스러웠습니다.

“우리의 존엄을 건드린 자들에게 차례질 것은 무자비한 보복”이라느니 “백두산 총대는 빈말을 하지 않는다”느니, “함부로 짖어대면 무자비하게 죽탕쳐 버릴 것”이라느니 하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북한의 선전물 문구를 그대로 따서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궁금합니다. 과연 남쪽을 향해 삐라를 뿌리는 사람들은 “이 삐라를 받으면 남쪽이 흔들릴 것이다”고 확신하고 있을까요. 그들도 뭔가 북한이 잘 산다고 지어내서 심리전을 하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생각해봐야 북한 입장에서 뭘 넣으면 좋을지 답을 못 찾겠습니다. 자기들도 그런 것을 아니까 협박만 넣는 것 아닌가 봅니다.

가령 북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아무리 떠들어봐야, 또 김정은이 위대하다고 선전해봐야 여기선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해 북한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잘 압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하는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 잘 알죠. 과거 1980년대엔 북한의 실정을 잘 모르니까 대학가에서 주체사상파니 뭐니 생겨났는데 이제는 절대 생겨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사정을 남쪽이 손금 보듯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