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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욕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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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그렇지요. 원쑤를 단죄하는 글은 증오에 찬 말로 꾸며야 한다든가, 미제를 때리는 글은 증오에 차야 한다고 말하죠. /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 1월 1일 양강도 삼수군 포성역에서 김정은을 비하하는 낙서가 발견돼 지금까지도 필체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욕설에 가까운 험한 말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이고, 북한에선 연일 남쪽을 향해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의 욕설문화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욕설도 문화인가? 누구는 그렇다고 하고, 누구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흔히 하는 말이 있지요? 신이 자연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문화를 만들었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신이 만든 것 외에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욕설도 사람이 만들었으니까 문화임에 틀림이 없겠군요.

 

한국에서 총선정국에서 오고가는 욕설들을 한 번 들어볼까요?

 

임채욱 선생: 뭐 술김에 했다고는 하지만 한 여당 국회의원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자기 당 대표를 지목해서 “죽여 버려” 같은 험악한 말을 했다는 것이죠. 이 말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공천에서 탈락했군요. 지금 한국사회에는 독설도 흔하고 짜증 섞인 말투, 욕설로 채워진 말투가 온 사회에 꽉 차있는 것 같기도 하죠. 무엇보다 인터넷에도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지요. 심지어는 학자들의 토론회에서도 욕지거리 수준의 말들이 나온다는 거예요. 인간관계의 기본은 남에 대한 배려인데 요즘 한국사회에선 그런 것들이 잘 안 보이네요.

 

정치인들이야 그렇다고 치고 지식인 사회에서도 욕설이 있다니 놀라운데요?

 

임채욱 선생: 꼭 욕설을 해서가 아니라 토론을 할 때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없이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는다든가, 상대방 토론을 바르게 들으려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죠. 이런 행태들이 욕지거리 수준이죠.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부터 심해졌는데, 이 시기 지식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평가지만 대중화가 아니라 사실은 지식의 저속화가 이뤄진 것이지요. 지금 한국의 SNS 상에서 보이는 욕설도 다 지식의 저속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봅니다. 어떤 인터넷통신 서비스에선 욕설이나 음란대화를 나누는 회원은 아이디를 공개하겠다는 경고를 내기도 하는군요.

 

지식인의 토론문화 저질화 현상에는 이데올로기적인 대립도 한 몫 했을까요?

 

임채욱 선생: 그런 면이 있지요.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지식인이나 좌파성향의 지식인들이 특히 특정계층을 편든다든가, 특정 이념을 위해 과격한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아주 공격적인 언사를 쓴다든가, 기성의 권위를 무시하려 덤비면서 자기들은 진보적이라고 하죠. 진정한 진보는 자유와 권리를 받으려고 투쟁하는 것을 말하는데, 요즘은 민중 편에 서서 무조건 포플리즘적 입장만 취하면 진보적인 인사로 치부되죠.

 

욕에도 정도(正道)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욕과 정도의 관계는 어떻게 되지요?

 

임채욱 선생: 중국 속담에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도 혀보다 빠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한 번 뱉은 말은 빨리 펴져 버린다는 것이죠. 그러니 말 한마디 하더라도 조심해서 하라는 것이죠. 하지만 욕먹어도 싸다고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긴 있죠. 이런 경우 욕하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욕먹어도 싼 사람을 탓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요. 경우 없이 잘난 체하고 염치없이 지체가 높고 의리는 없는데도 점잖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보다야 욕하는 사람이 더 옳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때도 욕을 점잖게 하면 더 좋은 것이죠. 욕을 점잖게 할 수 있는가요? 이에 해당하는 영국수상 처칠의 욕이 있습니다. 처칠은 자기를 반대만 하는 한 국회의원을 두고 점잖게 이렇게 말 했지요. ”그분께서는 유감스럽게도 그가 말하는 사실을 진실과 일치시키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결국 그가 거짓말쟁이란 것을 지적한 것이지요. 욕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쌍스러운 육두문자를 써야만 되는 것이 아니죠.

 

그럼 이번에는 북한의 욕설문화를 볼까요? 탈북자 말에 따르면 직장이나 군대에서도 규정이나 규범을 벗어난 행위에 대해서는 심한 쌍욕이 돌아오는 것은 물론 일상적으로도 욕설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임채욱 선생: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한 면은 있겠지요. 북한에서도 겉으로 나타나는 공식적인 면에서야 말을 아름답게 쓰도록 교육시키지요. “야 정말 재미나 죽겠네”, “야 고거 참 고와 죽겠다야”에서처럼 ‘죽겠다’는 말을 두고도 이런 말은 될수록 쓰지 말고 언어사용에서 문화성을 높이라고 가르치는데 항차 욕이야 정말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당연히 가르치지요. 하지만 교육현장과 달리 현실에서야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을 너무나 익숙하게 볼 수 있죠. 장성택에 대한 북한주민의 공개적인 욕설을 볼까요?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쓰레기 장성택은... ”하는가 하면 “갈기갈기 찢어서 역사의 오물 장에 내동댕이 쳐야한다”는 표현도 나왔지요.

 

대남관계에서는 공공연히 욕설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원쑤를 단죄하는 글은 증오에 찬 말로 꾸며야 한다든가, 미제를 때리는 글은 증오에 차야 한다고 말하죠. 말하다는 지껄이다로 표현하고 얼굴은 낯짝이나 상판대기, 입은 주둥아리, 아가리, 배는 배때기로 표현하듯이 줴치다, 씨벌이다, 뇌깔이다, 넋두리를 하다, 입방아를 찧는다, 나발을 분다, 주둥아리를 나풀거린다 같은 나쁜 단어를 쓰라고 유도하죠. 실제로 이런 표현들로 지은 시도 있습니다. 백인준이란 사람이 있는데, 김정일이 영화를 만들려고 할 때 온몸을 바쳐 도왔던 사람이지요. 나중에 문예총위원장이 됐는데 이 사람이 쓴 시를 보면 미국에 대해서 ‘세기의 강도단’, ‘죽어가는 아메리카, 병든 아메리카’, ‘께근한 새끼’, ‘미국 짐승들’, ‘월가의 양키’, ‘미제승냥이’, ‘나체의 왕국’, ‘인간 추물들’ 등등 온갖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지요.

 

지금 대남관계 기사가 욕설로 도배된 듯한 것은 이런 배경을 가졌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최근 북한은 한국대통령에 대해서 갖은 욕설을 퍼부어대고 있지요. 가령 ‘박00패당’이니 ‘청와대 촌닭’이니 하는 표현은 점잖은 편이고 ‘희세의 요물’, ‘정치매춘부’니 ‘늙마에 잔뜩 바람난 암캐’, ‘우매함과 저능함에서 따를 자 없는 늙다리 할미’같은 욕설을 들으면 과연 이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신문의 표현인가 싶지요. 대통령을 향한 욕설뿐 아니라 대남관계 전반에 걸쳐 욕설로 도배를 하고 있지요.

 

한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 청와대나 공식 기구에선 대응을 하지 않죠. 다만 민간단체들이 나서서 북한의 이른바 ‘최고 존엄’을 욕하지요. 월도피스 자유연합 등 민간단체들에서 “김정은 꽃돼지 정신 나간 헛소리 못하게 주둥아리를 인두로 지져놓아야 한다”라고 고함을 치고 있지요.

 

욕설의 긍정적 기능은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욕설을 심리적 설사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 여러분도 욕을 퍼붓든가 마음속에서라도 욕을 하고 나면 좀 편해지는 경우가 있지요? 욕을 못하게 막을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욕을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럼 어떤 게 제대로 된 욕일까요? 한마디로 유모어를 주고 여유를 가져온다면 나쁘지는 않은 욕이 되겠지요. 앞에서 말했듯이 처칠이 말한 것처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욕은 괜찮은 욕이겠죠. 욕은 세상의 모든 무거운 것을 가볍게 만드는 기능이 있기도 하고 카타르시스 역할을 하고 있어 부당한 억압에 대해 욕도 못하면 자유를 잃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 약자가 강자에게 하는 욕, 정치적 자유를 주장하는 욕들은 하게 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정도를 넘으면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과잉일 것입니다.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비난하는 낙서(삐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기관이 몇 달째 조사하고 있지만 범인의 윤곽도 잡지 못한 채 각종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로 함께 듣습니다.

 

3월 22일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 1월 1일 양강도 삼수군 포성역에서 김정은을 비하하는 낙서가 발견돼 지금까지도 필체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삐라는 평양을 오가는 급행열차가 지나는 포성역의 김일성 초상화 밑에 붙여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다른 사건이라면 몰라도 김정은 비난 낙서사건은 조심스러워 이제야 전하게 되었다”면서 “설날에 발견된 낙서는 먹물 글씨였는데 ‘김정은 개새끼’라고 쓰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1월1일 포성역에는 신년행사로 많은 주민이 동원되었기 때문에 사건소식이 전국에 퍼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설날 삐라사건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농장과 광산노동자구에 거주하고 있는 2만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필체조사를 진행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삐라(낙서)사건이 양강도 삼수군 포성역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면서 “최근 평양과 사리원, 평성과 함흥, 청진 일대에서도 사법당국의 철저한 필체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김정은을 비하하는 낙서사건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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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