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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한글창제를 다룬 남북한의 소설)

그럼 박춘명의 소설 ‘훈민정음’ 표지.
그럼 박춘명의 소설 ‘훈민정음’ 표지.
Photo: RFA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우리 한글이 얼마나 좋은 글인가 하면 세종대왕을 도와서 한글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정인지가 한 말이 있지요. 중국문자인 한자로는 표현을 못하지만 우리 한글로는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니.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의 노래입니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남북한은 우리의 글자인 한글을 기념하는 날짜도 다르고 이름도 다르게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올해 10월 9일 한글날이 570돌 기념일인데, 북한에서는 1월 15일이 572돌 기념일이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한글날을 맞아 ‘한글창제를 다룬 남북한의 소설’에 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먼저 한글날이 이렇게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한글은 세종 25년 12월에 완성됐지만 널리 알리는 반포는 세종 28년 9월이지요. 이것을 오늘 날 우리가 쓰는 서기로 바꾸면 세종 25년 12월은 1444년 1월이고 세종 28년 9월은 1446년 10월이 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세종이 한글을 만들어서 시험기간을 거쳐서 널리 알린 날짜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570돌이 되고 북한에서는 한글을 만든 시기를 기준으로 기념일을 정하다 보니 572돌이 된 것입니다.

남북한은 조상이 남긴 같은 글자를 두고도 한 쪽에서는 한글이라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훈민정음이라 하는가 하면 기념하는 날짜도 다릅니다.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냐 하는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 이 시간에는 한글 창제를 다룬 소설이 남북한에서 다 있다고 하니까 그 내용을 한 번 알아보지요.

임채욱 선생: 네. 제가 알기로는 한국에서는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 , ‘한소진의 ’정의공주‘가 있고 북한에서는 ’훈민정음‘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는 2006년에 나왔고 한소진의 ’정의공주‘는 2011년에 나왔지요. 또 북한의 ’훈민정음‘은 박춘명이란 작가가 썼는데 2002년에 나왔습니다. 모두 2000년대 이후 나온 것들이지요. 물론 그전에도 박종화가 쓴 소설 ’세종대왕‘같은 것도 있지만 오늘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나온 소설 중에서 한소진의 ’정의공주‘와 박춘명의 ’훈민정음‘을 비교해서 살펴볼 까 합니다. 이정명의 소설 ’뿌리깊은 나무‘는 한글창제와 관계있는 테마지만 직접 다루지는 않아서 여기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박춘명의 작품 내용과 그의 면면들을 살펴 볼까요?

임채욱 선생: 그럼 박춘명의 소설 ‘훈민정음’입니다. 박춘명이란 작가는 1933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정주에서 고급중학을 다니다가 전쟁으로 군대를 다녀와서 그 과정을 졸업하고 평양사범대학에 들어가서 문학을 공부했지요. 평양사범대학은 오늘날 김형직사범대학이지요. 1961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교원으로 교육사업에 매달리다가 늦게 문학의 길로 들어섰지요. 그가 지은 ‘훈민정음’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이 주인공 격인데, 그가 왕의 뜻을 받들어 난관을 헤치고 한글을 창제하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는 선조들이 만든 옛글자 즉 신지글자라고 하는 문자에 관심을 두고 그걸 확인하려고 평양과 묘향산을 찾아가는데 이 때 만난 시골마을 노인이 재물을 긁어가는 관리를 야유하는 노래를 옛날 문자로 적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 글자는 소리 내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본 딴 것이라고 합니다. 이 이치로부터 암시를 받는데 이 보고를 받은 세종임금도 말소리를 생각해서 글자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글자창제의 기본방향이 되지요. 이제 성삼문의 작업은 속도를 내는데 기생 초향과 여종 삼월이도 민간에서 쓰는 말 중에서 참고할 만한 것을 찾거나 하면서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만리를 비롯한 한글 만드는데 반대하는 집현전 학사들의 방해를 받지만 글자를 몰라서 온갖 고통을 당하고 손해를 보는 인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완성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럼 이 소설은 무엇을 강조하고 있으며 어떤 멧시지를 주려고 할까요?

임채욱 선생: 성삼문이 한글을 완성한 뒤 하위지에게 말하는 장면인데, 하위지는 한글 창제 반대편에 선 사람이지요. 성삼문은 말합니다. “나는 이번에 훈민정음을 만들면서 백성들이 우리의 참된 스승이고 또 평범한 백성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느꼈소. 만약 내가 상감의 어명을 받고 내 혼자만 생각하면서 약산마을의 노인과 같은 사람과 접촉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아직 만들어 내지 못하였을 런지도 모르오.” 결국 백성들 지혜 속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남쪽 작가의 ‘정의공주’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네. 먼저 정의공주가 누군지 말씀드리죠. 세종대왕은 18남 4녀를 뒀지요. 아들 열 여덜 명에 딸 넷을 낳았는데 정의공주는 둘 째 딸이지요. 맏딸이 일찍 죽는 바람에 둘째딸을 끔찍이 아꼈다는데 세종10년인 1428년 죽산 안씨 안맹담이란 사람과 혼인을 하지요. 안맹담은 초서를 잘 쓰고 승마와 궁술에 능하고 또 음률, 약물에도 통달한 사람입니다. 음악이나 약을 짓는 것도 잘 한다는 거지요. 하지만 학식에서 정의공주보다 나을 바가 없어서 글자창제에 가담을 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그는 자기 학대를 해서 정의공주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합니다. 정의공주는 처음에 아버지 세종이 문자 만드는데 참여하라고 했을 때 여자신분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세종이 말합니다. “여자가 못할 것이 무엇이더냐? 우리 고유문자가 생긴다면 남자들만 쓰겠느냐”라면서 적극 나서라고 종용합니다. 이에 정의공주 본인도 백성을 위한 마음도 있는데다가 남편과의 갈등에서 벗어나려는 생각도 있어서 글자창제에 매달리게 되지요. 그리하여 정의공주는 우리말의 변음과 토착현상 다시 말하면 음이 지역에 따라 바뀌는 현상과 그대로 살아 있는 현상을 알아내지요. 또 새로 만들어 지는 글자는 단어 끝에 오는 가, 이, 는, 을 같은 조사도 적을 수 있다는 것도 여자 종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런 결과에 따라 세종은 새로 된 글자로는 못 적을 소리가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반포를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백성을 바르게 가르치는 글자라는 뜻으로 훈민정음이라 이름 짓게 됩니다.

두 작품의 가장 특징적인 면을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두 작품 다 백성들 즉 민초들의 힘을 내세우는 면은 공통됩니다. 하지만 북한작품은 글자창제과정을 그리면서 시종 양반과 상민의 신분제를 비판하는 한 편 왕의 명령은 절대로 받들어야 하는 충성을 강조하는데도 역점을 두고 있지요. 반면에 한국에서 나온 소설 ‘정의공주’는 남성 우월주의를 비판하는 시각을 보입니다. 정의공주 남편 되는 안맹담이 자기 아내는 글자창제에 달려 붙는데 자기는 그러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장면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 정의공주가 지역에 따라 본래 음이 바뀌는 변음현상이나 토착현상을 찾아내서 창제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공은 다른 집현전 학사들에게 다 돌아가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정의공주의 어문실력은 묻혀버리고 맙니다.

한글을 창제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본다면?

임채욱 선생: 무릇 사람에게 말이 없었다면 진화를 못했고 글자가 없었다면 문화가 생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요. 사람은 말을 가졌음으로 동물과 다르고 쓸수 있는 글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말은 조상으로부터 그저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만 글자는 힘써 배워야만 자기것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글자를 만들 때도 그만큼 공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 지구상에 말은 있어도 글자가 없는 민족은 얼마나 많습니까? 우리에게는 배우기 쉬운 한글이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럽고 행복합니까? 우리 한글이 얼마나 좋은 글인가 하면 세종대왕을 도와서 한글 만드는 일에 참여했던 정인지가 한 말이 있지요. 중국문자인 한자로는 표현을 못하지만 우리 한글로는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를 표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한글의 모습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