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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기록문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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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기록문화유산만 가지고 말한다면 한국은 현재 13건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고 북한은 한 건도 없습니다.

지난 9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기록총회가 열렸습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이 개회 선언했습니다.

: 지금부터 전 세계의 기록인들이 우정과 지혜를 나누고 기록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갈 기록 문화의 향연, 2016 세계 기록관리협회총회 개최를 선언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영상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이번 서울총회에서 전통 기록 문화와 첨단 기술의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창의적 협력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합니다.

세계 각국의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록물 보존과 정리에 관한 정보도 교환하고 국제적 협력도 의논하는 자리였는데 100여 개 나라에서 2000여 명이 참가한 아주 큰 행사였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세계기록총회를 계기로 우리 민족의 전통기록물에 대한 남북한의 관점과 보존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계기록총회는 어떤 것인지요?

임채욱 선생: 네. 이 기록총회는 세계 3대 문화총회 중 하나입니다. 무엇 무엇이냐 하면 세계박물관 총회, 세계도서관총회, 그리고 이 기록총회입니다. 한국은 2004년에 세계박물관총회를 열었고 2006년에 세계도서관 총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세계기록총회를 열게 되니 유네스코가 관장하는 세계 3대 문화총회를 모두 열게 된 몇 안 되는 나라가 된 것이지요.

총회 모습을 간단히 스케치한다면?

임채욱 선생: 세계 각국에서 온 2,000여 명의 기록 전문가들은 총회와 학술회의에서 각기 자기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자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유엔이 3년 계속 1위라고 평가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려고 했지요. 그리고 한국이 가진 세계기록문화유산을 돌아보는 전시회에서 우리 민족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봤지요. 이 기록문화를 전자정보화 시대에 맞게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주려는 기록관리 시스템을 칭찬하고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남북한이 가진 세계기록문화유산은 어떻게 됩니까?

임채욱 선생: 기록문화유산만 가지고 말한다면 한국은 현재 13건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고 북한은 한 건도 없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13건을 다시 언급하면 이렇습니다.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해례본,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 조선왕조 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록, 새마을운동기록물, 난중일기, 유교책판, KBS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이렇게 13건입니다. 북한은 1건도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북한 모두 새로 기록문화유산을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됩니다. 한국에선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발전상황에 관한 기록물을 등재하려고 하고 북한에서는 조선 시대 ‘무예도보통지’라는 무술에 관한 책을 기록문화유산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무예도보통지’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먼저 등록됐기 때문이지요. 이때 한국의 각종 편액 그러니까 서원이나 향교, 관청에 붙은 액자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록됐지요.

북한이 등재하려는 ‘무예도보통지’는 어떤 책입니까?

임채욱 선생: 이 책은 조선조 정조임금 때 편찬된 책인데 24가지 무예와 무술에 관한 설명을 담은 책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무술과 그에 따른 병기를 잘 알 수 있게 해놓은 책이지요. 실학자들인 박제가, 이덕무, 백동수 등이 편찬하고 24가지 무예 무술 그림을 그린 이 책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편찬되는 무술사 책에도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요. 이런 책은 당연히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야지요. 북한에서 하던 한국에서 하던 우리 조상들이 남긴 좋은 민족고전들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그보다 남북한이 함께 등재신청을 해보는 것은 아직은 희망일 뿐이겠죠?

24가지 무술은 대강 어떤 것들입니까.

임채욱 선생: 우리나라 무술을 이 책에서 종합했는데, 창 쓰는 법 6가지, 칼 쓰는 법 10가지, 권법이나 곤봉 사용, 그리고 말 타고 하는 무술 등등 이렇게 24가지를 실전훈련에서 사용할 수 있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는 규장각에 있는데 북한에도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선 이 책을 두고 “리조 봉건통치배들이 그 반 인민적 계급지배 도구인 봉건군대의 훈련을 목적으로 만든 책으로서 그 형식과 내용에서 계급적, 시대적 제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이 책을 등재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얼까 하는 의문도 드는군요.

그럼 북한에선 ‘무예도보통지’ 같은 우리 고전서 책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요? 모두가 계급적, 시대적 제약성을 가진 기록물로 보겠네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게 보고 있다고 봐야지요. 고전서 책을 북한에선 민족고전이라고 하는데 일단은 민족문화, 민족생활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전해주는 귀중한 재산이라고 하지요. 그러면서도 이런 책들은 “옛날에 씌여진 책인 것으로 하여 시대적 및 계급적 제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민족고전은 언제나 오늘의 시점에서 혁명의 요구와 민족적 리익을 척도로 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평가 하여야 한다”라고 단서를 부치지요.

그렇게 비판적으로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민족고전으로 드는 것은 어떤 책들인가요?

임채욱 선생: 예로 드는 것은 <삼국사기> · <삼국유사> · <고려사> · <리조실록> 같은 역사관계 고전, <동의보감> · <의방류취> 같은 의학서적, <춘향전> · <심청전> · <임진록> · 홍길동전> 등의 고전소설입니다.

남북한 다 같이 우리 고전을 자랑스런 기록물이라고 내세우지만 이를 번역하고 디지털화해서 누구나 읽을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중요할 텐데 고전의 전산화 사업이랄까 이런 것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말씀대로 전산화보다 앞서야 할 것이 번역이지요. 남북한은 조선왕조실록을 각기 따로 번역해냈는데 고전 같은 것은 나눠서 번역하면 좋을 텐데 이게 안 되니 안타깝지요. 북한도 번역에 힘을 기울이겠지만 한국에서도 문제가 있지요. 가령 2001년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올린 <승정원일기>는 한 가지 기록물로서는 세계에서 제일 글자 수가 많다고 하지요. 이것은 왕과 신하 간의 대화나 동정이 자세하게 기록돼서 왕이 하는 말을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지요. 그런데 한문으로 된 이 자료들은 정작 국민들이 읽지 못하니 훌륭한 기록유산으로 등재는 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요. <승정원일기>는 현재 번역된 것이 20%가량밖에 안 된다니까 문제지요. 남북한 다 같이 번역과 전산화 문제가 큰 과제가 되고 있지요.

이번 기록총회가 남긴 교훈은 무엇입니까?

임채욱 선생: 이번 총회를 마치면서 <서울선언문>을 발표했는데요, 디지털 시대에 기록관리를 어떻게 공동으로 대응할 것인가 하는 비전을 담고 있지요. 이번 총회를 통해서 한국은 기록관리의 모델을 만들어 국제사회에 제시했지요. 사실 이 디지털 시대에 기록관리는 지금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