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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에서 고려와 관련된 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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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역사상 고려가 건국한 1100년이 되는 해라서 인지 고려를 기리는 행사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에서 고려와 관련되는 행사는 어떤 것이 있는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고려와 관련해 어떤 행사들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네, 말씀대로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입니다. 고려와 관련된 행사라야 학술발표회가 많지요.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성격의 행사도 있었는데 지난 7월 고려시대 차, 마시는 단차를 소개하고 재현하는 시음행사가 열렸고 또 고려시대 만두 상화를 만들어보는 행사도 열렸습니다. 중앙박물관이 마련한 행사도 7월에 있었는데 고려와 관계되는 퀴즈를 1100개를 제시하고 참여자가 이를 알아맞히면서 고려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행사도 벌이고 고려청자 제조기법도 체험해보는 행사도 열렸고 고려가무악을 연주하는 행사도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강화도에서는 수도를 일시 옮긴 천도행사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중앙박물관은 이에서 그치지 않고 12월 초에는 고려문화를 집중적으로 전시하는 특별전시회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북한에서 고려 건국과 관련된 행사가 파악된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대중적인 행사는 없는 듯합니다. 물론 학술회의는 있었을 텐데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선 고려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첫 통일을 이룬 국가로 인식하기 때문에 고려건국 1100년과 관련된 사실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이해가 가기 전에 큰 학술토론행사가 분명 열릴 것입니다. 안 그래도 고려왕궁 공동조사를 다시 하자는 합의도 남북한 간에 이뤄진 상황이니까요.

북한에선 고려건국을 어떻게 보는지요?

임채욱 선생: 고려는 삼국시대 세 나라 중 가장 국력이 앞섰던 고구려를 이은 나라로 봅니다. 고구려는 그 이름이 “태양이 솟는 신비한 나라‘, ’천손이 다스리는 신적인 나라‘인데 그 좋은 국호가 고려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고려는 고구려의 삼국통일정책을 이어받아 삼국을 통일한 최초의 국가로 봅니다.

한국에서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잖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뤘지만 우리 국토의 남부에 국한했다고 봅니다. 고려는 신라가 차지하고 있던 대동강 이남지역의 주민은 물론 멀리 북쪽에서 온 발해유민들까지 하나의 주권 밑에 통합했으며 넓었던 고구려 땅을 되찾기 위해 힘찬 투쟁도 벌렸다고 합니다.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이런 말을 했으니 북한 역사학계 견해이기도 하지요.

그럼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치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북한교과서는 고려가 고조선에서 고구려로 이어지고 고구려는 발해로 이어진 다음 고려로 이어지면서 첫 통일국가가 된다고 가르칩니다. 고구려가 망한 뒤 발해가 끊어졌던 고구려의 역사를 이었고 발해가 망하고는 고려가 그 유민을 받아들이고 고구려 옛 땅인 서북지방을 차지해서 영토를 넓혔다고 봅니다.

그럼 북한에서는 현재의 남북관계도 고려라는 이름으로 통일하려는 욕구를 가지기도 하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고려가 고구려 국호를 이어받았듯이 통일조국의 국호도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란 이름에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이라는 국호라야 고려가 가진 역사적 정통성과 정당성이 이어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민족사의 정통성 주장 논거로 고려를 내세운다고 하시는데, 현재 북한에서는 우리민족을 꼭 고려민족이라고는 하지 않잖습니까? 김일성민족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임채욱 선생: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에선 우리민족을 칭하면서 조선민족, 고려민족, 김일성민족, 단군민족 등 여러 가지를 다 씁니다. 이러한 혼용은 우리 민족을 무슨 민족으로 고정시키기 보다는 상징성을 가진 모든 이름을 넓게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호에서는 어느 시기가 되면 고려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보겠습니다.

딱히 그런 근거라고 내세울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1990년대부터인데 북한에선 무슨 이름들에 고려를 붙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1990년 10월 함흥약학대학을 고려약학대학으로 바꾸더니 1992년 8월에는 개성경공업단과대학도 고려성균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또 10월에는 조선민항이라던 북한 유일의 항공사 이름도 고려항공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동의학이라 칭하던 한방의학을 고려의학으로 고칩니다. 개성에 있는 성균관을 고려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천리장성이던 역사유적 이름도 고려장성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우리민족을 고려민족이라고도 칭합니다. 이런 일련의 이름 변경사실을 보면 통일후의 이름까지 선점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지요. 이미 1973년 6월 김일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북연방제를 실시하는 경우 연방국가의 국호는 우리나라 판도위에서 존재하였던 통일국가로서 세계에 알려진 고려라는 이름을 살려 고려련방공화국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바가 있지요.

북한 주장이 한국에서도 타당성을 갖고 인정됩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않습니다. 한국역사학에서는 신라에 의한 통일이 있은 후 민족, 영토, 언어, 문화가 어느 정도 공통성을 가진 바탕위에서 고려가 발해유민을 흡수해서 재통일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민족의 통일은 2단계에 걸쳐서 이뤄진 것입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것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나라가 그 땅에 자기들 식민지를 만들자 신라는 이를 막아 물리칩니다. 그래서 삼국이 통일되는 것입니다. 그 뒤 다시 후백제와 후고려가 태어나서 후삼국 상태였는데 그걸 통일시킨 것이 왕건입니다. 고려가 2단계로 통일시키는 것이지요.

고려가 후기삼국시대를 통일시킨 것은 신라가 먼저 통일해서 어느 정도 우리민족의 공통성을 가졌기에 쉬웠다는 말입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문화면에서 후진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런 신라가 통일을 하면서 고구려와 백제의 선진문물을 고스라니 받아들여 계승을 잘했습니다. 그것이 고려 때 와서 완전히 한 민족으로 통일을 이루는데 큰 밑천이 되는 것입니다. 신라 삼국통일의 의의는 바로 이런데 있습니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들이 세웠으나 고구려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발해 멸망 후 그 영토가 우리민족의 생활무대에서 떠나버렸습니다. 이런 면에서 신라가 이룬 삼국통일은 고구려가 있던 곳 일부를 잃어버린 불완전한 통일이긴 하지만 민족문화면에서는 통일의 의의가 아주 크다고 하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