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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서울과 평양의 화장 문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서울은 세계화장품의 수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질 높은 화장품이 많다고 알려져 있지요?  바로 ‘K뷰티’란 말이 이를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북한 화장문화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한국의 화장품은 다른 나라 제품보다 10년을 앞서 간다고 평가되고 화장술 즉 화장기법 도 바로 K 뷰티란 말처럼 앞서서 이끌고 있다고 말합니다. ‘얼굴 세 번 씻기’ 화장술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고 하지요. 무엇보다 화장품 제조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돼 있다는데 기능성화장품 품질이 특히 높다고 합니다.

이런 화장품 생산의 수준을 바탕으로 화장술도 뛰어나니 한국에선 K뷰티 박람회도 열린다고 알고 있는데요?

임채욱 선생: 네, K Beauty Expo Korea란 이름의 박람회, 우리말로 하면 ‘대한민국 뷰티박람회’가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도 10월 11일부터 나흘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렸습니다. 올해가 10번째입니다. 세계 20여개 나라에서 관련업자도 오고 미용과 화장에 종사하는 사람도 몇 천 명 단위로 찾아옵니다.

그런데 듣기로는 북한도 최근에 와서 화장품 질을 개선하고 화장기법 수준을 높이려고 한다지요? 어떤 모습을 보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 화장품 질을 높이려는 문제에는 지금의 통치자 의지가 담긴 것 같습니다. 그가 2015년 한 말이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가도 유지되는데 우리 제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 이게 2015년 2월 평양화장품 공장에 갔을 때 한 말인데, 눈 화장품에 방수가 안돼서 눈가로 검게 번지는 것을 지적한 것이지요. 표현을 아주 정확하고 재미있게 했군요. 이어서 “세계적으로 이름 난 제품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투쟁하라”고 독려까지 했으니 이로부터 관련 종사자들이야 죽기 살기로 품질향상에 매달렸겠지요. 그래서 요즘 중국에서는 북한 화장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신의주 화장품공장에서 나오는 ‘봄향기’라는 제품이 인기라는데 스킨로션, 립스틱, 향수, 자외선 차단제품, 주름을 없애준다는 분크림 같은 것들입니다. 이렇게 화장품 질이 좋아 진 것은 말로만 강조하던 선대통치자와 달리 화장품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을 바로 파악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지요.

또 이런 것도 있겠지요?  ‘K뷰티’란 세계적인 붐을 알게 된 붉은 자본가들 이른바 돈주라는 여성들이 몰래 몰해 남쪽동네 것, 한국산을 쓰는 것에 자극 받은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다고 보겠습니다. 사실 북한 사정으로 봐서는 화장품은 사치품이지만 이제는 좋은 화장품을 바라는 여성들의 욕구까지 억제하기는 어렵게 된 이상 화장품의 질도 높이고 수출도 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니까 화장품 질 개선에 달라붙은 것이지요. 지금은 이른바 항일유격대 여성대원들이 일본군으로부터 뺏은 전리품 중 화장품을 보면 발로 밟아버렸다는 김일성 시대도 아니고 말로만 “인민들에게 질 좋은 화장품을 더 많이 안겨주라”고 촉구하던 김정일 시대도 아니지요. 여성뿐 아니라 북한남성들도 피부미용에 신경 쓴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특히 자외선 차단제를 선호해서 깔끔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쓴다고 하지요. 그래서 간부들에게 주는 선물도 전처럼 술이나 담배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도 선물한다는군요. 2016년 12월 평양에서 제4차 당세포위원장 회의가 열렸는데 이 대회참가자들 수천 명은 너도나도 화장품 사기가 바빴다고 하지요.

화장을 하는 심리는 남녀가 다 같은 것일 수 있지요.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남북이 다를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 화장은 아름다운 곳은 더 아름답게 하고 보기 싫은 부문은 감추거나 고치려는 행위지요. 그러니까 화장을 한다는 것은 가식을 하고 위장을 한다는 것이지만 청결하고 아름답게 꾸미려는 인간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그걸 흉 본다거나 욕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응원단으로 온 여성들 있잖습니까? 이들이 묵은 숙소 경영자 말이 이랬습니다. 아침 일찍 움직이는 그들 중에서 민낯을 보기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화장에 신경을 썼다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여자아이스하키는 남북단일팀이 구성됐잖습니까? 한 팀이 된 선수들은 서로를 위한 언행을 조심했겠지요. 그럼에도 화장품은 서로 발라도 보고 주기도 했답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1998년, 이 해는 금강산 관광선이 처음 출항하던 해인데 이 해 가을 현지 북쪽 여성이 남쪽에서 간 여성근무자에게 화장한 것을 두고 묻기에 눈썹을 밀고 아이펜슬로 좀 크게 눈썹을 그리는 화장술을 가르쳐 줬더니 며칠 뒤 수십 명의 북쪽 안내여성들이 모두 눈썹을 밀어버린 이른바 ‘남조선 식’ 아이라인을 그렸더란 이야기도 있지요. 또 한 한국기자가 중국 단동에서 화장품을 여행용 가방에 쓸어 담듯이 많이 사는 여성을 보고 왜 이리 많이 사느냐 했더니 “여자가 화장품 사는 게 뭐가 이상한가”라는 답이 돌아왔다지요. 여성들이 화장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는 차이가 없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화장하는 데서 무슨 특별한 것, 즉 특징이란 게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조선 때부터 옥같이 흰 피부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설날이나 단오 때, 추석날도 연지를 찍고 단장을 할 정도로 미용과 화장을 중시했는데 대체적으로는 은은한 화장을 하는 경향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화장을 한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임채욱 선생: 고구려에서는 악공이나 춤추는 무녀가 연지화장을 했다는데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여인들도 연지화장을 하고 있다고 하지요. 백제에서는 분만 바르고 연지를 바르지 않는 화장을 선호했는데 백제는 일본에 화장품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줬다고 일본 기록에 남아있습니다. 신라는 높은 수준의 화장품이 개발됐다는데 신라사람들은 몸과 영혼은 일치된다는 미의식을 가졌기에 목욕을 자주하고 몸을 단장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화랑도의 우두머리인 화랑은 남자 소년이지만 아름다운 색깔의 옷차림에 분 바르고 구슬이 장식된 모자를 쓴 것으로도 확인됩니다. 통일신라시대는 더 화려해졌다는 짐작이 될 정도로 연지와 분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는 일반 여염집 규수는 평상시에는 화장을 잘 하지 않아도 연회나 나들이 할 때만 화장을 하는데, 기생직업을 가진 사람은 분대화장(粉黛化粧)이라 해서 분을 하얗게 많이 바르고 눈썹을 가늘게 가다듬어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너무 화려해서 여염규수들은 오히려 평시에는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군요. 조선시대는 고려 때보다 화장이 더 담백해 졌다고 하지요. 나라에서 한 때 장신구 착용이라든가 화장을 금지한 일도 있고 해서인지 깨끗한 옷차림과 단정한 몸가짐을 강조해도 화장은 간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소설인 <여용국전 女容國傳>이라는 소설을 보면 화장품과 화장도구가 스무가지 쯤 나온다는데 분, 연지, 미안수, 머릿기름, 밀기름, 향 등의 화장품이 보입니다. 개화기나 일제식민지 때는 외국수입 화장품이 판을 쳤지요. 물론 1916년 서울에서 나온 박가분 같은 것은 재래 분보다는 나았지만 외제 화장품에 비해선 품질이 못했다고 합니다.

끝으로 K뷰티의 남쪽과 이에 자극 받아서 화장품 품질향상에 주력하는 북한의 노력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임채욱 선생: 화장품은 산업면에서 생화학, 금형, 마켓팅 등이 결합한 선진국형 산업이라고 하는데 북한 경우 시장규모가 한국의 0.6%수준(2016년)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신혼부인이 남쪽 동네 화장품, 즉 한국화장품을 예물로 받는 것을 좋아하고 장마당에서 한국화장품이 몰래 몰래 잘 팔리는 한 언젠가는 남쪽 화장품업계가 북한 진출을 할 날도 오겠지요. 그런 것과 함께 북한 화장품 질도 눈에 띄게 좋아지는 날도 오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