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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남북한의 여름풍경

중국과 북한의 국경 압록강에서 바라본 신의주 강변 풍경. 빨래하는 주민들과 머리 감는 아이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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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강의 유람선이나 대동강의 뱃놀이 모습을 보노라면 높이 치솟는 강물분수나 배경을 이루는 도시의 빌딩들이 우뚝합니다

계절은 바야흐로 여름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여름을 어떻게 보냈는지, 오늘은 우리 선조들이 맞은 여름 그리고 오늘의 남북한 여름풍경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봄은 가고 여름은 오는데 녹음방초 시절이라” 옛 시구의 한 구절입니다. 지금은 녹음방초가 산천을 뒤덮은 계절이지요. 좀 있으면 불볕더위가 대지를 달구겠지만 아직은 훈풍이 부는 좋은 철입니다. 여름은 무엇보다 푸른 계절입니다. 이 푸른 계절에 꽃도 많이 핍니다. 꽃은 봄보다 여름에 더 많이 핀다고 합니다. 일년 중 여름에 피는 꽃이 가장 많다는 겁니다. 밤나무, 아카시아, 으아리, 산딸나무, 층층나무, 조팝나무, 노각나무, 치자나무, 함박꽃이 흰색 꽃을 피웁니다. 여름 꽃들은 대부분이 흰색 꽃을 피운다는 거지요. 흰색이 열을 흡수하지 않고 뱉어내기 때문일까요?

여름도 초여름, 한여름, 늦여름 맛이 다 다르지요?

임채욱 선생: 여름이라지만 기온으로 느끼는 여름, 절기상으로 치는 여름, 천문학으로 따지는 여름이 조금씩 다르지요. 평균적으로 섭씨 20도에서 25도면 초여름이지만 25도가 넘어서고 최고 30도가 되면 한여름이지요. 절기상으로는 5월 초순 입하에서 8월 중순 입추까지를 여름으로 치는데 실제 더위는 입추가 지나도 물러가지 않고 노염을 보내지요.

또 천문학적으로는 6월 하순 하지에서 9월 하순 추분까지가 여름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봄, 가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짧아서 우리나라가 4계절은 틀림없는데, 짧은 여름, 긴 여름, 짧은 겨울, 긴 겨울 4계절이 된다는 말을 하고 있지요.

여름은 다른 계절과 달리 비가 많이 와서 7월에 내리는 장마비로 홍수가 날 때도 많은데요,

 

임채욱 선생: 많았지요. 물막이가 시원찮았던 옛날 못지않게 사방사업이 잘 돼 있다는 오늘날에도 홍수 소식은 남북한 어디에서든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름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놓이고 견우성과 직녀성이 밝은 빛을 뿌리는데 이젠 그걸 보는 데도 무관심한 것 같습니다.

여름은 농사철이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늦봄과 초여름에 모내기를 하니까 여름은 농번기이기도 하지요. 봄에 심은 작물을 수확하기도 하지만 가을채소를 심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어찌나 바쁜지 농사일에 “고양이 손도 좀 빌리자”는 말이 있을 정도지요. 하지만 푸른 들녘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져서 “여름거지 겨울부자 안부럽다”할 마음도 생기지요. 세시풍속상으로는 음력 5월 초닷세 단오를 지나면 6월 초엿세 유두를 맞이하게 되는데 유두날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합니다.그래야만 여름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오늘날 남북한에는 지난 날 우리 선조들이 맞았던 여름풍경과 비슷한 모습은 없을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하지만 남쪽이나 북쪽이나 들녘이나 산천은 푸른 철이지만 집이나 일하는 것은 옛 모습에서 많이 달라져 있지요. 모내기도 이젠 기계로 하니까 고양이 손 안빌려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지요. 북한에서는 모내기 철 학생동원도 있겠지만 남한에서는 언제 모내기를 했는지, 언제 감자를 수확했는지도 모르는 새 여름이 지나가고 있는 거지요. 들판에 잠자리 잡고 매미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없는 것도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군요.

문학작품에서 여름은 어떻게 묘사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농가월령가> 6월령을 보면 “.....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머구리 소리로다....”라고 했는데 여름이면 마주하는 파리나 모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오늘날 여름풍경이기도 하군요.

여름이 농사철이어서 바쁘다 못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자는 농사꾼과는 달리 식자층이 읊는 시가는 여름날의 한가로움이나 강촌생활 풍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이 보입니다. 현대문학작품에서도 여름은 노출과 젊음을 묘사한 시작품, 소설들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여름날 밤 물방아간에서 일어나는 정사를 다루면서 에로스를 다루고 있고 정비석의 <성황당>도 여름이 주는 정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요. 하지만 여름은 아무래도 봄이나 가을보다는 정서적 감흥이 적어서인지 여름을 노래한 작품은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미술작품의 여름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여름풍경을 그린 그림에는 산과 바위, 강과 배, 나무와 풀, 정자와 구름이 많이 보이지요. 여름경치 산수화라고 하겠는데 <하경산수도>(夏景山水圖)라고 하지요. 김홍도, 이인문, 정선, 김두량 등이 이런 그림을 남기고 있습니다.

음악작품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농사일을 노래한 노동요 중에서 <모내기소리>, <김매기소리>가 여름노래라고 할 수 있지요. 또 <육칠월 흐린날>이란 경기지방 잡가도 여름노래지요. 현대에 와서는 소설가 김말봉이 쓴 시에 금수현이 곡을 부친 <그네>가 초여름 싱그러운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남북한 여름풍경은 같은 듯도 하고 다른 듯한 모습이 많겠지요.

임채욱 선생: 한강의 유람선이나 대동강의 뱃놀이 모습을 보노라면 높이 치솟는 강물분수나 배경을 이루는 도시의 빌딩들이 우뚝합니다. 평양은 유경이라고 한 그 이름대로 여름에는 버드나무가 푸르름을 더해주는 광경을 보여줍니다. 그보다 농촌에서 이런 광경은 남북한이 좀 다르지 않나 싶군요. 뭐냐 하면 모내기를 하는데 북한에서는 농민들이나 일손 도우려 나온 학생들이 보이는데 남한에서는 외국인 인부가 채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농촌 일손을 도울 농사꾼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외에는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니까 여름에 대한 생각도 우리 선조들과 다르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네요.

임채욱 선생: 과거 우리조상들 생활은 농사짓는 일이 중심이 되었으므로 “여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라는 말로 여름 날 몸과 마음이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즘이야 이런 말들이 아득하지만 우리 조상들 힘든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여름이면 여행을 떠나고 휴가를 얻으면서 쉬는 시간을 얻고 있지요. 한국에선 한 해 300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여름에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시간이 다 됐네요. 남북한 여름풍경 이야기 멈춰야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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