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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여가생활과 노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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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여가생활과 노동문화는 밀접한 관계지요. 남북한 여가생활이나 노동문화는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입니다.

1년 4계절 중 세 번 째 계절인 가을이 짙어갑니다. 단풍과 온갖 열매가 산과 들을 뒤덮어 가을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서 농촌 사람들도 좀 한가한 시간도 보내고 모처럼 가고 싶던 곳도 찾아 나서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남북한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살피면서 노동문화는 어떤지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수확의 계절이지요. 그래서 농사를 짓는 농촌사람이나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사람이나 다 풍성한 마음을 갖게 되지요. 봄철 농촌에서야 고양이 손도 좀 빌리자고 덤비지만 가을엔 조금은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겨울을 나기위한 김장이나 뗄 나무도 해야 하니 과거 농촌에서야 여전히 바쁘긴 한 계절이었지요. 지금은 다른 모습이기도 하지요.

남북한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살피면서 노동문화는 어떤지 한번 짚어보지요.

임채욱 선생: 여가생활과 노동문화는 밀접한 관계지요. 남북한 여가생활이나 노동문화는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입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주 5일 근무제가 실시(2004. 7) 된지 15년이지요. 전반적으로 토요일은 무조건 쉬는 날, 놀토가 된지도(2012) 7년입니다. 여기에다가 노동시간 주 52시간제가 되니까(2018. 7.1.) 노동문화가 달라지고 있지요. 한주에 52시간만 노동을 한다면 여가생활이란 면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 찾아 올 수 있긴 하겠지요. 생산성이 어떻다, 소비가 어떻게 돼 간다는 문제를 별개로 한다면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2012년 김정은 시대가 되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큰 과제로 삼고 있긴 합니다. 큰 도시에는 놀이시설, 체육시설, 문화공간들이 들어서고 개인자본이 들어간 봉사시설들도 들어서서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 몫 하고 있지요.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는 봉사시설이나 놀이시설, 문화공간 들 건설현황을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평양중심으로 만 이야기 할 수밖에 없지요. 북한은 아시다시피 평양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평양은 다른 도시나 지방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요. 평양에는 문수물놀이장이 들어서고 동물원, 식물원이 크게 고쳐 짓고 새로 건설된 거리에는 목욕탕, 이발관, 미용실, 찜질방을 갖춘 봉사시설들이 들어서서 전과 많이 달라 진 모습을 보입니다. 또 탁구장, 당구장, 수영장, 롤러스케이트장을 갖춘 체육시설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거리에는 식당이 늘어나고 호프를 마시는 맥주집도 생겨났고 대동강에는 상점, 뷔페식당, 연회장을 갖춘 유람선도 떠다닙니다.

놀이시설이다, 봉사시설이다 하는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시설들을 어느 정도 이용하고 즐기는가가 여가생활의 참된 모습이지요.

임채욱 선생: 이용객은 실제로 많습니다. 평양시민뿐 아니라 지방주민들도 찾으니까요. 평양주민들도 생활향상을 내세우는 당국 말을 믿다보니 소비성향이 높아지는 면도 있는 거지요. 장마당 경제가 생긴 후부터 주민들 간에도 생활격차가 생겨 여가생활에도 차이가 나고 있다고 봐야지요. 그렇지만 여가를 즐기고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는 주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보다는 휴대폰을 이용한 여가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이제는 휴대폰 가입자가 대폭 늘어나서 400만명 가깝다고 합니다. 이들은 영상을 찍어 서로 보내고 재미있게 찍은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요즘 여가생활의 한 면이라고도 합니다. 그것도 단속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래서 요즘 남쪽의 야한 소설을 읽는 여가생활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여가생활이라는 면에서 보면 남쪽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의 여가생활은 워낙 다양해서 한 마디로 설명도 어렵지만 형편대로, 개성대로 아주 여러 모습을 보인다고 하겠군요. 등산인구 1800만명, 낚시인구 700만명, 승마체험인구 100만명, 그리고 500개가 넘는 골프장에 연간 700만 명이 골프를 치고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관람객은 각각 800만명이 훌쩍 넘어가지요. 하지만 이런 여가생활 보다 더 독특한 여가활동도 많지요. 하나의 예만 들어 볼까요? 자전거에 캠핑장비를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어디든 내집이다라고 사는 사람도 나름대로 여가생활을 하는 사람이지요. 자전거 캠핑은 접이식 자전거에 필요한 용품을 담은 배낭을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지요. 자전거 타고 지나만 가는 게 아니라 어느 한 곳을 탐사하듯이 자세히 살피면서 여행하는 것이지요. 결코 목적지를 정하고 다녀오는 관광이 아니라 진짜 여행을 하는 것이지요. 자전거 캠핑뿐 아니고 오토바이 캠핑, 자동차캠핑도 있지요. 자동차 캠핑에는 아예 캠핑차로 움직이는 사람도 많지요.

여가생활은 노동문화와 관련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노동시간이 짧아진다고 삶의 질이 높아질까요?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해야 할 일을 두고 퇴근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생산직 노동자가 아닌 정신노동자 경우는 일거리를 싸들고 집으로 가기도 하지요. 한국에선 전반적으로 ‘빨리빨리’라는 노동문화가 있고 북한에는 속도전이 있어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기도 합니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취재해서 방송을 하면서 이 때문에 짧은 시간안에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뤘는데 이 덕분인지 한국인은 양궁이나 사격같이 빠르게 쏘는 종목에도 뛰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속도전은 또 세계가 알아주는 노동문화지요. 하루를 열흘 맞잡이로 본때 있게 해제끼는 일솜씨는 다른 나라 노동자가 따라오기 어렵지요. 속도전은 사회주의 건설의 기본전투형식(김정일선집 4권 32페지)으로 규정돼서 빨리한다고 해서 질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힘들지요. 북한에서 여가생활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주민들은 돈주가 만들어 내는 탁구장,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휴대폰 영상으로 즐기는 여가생활을 나름대로 하고 독서를 여가생활의 한 방편으로 찾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에선 저녁이 있는 삶을 찾는다고 주간 52시간 노동제를 택했더니 소득이 줄어들어 저녁시간에 또 다른 일거리를 찾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그러니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또 다른 직업이 있는 삶이 되고 있기도 하지요.

끝으로 노동문화는 어떤 모습이면 바람직 할까요?

임채욱 선생: 노동의 의미는 무엇보다 생계유지를 시켜주는 수단입니다. 다음으로 자기 적성을 실현시켜주는 무대가 된다면 더 좋은 일이고 마지막으로 노동을 통해 국가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주 좋은 일이지요. 그러니 결국 노동이 놀이가 되기도 하고 삶의 보람도 가져오는 바탕이 된다면 그 이상 바랄게 있겠습니까? 이런 노동문화가 되도록 만들어 가야겠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노동은 고통이 아니라 신이 나에게 준 좋은 선물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