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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루터 킹과 오바마”-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목사

미국의 제 44대 대통령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버락 오바마가 선출되었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이런 결과가 오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지루한 경선 끝에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었을 당시만 해도 그가 인종의 벽을 넘어서서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은 별로 설득력을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월 스트릿에서 발생한 경제적 지진은 존 맥케인 진영을 심하게 흔들었고, 변화를 갈망한 미국민은 오바마를 선택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존 맥케인을 지지한 사람들은 아쉬움이 많을 것입니다. 오바마 당선자의 경험 미숙으로 인해 혹은 진보적인 노선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이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바마의 당선 감사 연설을 들으며 눈물범벅이 된 백인 청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인종 차별의 정서와 현실적인 벽은 여전하지만, 오바마의 당선은 실로 이 문제에 있어서 거대한 진보를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의 당선 감사 연설을 들으며 저는 마르틴 루터 킹 목사를 생각했습니다. 1963년,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연설에서 모든 인류가 인종의 차별을 넘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날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는 그것을 ‘약속의 땅’(promise land)이라고 불렀습니다. 킹 목사는 그 약속의 땅을 향해 행진해 나가도록 흑인들을 일으켜 세웠고, 그 행진에 백인과 다른 인종들도 합세하였습니다. 때로 주저앉기도 하고, 때로 퇴행하기도 했으며, 또 때로 우회로를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수요일 새벽, 시카고의 그랜드 파크에 서서 당선 감사 연설을 하는 오바마의 모습은 마치 킹 목사가 꿈꾸었던 약속의 땅의 입구에 서 있는 듯 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킹 목사는 마치 모세와 같은 역할을 했고, 오바마는 여호수아와 같은 역할을 부여 받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킹 목사로부터 시작된 민권 운동이 흑인 대통령의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약 40년이 걸린 것도 우연한 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40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약속의 땅을 저만치 내다보고 세상을 떠났는데, 킹 목사도 그랬습니다. 이제 그 약속의 땅 입구에 여호수아처럼 오바마가 서 있습니다. 그는 미국민들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 즉 모든 인종이 서로 화합하고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찌 보면 모세의 과제보다 여호수아의 과제가 더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듯, 예언자 킹 목사의 과제보다 지도자인 오바마의 과제가 더욱 어려울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졌든지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선정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가 훌륭한 업적을 낸다면, 미국의 대통령 직은 모든 인종에게 활짝 열려질 것이며, 인종 차별의 벽은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반면, 그가 실패한다면, 인종 차별의 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으며, 다 왔다고 생각했던 약속의 땅은 다시 멀어질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에 주님의 은총을 빕니다. (2008년 1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