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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추억의 ‘7080 음악’

20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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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서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거리에는 새벽부터 내린 눈이 제법 쌓였고 눈송이도 굵었습니다. 올해 들어 첫 눈 구경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눈이 출근길에도 그치질 않아서 거리에 차들은 엉금엉금 기어가는 수준이고 차도 엄청나게 막혔습니다. 눈이 와도 이런 건 별로 반갑지 않은데 말이죠. 녹음하러 방송국에 나오는 길도 평소보다 30분은 더 걸렸습니다.

그래도 눈이 오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면 여기가 어딘지, 남쪽인지 북쪽인지 세상이 비슷하게 보입니다.

음악으로 여는 세상, 오늘은 이 노래로 시작합니다.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고요’

저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남쪽 친구들에게 눈이 오면 생각나는 노래를 물었더니 대부분 이 곡을 추천했습니다. 또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은 한명숙의 ‘눈이 내리는데’라는 곡을 추천하시더군요.

이렇게, 남쪽에서 살다 보면 비슷한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들이 공감하는 문화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요즘은 특히 7080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7080, 1970년대와 1980년대에 20대를 보낸 세대를 뜻하는 말입니다. 나이로 따져보면 40대에서 50대 사이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바로 7080 세대가 되겠습니다.

텔레비전 방송에 7080 콘서트라는 공연 방송도 생겼고 7080 세대를 겨냥한 악극, 영화 같은 다양한 문화 상품도 쏟아져 나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서 이 7080 얘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사실 이 세대에 유행했던 음악이 요즘 남쪽 노래보다 청취자들의 입맛에 더 맞을 겁니다. 7080 세대가 꼽는 최고의 가요, 양희은의 ‘아침이슬’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 양희은 ‘아침이슬’

70년대와 80년대, 남쪽은 격동의 시절이었습니다. 1970년대, 방금 들으신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금지곡이었습니다. 요즘 남쪽을 생각하면 당국에서 특정한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는 일은 이해가 안 됩니다.

노래 가사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내용이 있어도 심지어 대통령을 욕을 해도 금지곡 딱지가 붙지 않으니, 그때와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희은, 김민기, 송창식 등의 가수는 1970년대 유신 시대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통기타로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이른바 통기타 가수들이었는데요, 가사엔 당시 사회상 그리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민, 그리고 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았습니다.

당연히 가사의 내용은 사회에 대한 비판이 될 수 있었고 당국에서는 이런 가수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통기타 가수 노래 한 곡 더 들어볼까요? 송창식의 ‘고래사냥’입니다.

-송창식 ‘고래사냥’

1980년대, 70년대보다는 경제적으로 윤택했던 시기입니다. 그렇지만 사회는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정권에 반대하는 학생 운동이 심각했는데요. 여러분도 아마 잘 아실 겁니다. 저도 어렸을 때,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남쪽의 모습을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자주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기에 20대를 보냈던 형이나 누나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암울하고 답답한 시기였지만 내 손으로 민주주의와 자유를 만들었다는 자랑스러움은 크더군요.

이때 등장한 음악들은 70년대보다 훨씬 대범하고 다양해졌습니다. 김현식의 노래입니다. ‘사랑했어요’

-김현식 ‘사랑했어요’

사실 7080 세대들이 이런 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지금의 경제적인 여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격동의 젊은 시절을 살았고 열심히 일해서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됐을 법한 50대 남자를 한번 생각해봅니다.

바로 우리의 아버지들인데요,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도 없이 가족을 위해 몇십 년 동안 열심히 살아왔을 겁니다. 이 사람의 아이들은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이 되고, 사회가 안정된 이후에 태어나서 아버지의 시대보다는 윤택하게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악과 영화가 있지만 열심히 일한 우리의 아버지들에게는 그런 문화는 차려지지 않았습니다.

7080을 겨냥한 방송과 악극, 공연, 영화가 나오는 건 그래서 반가운 일입니다. 열심히 살아온 또 열심히 살고 있는 남쪽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에게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쉴 수 있는 일종의 휴식을 주는 거죠.

북쪽에는 아쉽게도 아직 뒤돌아볼 여유가 없지요. 아직도 살기가 팍팍하고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들어서 쉬어야 하는 노인이든 여유를 가질 수 없습니다. 또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적당한 노래도 많지 않지요.

이런 것을 보면 남쪽 사회가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고향 사람들에게도 이런 시대가 빨리 왔으면 하는 소망도 해봅니다.

마지막 곡으로 송골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들으면서 오늘 시간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