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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OREAN NEWS

북한서 뉴욕 날아온 ‘망부가’

수취인 없는 주소지 배달
1개월여 수소문끝에 김중현 대동연회장 회장에

북한에 살고 있는 아들이 한국에 있는 아버지의 안부를 묻기 위해 뉴욕의 김중현 대동연회장 회장에게 보낸 편지가 1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전달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편지는 60대 아들이 소식이 끊긴 90대 아버지의 생사여부를 이역만리 미국의 친지에게 묻는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어 한인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더해 주고 있다.

편지를 보낸 화제의 주인공은 함경북도 부령군에 사는 로 모씨. 공개된 편지에 따르면 로 씨는 지난 1월1일자로 퀸즈 서니사이드에 거주하는 고모부 김중현씨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로 씨는 편지에서 “1997년11월3일 평양 고려호텔 2층에서 아버님과 상봉을 한 이후 미국에 사는 여동생 현주와 편지 거래를 가졌었는데 최근 수년간 편지거래가 끊겼다”고 설명한 뒤 “아버님 생사여부도 알 수 없고 건강하게 지내는지 알고 싶다”며 고모부가 소식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로 씨는 이어 “제 어머니도 금년 89세인데 여전히 건강하시구 우리 형제들도 다 잘 있다”며 “아버님께서 새해를 맞이해 부디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오래 오래 장수하십시오”라고 새해 인사를 올렸다.
북한에서 로씨가 대동연회장의 김 회장에게 보낸 편지가 이처럼 공개된 것은 사연이 있다. 로씨가 보낸 주소의 건물은 바로 지난 2001년 5월말 화재로 소실된 ‘대동면옥 서니사이드’로 현재는 미국계 화원이 운영 중인 곳. 그 주소에는 당연히 고모부가 살지 않았고 이 편지를 배달하려 한 미국인 우체부는 보낸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한글로 돼 있는 이 편지의 우표에 ‘DPR KOREA'가 명기돼 있었던 점을 감안, 다행히도 편지를 인근의 델리가게를 운영하는 한인 김미선씨에게 주인을 찾아달라며 맡겼다. 이 편지를 갖고 있던 김 씨는 2월 중순께 알고 있던 지인을 통해 라디오 방송국에 공개했고, 편지의 사연은 방송을 통해 곧바로 한인사회에 알려졌다.

그 후 몇몇 제보도 있었으나 바로 주인을 찾지 못했던 편지는 10일 오전에서야 편지의 내용을 전해들은 김 회장이 수취인이 본인임을 확인하면서 그제서야 주인을 찾게 됐다. 김 회장은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했던 편지를 이렇게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로 씨가 편지에서 부탁했던 대로 로씨 아버지와 상의해 북한에 있는 가족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답장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김 회장에 따르면 로 씨의 아버지 로명기씨는 현재 서울 워커힐 부근에서 살고 있으며 김 회장이 지난해 한국방문 때도 만난 적이 있다.

로명기씨는 현재 약 92세로 한국전쟁 당시 아들인 로 씨와 부인을 북한에 남겨둔 체 남동생 2명과 함께 월남했다. 또한 로 씨가 편지에서 언급한 여동생은 현재 미 서부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연락은 닿지 않고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김 회장은 또 편지를 보낸 로씨는 1997년 상봉 당시 50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현재 62세 정도 됐을 것으로 전했다.

한편 로씨가 보낸 편지는 북한 소인이 찍힌 상태로 봉투에는 인쇄된 70원짜리 ‘조선우표’ 외에 북한 인공기, 로동신문, 총검을 들고 있는 이미지가 담겨져 있다. 특히 조선우표는 ‘우리를 건드리는 자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이라는 선전용 문구가 적혀 있는 30원짜리, 우표가 앞에 2장, 뒤에 3장 등 모두 5장이 붙어있었다. 소인은 앞 뒤로 두 개씩 찍혀있었고 날짜는 ‘주체 98년(2009년) 1월14일자’였다.

한편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편지가 북한에서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보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연구활동중인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은 “북한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 미수교국으로 보내는 편지는 해외동포위원회를 통한 국제우편으로만 되는 데 봉투나 우표가 이 편지에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이 편지는 인편을 통해 중국 등을 거쳐 미국에 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누군가 우체통에 넣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주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