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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학술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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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국가과학원에서 제2과학원을 또 세우는데 이곳에서는 국방과학을 주로 연구합니다.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들 생산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요. 요즘은 국가과학원보다 더 중시되지요. 김정일이 ‘금방 석에 앉혀도 아까울 것이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지요.

지난달 10월에는 남북한 교육과 학술연구의 대표적인 산실인 국립서울대학교와 김일성 종합대학이 다 같이 창립 70주년을 맞았지요? 두 대학은 국제 세미나도 열고 온갖 행사를 했는데,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 학술연구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봅니다.

임채욱 선생: 미국가수 밥 딜런(Bob Dylan)이 노벨 문학상을 받기로 함으로써 노벨상 시상식이 정상적으로 열리게 되었지요. 노벨상은 문학상과 평화상 외에는 각 분야 학술연구에서 성과를 올린 학자에게 주어지고 있지요. 흔히들 세상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은 학술이다, 아니다, 예술이다 하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요, 어떻든 학술이나 예술의 영향력은 크지요. 세상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자주 크지요. 그럼 남북한의 학술연구는 어떤 모습인지, 그것은 남북한 통일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한 번 짚어보기로 하지요.

먼저 학술이란 것이 인간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인류역사는 한 마디로 학술이라는 진리추구 행위를 통해 발전해 온 것이지요.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화와 문명은 주로 학술을 통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학술 외에도 예술이라든가 종교라든가 기술의 발전도 문화를 발전시키지만, 학술이 가장 크게 문화를 변화시키지요. 문화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인류역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되지요.

학술연구는 대학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요? 각종 연구기관도 많을 테니까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학술연구는 사실상 대학 외에도 각종 연구기관에서도 많이 이뤄지지요. 한국에서는 각종 연구원이나 연구소가 있고 북한에서도 국가과학원이나 그 산하에 있는 연구소에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연구기관은 워낙 많아서 다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만 자연과학 분야는 대표적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올해 창립 50주년이 되지요. 북한에서는 이보다 앞서 6. 25전쟁 중인 1952년 12월에 과학원을 세우고 이 기관이 1994년에 명칭을 국가과학원으로 바꾸고 명실공히 북한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 됩니다. 사회과학분야 연구는 여기에서 갈라져 나온 사회과학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국가과학원에서 제2과학원을 또 세우는데 이곳에서는 국방과학을 주로 연구합니다.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들 생산에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요. 요즘은 국가과학원보다 더 중시되지요. 김정일이 ‘금방 석에 앉혀도 아까울 것이 없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지요. 한 가지 특기할 것은 북한 연구기관에서는 대학처럼 박사 학위 과정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남북한 학술연구에서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질문이 좀 포괄적입니다만 이렇습니다. 자연과학 분야는 학문적 진리에 도달하는 방법론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이란 대상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에 따라 자연의 법칙을 찾아내고 이론을 세웁니다. 이런 연구방법은 남북한 연구학자들에 있어 다를 게 없지요. 하지만 인문과학분야나 사회과학 분야 연구는 다르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선 연구대상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라 사실 추구의 목표도 다르고 방법도 달라집니다. 이것은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도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가치를 개입시키게 되기 때문입니다.

학술이라면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이냐를 막론하고 가치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물론이지요. 학술연구에서 가치를 개입시키면 진리탐구에 지장이 있지요. 그런데 가치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연구하는 방법에서는 그렇지 연구대상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자연의 법칙을 찾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자연 자체가 존재할 가치가 있다니 없다니 하는 문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는 자연은 무엇이며 왜 존재하느냐, 그것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문제를 따집니다. 이러니까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가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지요. 다만, 연구방법에서 엄격하게 과학적으로 한다는 것이지요.

그럼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분야에서는 남북한은 학술연구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은 북한에선 인문과학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인문과학이라고 하는 문학, 역사학, 철학 같은 학술도 북한에선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봅니다. 북한은 사회과학 분야를 문예학, 고고학, 역사학, 철학, 경제학, 법학을 포함하며 미학이나 언어학까지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사회과학이란 이름으로 포괄되는 이들 학술분야는 광복 후 “소련을 따라 배우자”라는 방침에 따라 마르크스 레닌주의 이론에 바탕을 둔 방향으로 연구됐지요. 그러다가 1970년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김일성이 만들었다는 주체사상에 근거해서 이른바 주체적 방법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이러니 한국의 학술연구와는 방향이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주체적 연구방법에 따른 연구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의 사회과학이 의거하고 있는 주체사상 자체가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보편적 진리를 북한의 특성에 맞게 독창적으로 이론화시켰다는 것인데 그 주체는 바로 김일성 한 사람의 주체였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북한의 학자들은 김일성이 사회과학자의 아버지이고 그의 주장이 바로 이론형성의 바탕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요. 학술은 문화를 만들어내는 기본요소입니다. 이런 학술이 어떤 정치적 영향 때문에 비틀어진다면 곤란하지요. 북한의 학술은 그 자체 독자성을 가지지 못하고 통치자의 교시나 노동당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되고 있어요.

그럼 학문이 통일에 기여하고 남북의 학자들이 통일의 가교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학자들은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 때문에 생긴 감정적 대립을 해소시키는 정신적 교량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학술은 당의 시녀 같은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학자들이 어용성에 물든 ‘붉은 과학전사’ 입장만 지녀서는 통일에 긍정적이기는 어렵지요. 현실적으로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통일과 관련해서 남쪽 한국학자들도 비판 받을 점이 많지요.

한국학자들이 비판 받아야 할 것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지난 10월 5일 북한에서는 수십 명 학자들에게 박사 학위를 줬지요. 대학이 준 것이 아니라 정권기관에서 통괄해서 준 것이지요. 학위 받은 사람이 수십 명 단위이지만 한국은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주면서 수백 명이 박사 학위를 받고 있지요. 학자들 수라든가 연구논문 수라든가 하는 양적 면에서는 한국 쪽이 우세하겠지요.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학술적 발전이 그만큼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학자들 행태에서 비판 받을 부분은 이렇습니다. 돈을 숭배하는 이른바 배금 풍조에 빠진 학자들은 연구보다 돈 버는 일에 관심을 두기도 하고 학문을 출세하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매스컴에 얼굴 내미는 데만 정신이 팔린 정치 지향적인 교수들도 무더기로 많지요. 또 북한학자들이 주체사상에 의거해서 연구한다면 한국학자들은 서양학자들의 연구방법을 그대로 가져다가 적용시키려고 하는 폐단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남의 일 쳐다보듯이 무관심한 면이 많다는 것입니다. 통일을 향한 연구에 치열한 사고를 해야겠습니다.

그럼 종교인이 통일을 가장 잘 이룰 수가 있습니까, 아니면 예술가들의 역할이 크다는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남북한 학자들 태도가 이렇더라도 통일의 이론적 방법을 찾아내고 앞에서 말했듯이 대립되는 남북한 주민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사람들은 학자들이 가장 잘 할 것입니다. 가령 예술가들은 통일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전해준다면 학자들은 통일의 기쁨을 머리로 사고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통일에는 남북한 학자들의 역할이 정말로 클 것이라고 믿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