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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크리스마스를 맞는 표정과 종교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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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에 정말로 해피홀리데이로 기념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예수그리스도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 대신에 해피홀리데이라고 하자는 주장도 있지요? 메리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인들만의 인사이기 때문에 비기독교인들도 즐기는 날이 되도록 해피홀리데이라고 하자는 것이지요. 무엇이라 하든 내일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 크리스마스를 맞는 표정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메리크리스마스 대신에 정말로 해피홀리데이로 기념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한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날이 지금 통치자의 할머니 김정숙 여사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 있지요. 24일은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인민군 최고사령관이 된 날이기도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12월 24일 북한에선 행사도 있고 즐거운 날로 되겠네요.

임채욱 선생: 김정숙은 단순히 김정일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김일성을 도와서 항일빨치산운동을 한 동지이기 때문에 충성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죠. 가히 ‘조선의 어머니 김정숙’ 생일답게 충성의 노래모임도 있고 연설모임도 있지요. 이날은 쌀, 고기, 과일을 배급하기도 하니 이날은 손꼽아 기다려지는 좋은 날이 되지요. 거기에다가 김정일이 1991년 최고사령관이 된 날이기도 해서 경사스런 일이 겹쳐서 많은 기념행사가 벌어집니다. 하지만 정작 다음날인 크리스마스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요. 얼마 안 되는 허가 받은 기독교 신자들이야 뜻있는 날을 맞았다면서 속으로 기뻐하겠지만, 이들도 봉수교회나 칠골교회, 또 장충성당 같이 제한된 곳에서만 성탄 인사를 나누겠지요. 성탄 인사를 나눈다고 해서 ‘메리 크리스마스!’ 이런 표현은 못 하지요. 드러내놓고 ‘예수 탄생’을 축하한다고 할 사람이 없지요. 그저 나지막하게 살짝 “축하합니다”나 할 정도겠지요. 글쎄 그것도 크리스마스 특별예배 같은 것도 없으니 신도들끼리 만날 기회도 실은 없겠네요. 아 참 외국인이 방문하면 신도를 모아서 특별예배를 조직하니까 그때는 기회가 있겠군요. 그런데 젊은 사람 가운데는 크리스마스를 아는 사람이 더러 있지요. 외국영화를 보거나 테이프를 통해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은 일이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크리스마스이브는 여전히 기쁘고 즐거운 날이 되고 있지요?

임채욱 선생: 크리스마스 날은 기독교를 신앙으로 믿지 않는 사람도 즐기는 휴일이지요. 교회나 성당은 신자들로 가득 차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언제나 인파로 길거리가 꽉 메워지고 있지요. 어려운 이를 돕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따뜻한 손길을 이끄는 가운데 거리에는 성가가 울려 퍼지고 있지요. 자선냄비는 386개가 전국에 설치된다고 합니다. 서울 명동에 설치된 자선냄비에는 관광을 온 서양사람, 일본사람, 중국사람도 기부해서 달러, 엔화, 위안화도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또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서서 빛을 뿜어내고 있고 불교 사찰에도 ‘예수 탄생을 축하’한다는 프랑카드를 걸고 있는 것을 봅니다. 무엇보다 불교니 원불교니 하는 다른 종교지도자들이 크리스마스 인사를 보내 축하를 하고 있는 것이 한국만의 특별한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언제나 북한 동포들에게도 성탄인사를 보내왔지요. 김포반도의 애기봉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등불을 켜면서 1954년 이래로 남쪽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북녘 동포들에게 보내 왔지 않습니까? 근데 북한당국은 이를 종교활동이 아니라 심리전을 한다고 보고 아주 싫어해서 최근에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등불을 켜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진정으로 기독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 있기는 할까요?

임채욱 선생: 국제종교자유위원회라는 국제선교단체가 북한을 종교자유가 없는 세계 최악의 종교국가로 지목하면 북한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해오고 있지요. 북한 그리스도연맹은 신앙의 자유도 법적으로 보장되고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나 가정예배소에서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가 그렇지는 않지요. 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신도가 노동당원이어야 하고 성경을 교회나 성당 밖으로 가지고 못 나간다면 그게 무슨 신앙인의 생활일까요? 가정교회가 몇 백 개 있다지만 훈련 받은 신도들이 연맹의 지시에 따라 행사 때만 모인다면 옳은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북한이 1970년대에 기독교 단체를 만들고 1980년대 성경과 찬송가를 만들고 교회와 성당을 건축하고 1990년대에는 신앙의 자유와 종교행사도 허용하고 남북한 종교인이 만나도록 허락한 것도 그 필요성 때문에 종교정책 일부를 바꾼 것이지 종교관을 바꾼 것은 아니지요. 겉으로는 잘 처리를 해서 북한을 몇 차례 드나든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북한에 신앙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위장을 잘했지요. 여기에서 하나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을 잘 알고 세 번이나 방문했던 독일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가 한 말인데 북한 같은 곳은 자기들 통치자 숭배하기를 신과 같이하니 이런 종교적 분위기에서는 굳이 교회가 필요할까 하는 것이지요.

그 종교적 분위기란 어떤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의 통치자 김일성은 예수처럼 이적, 즉 신의 힘으로 되는 불가사의한 일을 많이 이뤘다고 하지요. 가령 이렇습니다. 항일투쟁 때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고 모래로 쌀을 만들었으며 물 위로도 땅 위에 걷듯이 했다든가 김일성 시키는 대로 하루 떡 세 개를 먹고 물을 마셨더니 배고픈 줄 몰랐다는 것이지요. 마치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과 같은 것이 되지요. 김정일에 대해서도 전지전능한 구세주라고 대놓고 칭찬하는 문학작품도 있지요. 그래도 겉으로라는 종교가 있는 것처럼 정책을 펴는데 그 이유는 종교를 수령이 제시한 ‘주체사상’을 담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종교행사는 잘만 하면 주체사상을 선전하는 그릇으로 활용하기 좋은 면이 있다고 봅니다. 주체사상이란 내용을 종교활동이란 형식에 담는 것이지요.

그럼 이번에는 한국의 기독교신앙 현상을 한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은 기독교 신앙인도 많지만, 불교신앙인도 많고 또 다른 종교 신앙인도 많은 종교백화점 같은 곳이지요. 기독교 신앙인도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처가 태어난 날에 축하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는 편이지요. 더욱이 종교지도자 간에는 종교협의회를 통해 의논도 하고 종교 간 경계를 넘어서려는 노력도 많이 하지요. 2019년 그러니까 한 2년 뒤가 됩니까, 그때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습니다. 천도교가 주도하고 불교와 기독교가 합세한 민족사의 큰 운동이지요. 또 내년 2017년은 루터와 칼빈을 중심으로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지요? 그래서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오늘의 세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한국종교계 지도층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눈 여겨 볼 일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물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나 천주교 등 남북한 간에 종교분야 교류는 필요할 텐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남북한 간에는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종교인 간의 교류가 꽤 많았지요. 봉수교회를 재건한 것이나 금강산에 있는 사찰 신계사를 복원한 것도 남쪽 종교인이 도운 것이고 이러다 보니 북한 종교지도자도 남쪽에서 요구하는 종교적 모습으로 바뀌는 현상도 보였는데,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대남도발 이후부터 북한으로의 종교지원이 끊기고 교류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더욱이 김정은이 통치하면서부터는 북한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 전에 없이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북한은 세계 200여개 나라 중 종교와 미신이 없어진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도 하면서 한마디로 ‘종교는 아편이다’란 종교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종교관과 달리 정책적으로는 종교시설도 만들고 종교행사도 허용해왔지요. 그런데 남북한 종교인들이 왕래를 하고 종교교류를 활발하게 할 때는 종교를 ‘주체사상’을 담는 그릇 역할보다는 종교 본래의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곤 했습니다. 이게 중요한 점입니다. 이를 보면 외부시선이나 압박이 효과를 보는 것인데 이럴수록 종교교류가 활발하면 좋겠군요. 그게 북한 종교를 본래 종교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는 첩경일 것 같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에 이현기 진행에 이장균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