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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서울과 평양의 새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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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2017년 새해맞이 축포행사가 있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에서 2017년 새해맞이 축포행사가 있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종교적인 의미를 배격하다 보니 12달의 의미를 담아 12번을 치는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렇다고 365번이야 칠 수 없을 것이니까요.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새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새해는 새로 시작되는 해를 말한다. 많은 문화권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새해를 축하한다. 오늘날 전 세계 대부분에서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에서 새해가 시작하는 날은 1월 1일로, 남북한, 이탈리아, 미국, 체코 공화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새해의 시작인 양력설 1월 1일을 공휴일로 정하고 있다. 2017년 새해, 단기로는 4350년, 참 북한은 주체연호를 쓰니까 주체 106년이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새해를 맞은 남북한 표정은 어떤지! 같은지, 다른지 등을 알아봅니다.

임채욱 선생: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겠지요. 북한의 새해는 한국보다 30분 늦게 시작됐지요. 표준시간을 30분 늦게 했으니까요. 서울에서는 보신각종이 33번 울리면서 새해를 맞이했고 평양에서는 평양 종이 12번 울리면서 새해가 시작됐음을 알렸습니다. 보신각종이 울리는 서울 종로 거리와 평양 종이 울리는 대동문 부근에는 인파가 몰렸고 저마다의 소원과 희망을 축원했습니다. 서울이나 평양이나 다 이 실황을 중계방송 했고 서울에서는 군데군데 폭죽이 터졌고 평양에서는 강변에서 불꽃놀이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보신각 앞에 모인 서울시민들은 대통령을 걱정하는 사람,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 대통령이 미워도 나라가 걱정돼서 눈에 불을 켠 사람들이 다 섞여 있었지요. 혼돈 속에서 뭔가 미완성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을 것 같군요. 하지만 대동문 부근에 모인 인파들은 겉으로는 한결같이 그들 통치자에게 “축원의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드린다”고 말합니다. 이 시각 북한 통치자는 학생 소년들의 설맞이 공연을 관람하려고 떠나기 전에 당과 군, 내각의 고위간부를 대동해서 먼저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향했지요. 이를 따라 많은 평양시민들도 만수대 언덕에 있는 두 동상에 참배하러 몰려갔습니다.

네. 그런데 보신각종은 33번 울렸는데 평양 종은 왜 12번 울립니까?

임채욱 선생: 33이란 숫자는 불교에서 33천을 뜻합니다. 33천은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하늘을 말합니다. 수미산은 하늘과 땅 사이 세계의 중심에 있는 산입니다. 그래서 33번 친다는 것은 나라의 태평과 백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조선조에서 새벽 4시, 백성들이 통행을 해도 좋다는 종을 칠 때 33번을 쳤고 여기에서 유래해서 지금도 33번을 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108번뇌를 없애는 의미를 담고 본디 제야의 종을 108번 쳤다고 합니다. 너무 많지요? 그래서 1960년대 들어서면서 33번으로 바뀌었지요.

북한에서는 왜 12번을 칠까요?

임채욱 선생: 종교적인 의미를 배격하다 보니 12달의 의미를 담아 12번을 치는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렇다고 365번이야 칠 수 없을 것이니까요.

제야의 종은 언제부터 친 것입니까, 그 종은 언제 만들어진 종인가요?

임채욱 선생: 보신각종이 제야의 종으로 친 것은 해방되던 해 12월부터였지요. 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53년 휴전이 되고 나서 다시 시작됐지요. 평양에서는 최근에 와서 시작됐지요. 참, 해방되던 그해 제야에 김일성 지시로 평양 종을 쳤다는 주장도 있긴 합니다. 보신각종은 15세기 때 만들어 졌는데 6. 25전쟁 때 부서져서 지금 국립박물관에 보관시키고 지금 치는 종은 새로 만든 것입니다. 새 종은 본래대로 만들어 종 높이는 3m 18, 입지름은 2m 28이지요. 평양 종은 1726년 조선조 영조 때 만들어졌는데 높이 3m, 입지름 1m 6입니다. 보신각종이 약간 커 보이지요.

새해 아침 조상들에게 차례 올리고 어른들에게 세배 드리는 모습은 남북한에서 같겠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선 양력설을 쇠는 집도 있고 음력설을 쇠는 집도 있으니 다 다르지요. 세배도 하는 집, 안하는 집 각양각색이지요. 대체로 음력설을 쇠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새해인사는 반드시 하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인사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도 ‘근하신년’ 같은 한문 투 대신에 ‘복 많이 받으라’고 하고 있지요.

평양에선 새해 첫날 어떤 모습입니까?

임채욱 선생: 제야 종소리를 들으면서 만수대 언덕을 올라가지 않은 사람들은 아침에 집에 있는 선대 두 통치자 사진에 먼저 절을 하지요. 그리고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를 안 지내는 집도 있지만 음력설보다 양력설에 차례를 많이 지냅니다. 평양시간으로 낮 12시가 돼서 통치자의 신년사도 들었습니다. 올해는 ‘동방의 핵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면서 핵을 가진 자부심을 인민들에게 강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도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자랑했습니다. 그걸 학습도 해야 하고 잘 외우기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직 즐거움뿐이지요. 어른들께 세배도 올리는데 남쪽처럼 큰절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인사말은 “새해를 축하합니다”가 가장 일반적이고 “새해 건강하십시오”, “새해 좋은 일 있기를 바랍니다”도 하지요. 아이들은 세뱃돈도 받습니다. 아침 식사 후 아이들은 백화점으로도 가고 광장으로 가서 제기차기, 팽이치기, 연 띄우기도 하며 놉니다. 남쪽 아이들은 오락게임에 빠졌는지 밖에 나와 노는 모습이 드물어요. 공원에서 연날리기는 하는데 팽이치기는 잘 안보이지요. 민속촌 같은 곳에 놀러 간 아이들은 그래도 팽이치기, 제기차기를 하긴 하는군요.

2017년은 간지 해로 닭띠 해가 됩니다.

임채욱 선생: 간지는 사실상 음력으로 따지기 때문에 닭띠 해가 되려면 아직 스무날 가까이 더 있어야 되지요. 양력설과 음력설 사이 이 시기를 간세기(間歲期)라 할 수 있겠네요. 이 간세기에 서울에선 송구영신,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지요. 그래도 올해가 붉은 닭띠 해라서 액운을 쫓고 행운을 불러오기를 소망하겠지요. 새벽닭의 우렁찬 울음이 어둠을 밀어내고 새 빛 찬란한 아침을 맞기를 바라겠지요. 대한민국은 대통령도 탄핵재판 하는 민주국가임을 국민들이 알기에 새해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려고 노력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북한에선 간지를 내세우지 않으니까 아는 사람 외에는 닭띠 해란 의식이 약한 셈이지요. 그보다 올해 2017년이 몇 가지 ‘꺾어지는 해’(정주년)가 된다고 보겠네요. 올해가 김일성 출생 105년, 김정일 출생 75년, 그리고 현재 통치자 집권 5년입니다. 또 있군요. 레닌이 러시아혁명을 일으킨 지 100년이 되는 해지요. 그래서인지 올해 백두산위인칭송대회를 크게 연다고 작년부터 준비위원회도 만들고 했는데 평양과 백두산 두 곳에서 무슨 큰 잔치를 벌일 모양이지요. 북한주민 중에는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고 또 사회동원을 해야 하나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군요. 또 ‘동방의 핵 강국’이라 하지만 그건 핵의 늪에 빠져들어 가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인민들은 왜 없겠습니까? 핵 보다 새해에 살림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바랄 인민은 정녕 없을까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