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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달력 이모저모)

2017년도 북한 달력 모델로 고려항공 스튜어디스가 처음 등장했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도 북한 달력 모델로 고려항공 스튜어디스가 처음 등장했다. 핵무기 개발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이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본래 ‘연호’란 것은 왕이 다스리는 왕조시대에 새 임금이 들어서면 그 해에 짓는 칭호인데, 이것은 그 왕이 다스린 햇수가 몇 년인가를 알기 위해 붙인 것입니다. 왕조도 아닌 북한에서 이런 연호를 쓴다는 것은 통치자를 왕조시대의 왕처럼 본다는 것을 드러내는 거지요.

새해 달력을 펼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 달력에는 ‘주체’ 몇 년이라고 표기돼 있겠네요.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2017년 남북한 달력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임채욱 선생: 새해가 되면 집집마다 새해 달력을 펼칩니다.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책상 위에도 앉힙니다. 달력마다 개성 있게 만들었으니 어떤 것은 예술품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한 것처럼 북한 달력은 주체 106년에 서기 2017년으로 표기돼 있습니다. ‘주체 106년’이 먼저 쓰이고 괄호 안에 서기 2017년이 표기돼 있군요. 거기에다가 달력에는 해마다 그랬듯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란 말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해를 축하합니다.” 영어로 Happy New Year! 도 보입니다.

하지만 ‘주체 몇 년’ 하는 ‘주체연호’ 때문에 낯설다고 생각하는 남쪽 사람도 있을 것 같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북한에서 주체연호는 1997년 9월부터 사용되고 있는데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주체 1년으로 잡아서 올해가 106년이 되는 것입니다. 본래 ‘연호’란 것은 왕이 다스리는 왕조시대에 새 임금이 들어서면 그 해에 짓는 칭호인데, 이것은 그 왕이 다스린 햇수가 몇 년인가를 알기 위해 붙인 것입니다. 왕조도 아닌 북한에서 이런 연호를 쓴다는 것은 통치자를 왕조시대의 왕처럼 본다는 것을 드러내는 거지요.

 

북한에서 잘 만든 달력도 물론 있겠지요.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달력을 어떻게 구합니까?

 

임채욱 선생: 일반주민들은 당에서 만든 한 장짜리 달력을 인민반을 통해 배급 받습니다. 공급이 원활치 못해서 세대별로 한 장씩도 모자랄 때가 있지요. 그리고 근로 부문별로 해당 전문출판사에서도 달력을 만듭니다. 농업출판사에서는 농사에 관련되는 달력을 찍어내고 공업출판사는 노동자들, 수력발전설비 현장 등을 화보로 만듭니다. 또 인민보건사는 음식을 화보로 내는데 갈비찜, 약밥, 메기탕, 감자떡, 토끼고기보양찜, 송편 같은 것을 화보로 꾸미고 있습니다. 또 체육출판사는 운동선수들의 훈련장면이나 시합장면으로 꾸밉니다. 문학예술출판사는 영화나 TV드라마 주인공으로 화보를 만들고 있지요. 올해 조선출판물수출입상사에서 만든 달력 중에는 고려항공에서 제작의뢰를 받았는지 고려항공 비행기와 남녀 승무원을 화보에 등장시켰습니다. 외국문도서출판사는 외국어 달력을 만들어 내는데 아주 고급으로 만듭니다. 외국인 사진작가에게 의뢰해서 좋은 브랜드 옷을 입은 여인, 고급외제차 앞 신사, 말 타는 하는 젊은이, 고급 애완동물을 앞세운 부부가 화보로 등장하는 달력을 만들어 체제 과시를 하지요. 이런 달력은 장마당에서도 잘 팔린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나라 달력을 만든 역사를 한 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조선조 세종시대에 이순지라는 학자가 있었지요. 그는 지구가 둥글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사람인데 1444년 중국 것과 다른 우리 실정에 맞는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칠정산외편>이라 하는 이 달력이 우리나라 최초의 달력이지요. 여기서 칠정은 해와 달,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을 말합니다. 그는 당시 가장 발달됐다는 아라비아 달력을 분석해서 자료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15세기 그 당시 자기 국토에 맞는 달력을 만든 나라는 세상에서 딱 세 나라, 아라비아, 중국, 그리고 우리 조선이었습니다.

 

정말 자부심을 가질 일이군요. 달력은 매일 들여다보는데 거기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달력을 보면 그 나라의 1년을 내다본다는데 남북한 달력에 나타난 특이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남북한은 지금 표준시간을 달리하고 있어서 2017년을 맞는데도 30분 차이가 났지만 남북한 다 같이 태양력(그레고리력)을 쓰기 때문에 달력상 날짜가 차이가 난다든가 하는 일은 없지요. 한국의 달력에는 날짜에 간지를 나타내고 음력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북한 달력에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달력은 역법(曆法)에 의해 만들어 지지요. 역법에는 세 가지가 있지요. 첫째 달을 기준으로 만든 태음력, 둘째, 태양을 기준으로 한 태양력, 셋째, 태음력을 태양력에 맞추어 만든 태음태양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나 북한이나 이 셋 중 둘째인 태양력을 기본으로 삼고 있어 1년 중 날짜가 다르다든가 하는 일은 없지요. 다만 한국에선 양력과 함께 태음태양력, 즉 음력도 쓰는데 북한에서는 양력만 쓰고 음력은 달력에 표시를 잘 하지 않습니다.

 

달력에는 공휴일, 기념일이 다 나타나는데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 달력에는 4대 국경일과 기념일 그리고 공휴일이 나타납니다. 4대국경일은 3월 1일 삼일절, 7월 17일 제헌절, 8월 15일 광복절, 10월 3일 개천절입니다. 고유명절은 설날과 추석이 있고 기념일은 앞의 국경일 외에 많지만, 공휴일로 지정된 날은 신년 초하룻날, 음력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 5월 5일 어린이날, 10월 9일 한글날이 있지요.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해에만 있는 12월 20일 대선투표일이 있지요. 북한 달력을 볼까요? 북한 달력에는 국가 명절, 민속명절, 기념일이 표시돼 있습니다. 국가명절은 4월 15일 태양절, 2월 16일 광명성절, 9월 9일 공화국창건일,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인데 태양절, 광명성절 안 밝혀도 다 아시겠지요? 그런데 새해 달력을 보면서 남쪽에서는 북한 통치자 김정은 생일 1월 8일은 어떻게 되었나부터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은하절이란 이름으로 국가명절로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지켜봤다고 합니다.

 

북한 민속명절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음력설, 음력 대보름, 청명절, 추석이 있습니다. 이런 날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휴일이 아닌 명절이었지요. 남북대화를 하던 1980년대에 남쪽에서 음력설을 공휴일로 하니까 곧 북쪽에서도 공휴일로 했고 지도자 김정일은 내킨 김에 대보름과 청명, 단오도 민족명절로 해버렸지요. 이런 것은 남북이 서로 자극과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닮아가는 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지요. 사회학적으로 말하면 문화변용현상(Acculturation)이라 하겠지요. 이런 걸 보면 남북한이 접촉하면 당연히 좋은 것이지요. 그런데 단오는 2005년부터는 민속명절에서 빠진 것 같아요. 달력에 표시가 안 되고 있어요.

 

기념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북한은 기념일 잘 챙기기로 유명합니다. 온갖 기념일 다 챙기는데 출판절(11. 1), 항공절(11. 29)을 찾는 것이야 그렇다 치고 1917년 11월 7일 러시아의 10월 혁명이 일어난 날까지 기념일로 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광주학생사건 기념일, 심지어는 남쪽에서 일어난 실미도 사건도 표시해두고 있지요. 이 많은 기념일이 다 공휴일은 아니고 11일 정도는 되는군요. 그래서인데 올해 2017년에 일요일은 53일이고 여기에다 남쪽은 명절과 공휴일을 더해 67일을 놀고 북쪽은 72일 놀게 되는군요. 겉으로는 노는 날이 북쪽이 더 많군요.

 

달력은 하나의 물건이지만 거기에는 천체의 움직임에 인간의 지혜를 담은 문화의 소산물이기도 하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달력은 사람이 천체라는 자연물을 자세히 관찰해서 삶의 길잡이로 삼으면서 인간의 실존을 우주에 조응시키려는 능력을 나타낸 종합작품이지요. 하지만 일상에선 달력은 그저 달력일 뿐이겠지요. 그래서인지 남쪽에서는 달력이라면 그저 일상생활에 유용한 물건 정도로 보는 면이 있지요. 흔한 편이니까 귀한 줄 모른다고 나 할까요? 하지만 북쪽에서는 달력이 귀한 물건이지요. 남쪽에서도 올해는 달력이 귀했다고 합니다. 은행들이 비용을 줄이려고 안 찍었기도 했고 또 젊은 사람들이 모바일로 달력을 대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쪽에선 개인이 달력을 만드는 일도 있는데 북한에선 당이 관리하지요. 이런 일도 있답니다. 작년에 남쪽의 한 젊은 여성작가는 365명을 만나서 이들로부터 하루, 하루 숫자를 적게 해서 그걸로 달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달력을 만들기 위해 365명을 만났으니 그 공력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이렇게 했다는군요. 가령 6월 한 달을 탈북자의 달로 정했다면 탈북자 30명을 만나서 각자가 원하는 날자를 잡고 조정해서 숫자 하나, 하나를 써 받은 것이지요. 참 이런 달력도 있는 게 대한민국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