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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인사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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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새해에 축원 형식이 되는 인사를 주고받는 편이에요. 복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새해를 축하합니다.”, “건강을 축원합니다” “새해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처럼 축원을 하는 인사가 많습니다.

 

새해 초에는 언제나 새해 인사가 폭포처럼 쏟아지는데, 올 새해엔 인사할 마음이 안 생기더라는 한국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시국 탓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새해 덕담 같은 인사야 없을 수 없지요. 새해가 시작 된지도 보름이 훨씬 넘어 곧 음력설이 오고 있군요.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새해 덕담을 중심으로 남북한에서 보이는 인사예절을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덕담부터 먼저 이야기 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요즘 한국의 젊은이 가운데는 윗사람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하고는 덕담을 했다고 떠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르게 배우지 못한 표현입니다. 덕담은 새해가 돼서 서로 잘되기를 빌면서 주고받는 말이지요. 하지만 엄격히 따지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나 아니면 비슷한 나이나,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것이 덕담이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말하는 것은 덕담이 아니라 축원의 말이라고 해야지요.

 

대체로 새해 인사는 덕담이나 축원이 되겠군요.

 

임채욱 선생: 축원도 넓게 보면 덕담이긴 하지만 덕담 자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것이 예의에 맞지요. 북한에서는 새해에 축원형식이 되는 인사를 주고받는 편이에요. 복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새해를 축하합니다.”, “건강을 축원합니다” “새해에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랍니다” 처럼 축원을 하는 인사가 많습니다.

북한의 새해 인사말 “새해를 축하합니다”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데도 축하인사가 될까 싶군요.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새해를 축하합니다”를 의미적으로 보면 “새해를 맞는 당신을 축하합니다”란 말의 생략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생일을 축하합니다” 할 때도 “생일을 맞는 당신을 축하합니다”란 말이고 “명절을 축하합니다” 하는 말도 “명절을 맞은 당신을 축하합니다”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복 받으라는 말보다는 축하한다는 새해 인사가 더 세련된 것 같은데요?

임채욱 선생: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가 세련되지 않다는 말은 찬성하기 어렵군요.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결코 봉건적인 냄새가 나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보통 복이라면 전통시대의 오복(五福), 다섯 가지 복을 떠올립니다. 전통시대의 다섯 가지 복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인데 수는 오래 사는 장수, 부는 재산이 풍부한 것, 강녕은 일생동안 건강하게 사는 일, 유호덕은 이웃을 위해 봉사도 하는 덕을 베푸는 것, 고종명은 자기 집에서 죽음을 깨끗하게 맞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오늘날 개념으로 봐도 나쁠 것 없지요. 잘사는 웰빙, 잘 죽는 웰다잉이나 같은 거지요. 사실 복이란 말은 행복이란 것으로 행복은 행운의 복으로 볼 때 사람이면 누구나 바라는 바가 되지요. 서양에서 ‘해피 뉴이어’ 할 때 ‘해피’나 우리의 행복이나 같은 것이지요. 북한에서도 복이란 말을 안 쓰는 거는 아니지요. ‘복 받은 인민’이란 말도 흔히 듣는 말입니다.

이번에는 새해 인사 내용이 아니라 형식으로 볼 때 종전의 연하장은 숫자가 확 줄었다고 하지요?

 

메일이나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세상이니까요?

 

임채욱 선생: 사실이지요. 연말 인터넷 검색 1위는 대체로 새해 인사말이지요. 인터넷으로 연말 인사를 하다 보니 종이 연하장은 줄었지요. 한국 우편당국에서 발표한 내용인데 작년 2016년에 판 연하장은 320만 장으로 2015년에 판 것보다 160만 장이 줄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1970년대 연말 연초에는 연하우편물이 1억 통이 넘기도 했다는데, 다 옛날 일입니다. 그 때 어떤 공직자는 연하장을 15만 장을 보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아직 연하장이 대세지요. 메일이나 카톡같은 SNS로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숫자는 모르지만, 실제 연하장 쓰기를 강조하는 분위기이기도 해서 북한에선 연하장으로 하는 새해 인사가 많습니다. 북한에서도 1990년대가 되도록 연하장을 잘 안 쓰기도 했는데 선대통치자 김정일이 1989년 1월에 한마디 한 뒤에 달라진 것이지요. “연고관계가 있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년하장이나 축하장, 명함장 같은 것을 보내주는 것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림엽서 같은 것을 심의하는데도 없고 년하장이나 축하장, 명함장, 엽서 같은 것을 만드는데도 없으며 그것을 만드는 데 필요한 종이를 달라고 제기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메일이나 카톡으로 주고 받는 인사가 옳은 인사가 될까요?

 

임채욱 선생: 최소한 주소라도 손 글씨로 쓰는 종이 연하장에 비해 카톡, 밴드, 페이스북 같은 SNS로 받는 새해 인사는 그저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 중에는 기발한 것도 많지요. 온갖 이모티콘을 써서 시각적 재미를 주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SNS연하장은 영혼이 없는 인사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내용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있을 수 있지요. 행복한 새해 되세요 같은 말은 따지고 보면 ‘되라’는 명령형이라 할 수 있지요. ‘되세요’가 아니라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해야 하지요. ‘되세요’나 ‘하세요’는 명령형 어미가 되니 피해야 합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행복하길 빕니다”로 써야지요.

 

다른 인사예절에 대해 한 번 볼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사회는 질서의식과 도덕성에 있어 문제가 많지요. 길거리에서, 전철 안에서, 공공건물에서, 아파트 내에서 무질서한 행동이나 비도덕적인 행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인사예절만 해도 그렇습니다. 인사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인사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대학생이 자기 선생에게 “선생님 정말 똑똑 하십니다”하고 말합니다. 장사꾼은 “김밥 사요”합니다. “김밥 사세요”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것입니다. 인사예절에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호칭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데, 장모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사위도 있지요. 전철 안에서는 노인의 이런 말도 듣습니다. “동남아 청년도 자리 양보할 줄 아는데, 너희는 일어 설 줄도 몰라?”

 

북한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은 걸음걸이도 예절 있게 하라고 가르치는 곳이라서 인사예절도 일단은 규범화돼 있지요.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표면적으로는 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당국에 의해 어느 정도 강제성을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고 내면화된 게 아니라서 지속성에서는 문제가 있지요. 규범을 지켜야 하는 환경이 어그러지면 크게 변하게 되겠지요.

 

결국 인사예절은 남북한 관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임채욱 선생: 인사예절은 말이나 표정,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일단 정확한 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한 때 표준화법을 만들려고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표준화법 안에는 언어표현 인사법도 담길 것인데, 그런 것이 없고 그런 교육을 강조하지 않으니 온 세상이 무례를 배우는 학교처럼 된 것 같아요. 인사예절이 없다는 것은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이므로 앞으로 이를 학교나 사회교육기관에서 잘 이끌어야 되겠습니다. 잘 된 인사예절은 훗날 북한동포를 맞을 때도 가시 돋친 언사가 아니라 향기를 느끼게 하는 말로 위안을 주게 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