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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국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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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작은설이란 뜻에서 말하던 아치설이란 말이 까치설로 됐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합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날이 며칠 전 지났습니다만 설날이면 어린이들은 이런 동요를 부르면서 설을 맞았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의 국조 즉 나라 새에 관해 알아봅니다. 까치는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새였지요. 그래서 한국에선 까치를 국조처럼 본다고 하지요? 북한에서도 국조처럼

여기는 새가 따로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네. 있지요. 북한에선 참매를 국조라고 하지요.

남북한에서 국조, 즉 나라 새처럼 여기는 까치와 참매를 두고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 까치를 국조로 친다지만 나라에서 정한 것은 아닙니다. 1964년 한 신문사, 한국일보입니다만, 이 신문사에서 나라 새를 정하자고 캠페인을 벌이면서 있었던 일인데 까치가 가장 지지도가 높아서 까치를 국조로 하자고 했지요. 하지만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국조를 정한 일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조로 알려진 것은 동요 때문인가요?

 

임채욱 선생: 글쎄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 이 둉요는 오래됐지요. 윤극영 선생이 1924년에 작사, 작곡했는데 우리 어린이들이 아주 즐겨 부르죠. 윤극영 선생은 반달을 비롯해서 많은 동요를 작사하고 작곡한 분이지요. 이 노래 때문이 아니고 까치는 우리민족이 좋아했던 새라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싶군요.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까치를 상서로운 좋은 새, 길조로 여겨왔지요.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믿고 있잖아요? 역사상에도 까치는 좋게 등장하고 있어요. 신라 3대 왕인 석탈해 왕은 까치와 관계되는 설화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월성 동쪽 아진포라는 바닷가에 어느 날 까치들이 떼 지어 날아들어 노래하고 있어서 가봤더니 배 안에 궤짝이 있고 그 궤짝 안에서 아이가 있었지요. 이 아이는 용성국 왕자였는데 나중에 신라의 왕이 됐다고 하지요. 석탈해라는 이름에서 석(昔)이란 성은 까치 작(鵲)에서 새 조(鳥)를 떼 낸 것입니다. 또 까치는 오작교 설화에서 보듯이 연인들을 만나도록 도와주는 좋은 일하는 새로 알려져 있고 반드시 은혜를 갚는 새로도 알려져 있잖습니까? 까치와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것이 이 보은설화이지요. 잘 알겠습니다만 구렁이에게 곧 잡아먹힐 상태에 있던 까치를 구해 줬더니 나중에 은혜를 갚더란 이야기 말입니다.

 

동요에선 설 하루 전날을 왜 까치설날이라 했을까요?

 

임채욱 선생: 작은 설이란 뜻에서 말하던 아치 설이란 말이 까치 설로 됐다는 해석이 가장 유력합니다. 또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설빔 중에 까치두루마기가 있는데, 까치 무늬 같은 무늬로 돼 있어요. 손꼽아 기다리던 설날이 바로 내일이어서 설 전날 이 옷을 미리 입혀봤지요. 설날의 기쁨을 안겨주려고 좋은 소식을 전해 준다는 까치 이름을 붙여줬지요. 이처럼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하루 전날이어서 까치 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까치를 좋은 새로 알고 있는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까치는 유라시아 대륙 온대지방과 아한대 지방, 북미주지방에 번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입니다. 까치를 죽이면 벌을 받는다는 말도 있듯이 좋은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월 열 나흘 날 울면 수수가 잘되고 까치가 물을 차면 날이 갠다고도 하지요. 또 호남지방에선 까치가 집을 지은 나무 씨를 받으면 벼슬을 하게 되고 호서지방에선 까치집을 뒷간에서 태우면 병이 없어지고 중부지방에선 까치집이 있는 나무 밑에 집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고도 하지요. 까치는 반가운 사람이나 소식을 알리고 부자가 되거나 벼슬을 하게 하는 비방을 가진 새로 인식돼 왔지요.

 

자 이번에는 참매에 대해 이야기 해 보지요.

 

임채욱 선생: 아시다시피 북한은 헌법에 국화도 넣고 있습니다만 나라 새인 국조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했는데, 최근에 나온 문헌들을 보면 참매가 북한을 상징하는 국조라고 말합니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은 참매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참매는 용맹스러운 새입니다. 참매는 조선사람의 기질을 닮은 새입니다.”

김정은의 말에서 참매가 조선사람 기질을 닮았다고 하는데 참매는 어떤 새입니까.

임채욱 선생: 수리과에 속하는 매의 일종이지요. 매라고 하는 새들은 매, 참매, 새매, 개구리매, 황조롱이 등인데, 참매는 우리나라에서 꿩을 사냥할 때 쓰는 사냥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50~56cm로 우리나라 텃새라 하겠는데, 시베리아, 만주, 일본, 중국에도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82년 11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서 보호하는 새입니다. 북한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 분포가 많은 함경남도 덕성군 상동리와 신태리 일대는 보호구역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참매가 조선사람 기질을 닮았다고 하는 것은 날아가는 새를 하늘에서 급강하해서 발로 차다시피 해서 떨어뜨려서 잡는 일이 많은데 이런 맹금류라는 뜻으로 말했겠지요. 대개 도요새, 물떼새, 오리, 직박구리 등 작은 새들을 잡지만 더러는 들쥐나 토끼도 잡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보호가 필요한 새라면 아주 중요하게 다루겠네요?

 

임채욱 선생: 그렇지요. 북한 국가과학원 동물학연구소에 참매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집단이 있어서 참매에 대한 연구를 깊이 하고 있지요. 매는 매사냥으로 알려졌듯이 매는 사냥용으로 길러지기도 하는데 신라 진평왕 때 이미 매를 이용해서 사냥을 했고 고려 때는 응방이라는 매를 키우는 관청을 두고 송골매라는 해동청을 키웠고 이 사실이 원나라에 알려질 정도로 유명했지요. 매사냥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말타기보다 더 좋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고 하는데, 키우면서 훈련 시키는 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매가 전력을 다해 먹잇감을 잡은 뒤에는 반드시 무엇을 먹이지 않으면 병이 나기 때문에 먹이를 늘 준비해야 하지요. 그런데 그 먹이 중에서 쇠고기는 안 되지요. 쇠고기는 매의 눈을 멀게 한다고 하는군요.

 

까치나 참매를 국조로 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임채욱 선생: 남쪽에선 까치를 국조로 정하진 않았지요. 국조라기보다는 그저 사랑하는 새로 정했지요. 둘 다 우리 민족과는 오래전부터 친숙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역사성은 있지요. 그런데 까치는 농작물을 먹어 치운다든가, 도시에선 전주에 둥지를 짓다 보니 전선줄을 훼손시킨다거나 하는 폐해가 많아서 개체 수를 줄이자는 의견도 높습니다. 참매는 도시지역에선 보기 어려운 편인데, 그래도 좋아하는 새로 정했다니 아마도 참매 특징 중의 하나인 용맹성을 평가한 것 같군요. 국조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조, 즉 나라 새란 것이 나라 깃발인 국기나, 나라의 음성인 국가나, 나라꽃인 국화처럼 정통성 문제로 크게 부딪칠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통일된 뒤에는 다시 논의돼야 할 부분이 되겠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