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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음식이름)

평양면옥에서 열린 북한 지방특산요리 전시회에 출품된 요리들.
평양면옥에서 열린 북한 지방특산요리 전시회에 출품된 요리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3대 음식을 김치, 불고기, 그리고 녹두 지짐으로 봅니다. 김치나 불고기는 이름이 같은데 지짐은 다르지요. 지짐은 남쪽에선 대개 전이라고 하지요.

북한 설음식 중에 용봉탕이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닭과 잉어로 탕을 만든 것으로 닭은 봉이고 잉어는 용이라고 본데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군요.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남북한 음식 이름을 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용봉탕은 북한 음식이라기 보다 전래음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분단 후 이쪽저쪽이 왔다 갔다 하지 못하다 보니 문물에서 이것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것이냐, 아니면 남쪽 이 지방, 북쪽 저 지방에만 있던 것이냐 또 분단 후에 새로 생겨난 것이냐 하는 것 때문에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도 그렇습니다. 본래 분단 이전에 있었던 음식인데도 분단 이후에 저쪽 지방, 이쪽 어느 지방에서 새로 생겨난 것처럼 알게 되는 일도 있게 된 것입니다. 용봉탕만 해도 고종잔치 때 이미 상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으니까 북한지방의 음식이 아니라 전통음식이지요. 남쪽에서도 전라도 지방에서는 잉어 대신 자라를 써서 용봉탕이라고 하고 있지요.

그렇겠군요. 그런 사실들을 좀 더 들려주신다면?

임채욱 선생: 식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식해(食醢)는 생선으로 만드는 음식인데, 단맛이 나는 마시는 식혜(食醯)와는 글자도 틀리지요. 생선 식해는 하에 l를 쓰고 마시는 식혜는 혀에 l를 쓰지요. 옛날 선비들 사이에는 해혜지변(醢醯之辨)이라 해서 식해의 해 자와 식혜의 혜자를 구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실력을 인정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말이 옆으로 좀 갔습니다만 어떻든 생선에 쌀밥과 무우채, 그리고 소금을 섞어 숙성시킨 음식이 식해지요. 이때 생선은 가자미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 명태로도 만드는데 경상도 지방에는 갈치로도 식해를 만들었지요. 이 식해만 해도 북쪽이나 남쪽 다 만들어 먹었는데도 남쪽에서는 북쪽 음식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요. 그리고 이 식해를 북한에서는 지금 식혜라고도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나의 음식을 두고 남북한이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지요.

그런 사례들에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들어주시죠.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우리나라 3대 음식을 김치, 불고기, 그리고 녹두 지짐으로 봅니다. 김치나 불고기는 이름이 같은데 지짐은 다르지요. 지짐은 남쪽에선 대개 전이라고 하지요. 전은 전적탕반(煎炙湯飯)이라 해서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지요. 녹두전이나 녹두지짐이나 같은 음식인데 다르게 부르지요. 녹두 지짐은 또 빈대떡이라고도 하는데 녹두가 해독을 시키는 약성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 몸에 아주 좋은 것이지요. 이 세 가지 중 녹두 지짐은 제사상에 오르지요. 음식이름뿐 아니라 음식재료부터 다르게 부르는 것이 많지요.

그런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아까 말한 가자미식해만 해도 남쪽에선 가자미식해라 하고 북쪽에선 가재미식해라 하지요. ㅏ다르고 ㅐ다르게 된 것이지요. 식재료에서 약간 헷갈리게 하는 것이 오징어와 낙지인 것 같습니다. 남쪽에서 오징어라 하는 것을 북쪽에선 낙지라 하고 낙지를 오징어라고 한다는 탈북자 말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남쪽에서 갑오징어라는 것을 북한에서는 오징어라 하니 마치 다르게 부른 것으로 된 것이지요. 또 남쪽에서 피둥어꼴뚜기를 오징어라고도 하는데 북한에서는 피둥어꼴뚜기라 하지않고 파둥어꼴뚜기라면서 이게 낙지라고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남쪽의 오징어를 북쪽에선 낙지라고 부르는 것이 되지요. 이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남쪽으로 온 70대 이상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지요. 언제부터 이렇게 달라졌는지 궁금하지요. 앞으로 계속 규명해 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것들도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앞에서 말씀드린 오징어와 낙지 이름과는 달리 사투리 때문에 식재료 이름이 달라진 것이야 많지요. 여러분 멍게를 들어봤지요? 이게 표준말로는 우렁쉥이였는데 모두가 우렁쉥이보다 멍게를 찾으니 멍게도 표준말이 돼 버렸습니다. 북한에서 멍게는 ‘멍기’, 우렁쉥이는 ‘우릉성이’로 돼 있습니다. 이 정도야 비슷하게 알아들을 수 있으니 문제 될 것 없겠네요. 나중에 통일하면 되겠지요. 하기야 북한 과일 술을 남한 과실주로 알아들을 수 있고, 밤 한 톨에 두 개 알이 들어 있으면 쌍동밤이라 하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쌍동밤 외에도 쪽밤도 표준어로 쓰고 있습니다. 통조림이 통졸임이 된 것은 아무 일도 아니겠고 장조림을 장절임이라 한들 못 알아들을 것 아닌 것 같지요.

어묵을 고기떡이라 하고 수제비국을 뜨덕국이라 하니 이런 건 약간 알기 어렵겠네요.

임채욱 선생: 땅콩을 락화생으로 부르는데 말다듬기 기관에서 땅콩이라 했으나 인민들이 락화생을 더 선호해서 락화생이 됐다는군요.

북한 설음식 중에서 남쪽에는 없는 것이 있는지요? 분단 후 새로 나온 것이 아니고 전통시대부터 있던 음식 중에서 말입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는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 3대 음식 외에 약밥, 국수, 유밀과를 자랑하는 음식으로 치고 있지요. 이 가운데 유밀과는 우리나라 특색있는 음식이 분명한데 여러 유밀과 중에서 북한에만 있던 것은 노티란 것입니다. 노티는 찰기장 가루를 엿기름으로 삭혀서 기름에 지져내는 것입니다. 노티는 특히 평안도지방에서 찰기장, 찰수수, 차조 등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 중 하나지요. 노티를 만드는 법은 찰기장을 3시간 정도 불려뒀다가 가루를 내서 엿기름과 섞어 찝니다. 이 찐 떡에 다시 엿기름을 솔솔 뿌리면서 손으로 주물러 삭힌 다음, 기름 두른 번철에 조금씩 빚어서 약한 불로 지져냅니다. 평안도 실향민들은 이 노티가 향수를 자아내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음식이름도 통일시켜야 할 문제일까요?

임채욱 선생: 분단이전에도 같은 음식이라도 지방에 따라 이름이 다 달랐는데 음식이름이나 음식재료 이름이 다르다고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통일된 뒤에는 어떤 표준에 따라 하나로 통일돼야겠지요. 그래야 김치나 불고기처럼 국제적으로 통일된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이지요. 통일 후 음식이름 때문에 얼굴 붉힐 일이야 있겠습니까만 타당성 있는 이름을 찾으려는 즐거운 고민이 시작되겠지요. 이와는 달리 앞에서 말씀 드린 오징어나 낙지에 대한 혼란은 명쾌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