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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봄을 노래하는 서정시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산수유마을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이천 백사 산수유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산수유꽃을 바라보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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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4월입니다. 봄을 노래하는 시와 음악과 그림, 그리고 춤이 넘쳐납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에서 봄을 노래하는 시들을 서정시 중심으로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우리 선조들은 봄을 어떻게 노래했는지를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고려시대 가사 <동동>에서는 꽃을 통한 계절을 노래하고 있고 같은 고려시대 <만전춘별사>라는 가사에는 복숭아꽃에 이는 봄바람을 노래하면서 꽃은 아름다운데 인간은 고독하다고 읊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시조를 보면 봄꽃은 매화, 복숭아꽃, 배꽃, 버들이고 새는 꾀꼬리, 뻐꾸기, 두견새, 앵무새, 제비가 읊조려졌고 자연현상으로 바람은 동풍, 춘풍, 청풍으로 나타나고 비는 봄비, 아침비, 밤비로 표현됐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시조뿐 아니라 가사문학도 있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봄을 노래하는 장르로는 시조 못지않게 가사문학이 더 풍성할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대표적 가사로 <상춘곡>이 있지요. “엇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에 피어있고”로 시작되는 이 가사는 더 이어지지만 여기서 이 정도로 끊지요. 다음 <농가월령가> 가사에도 봄을 노래합니다. <농가월령가>는 농가, 즉 농사짓는 집에서 일 년 동안 할 일을 가사형식으로 읊은 것인데, 음력 3월조 두 구절만 읊어보겠습니다.

삼월은 늦봄이니 청명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해져 만물이 생동하니

온갖 꽃 피어나고 새소리 각가지라

농부의 힘든 일 가래질 첫째로다 점심밥 잘차려 때맞춰 배불리소

일꾼의 집안식구 따라와 같이 먹세 농촌의 두터운 인심 곡식을 아낄소냐(하략)

일꾼의 식구까지 먹여주라는 넉넉한 마음도 엿보입니다.

시조나 가사 외에도 봄을 노래한 한시라든가 소설도 있겠지만 다음 기회에 듣기로 하지요. 광복 전 근대시에서도 봄을 읊은 작품은 많을 테지요?

임채욱 선생: 가장 알려진 것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봅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물은 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라는 마지막 연에 이르면 봄이 왔더라고 참다운 삶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강토의식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1926년에 발표됐는데 이상화는 남북한에서 다 같이 애국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인정하는 시인이군요. 봄을 노래하는 또 다른 시들도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윤동주의 시 <봄>도 있고 1920년대 작가 조명희의 <봄잔디밭 위에>도 있습니다.

광복 후 북한의 서정시들 중 봄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이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서정시도 있지만 서사시라든가 정론시가 많은 편인데 서정시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 꼽기는 힘들겠습니다. 서정시에도 시대정신을 일반화시켜서 인식교양적인 뜻을 가질 것을 요구하니까 순전히 서정적인 것만 묘사되지는 않습니다. 가령 이호남 시인의 <봄>이란 작품(1947)을 보면 “종다리가 봄을 가져온다구요/ 두견화가 봄을 가져 온다구요/ 아닙니다. 눈쌓인 옅은 골짝은 아직까지도/ 농민의 봄은 저들로 달음질 칩니다/ ”로 서정적 묘사만 돼 있지만 마지막 연에 가면 “그렇습니다. 나라에 드리는 감사/ 웃동을 벗어 제끼어 대지를 딛고 섰습니다/ 당에 바치는 마음/ 앞당기는 봄입니다”로 됩니다.

그럼 순수서정시는 찾기가 몹시 어렵겠군요

임채욱 선생: 좀 그렇습니다. 앞의 작품은 북한정권 초기 작품이지만 2010년대 작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제비온 봄날>이란 시는 비교적 그런 냄새가 적은데도 이렇습니다.

봄을 찾아/ 봄의 고향을 찾아/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 산천은 낯익건만/ 마을은 낯설어/ 너 그리도 스치여 날아도느냐/ 보금자리 틀고 새끼를 키우며/정들었던 그 처마/ 강남 떠날 때 하직한 산천은/예대로 푸른데/ 옛집의 처마는 어디로 갔노/

장군님의 위대한 손길이 쓰다듬은/선군선경의 무릉도원 (중략)

제비야 강남천만리에 다시 날으며/ 바다를 건너거라 대륙을 지나거라/ 위대한 이 나라를 누리에 노래해다오/ (조선문학 2010. 6.)

그럼 광복 후 한국에서 나온 봄노래 시들 중 유명한 것 하나라도 소개 해주시죠.

임채욱 선생: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봄을 노래한 시모음 중에서 김춘수 시인의 <꽃>을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략)

정호승시인의 <꽃을 보려면>, 용혜원시인의 <봄날엔> 같은 작품, 그리고 이해인시인의 <봄일기>가 유명하지요. 정호승시인의 <꽃을 보려면> 한 구절입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중략)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다음 용해원의 <봄날엔> 한 구절입니다.

봄날엔 세상에 온통 사랑의 열기가 가득하다/ 저마다 자랑하듯 저마다 뽐내듯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나도 사랑을 하지 아니하고는 못견디겠다

‘나도 사랑을 하지 아니하고는 못 견디겠다’는 구절로 봄날을 다 묘사해 벼렸지요.

오늘 봄을 노래한 남북한 시들을 살펴보려 했지만 시간관계상 충분히 살피지를 못했습니다. 다음 기회를 찾도록 하지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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