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통일문화산책

도장과 서명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서울 용산구 서울역 KTX 대합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명장 숙련기술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최병훈 명장과 함께 인장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00:00/00:0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도장 사용은 환인이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줘서 땅으로 내려 보냈다는 단군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 있던 왕조시대의 도장이 한국으로 왔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왕조시대 도장이 뭐 그리 중요할 까 싶지만 문화재란 관점에서는 뜻이 있겠지요. 그래서 통일문화산책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우리선조들의 도장에 관한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한국에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있는데 이 단체는 국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 문화재를 환수하는 일을 합니다. 이번에 조선시대 후기 왕실에서 쓰던 궁중도장 1점을 뉴욕 경매장에서 사서 가져왔습니다. 도장은, 인장이라 말합니다만 도장은 사용되는 기능면도 중요하지만 그 제작과 관련된 문화적인 면도 뜻이 있지요.

도장 사용의 역사를 한 번 알아볼까요?

임채욱 선생: 도장은 신빙성을 담보하는 물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도장 사용은 환인이 아들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줘서 땅으로 내려 보냈다는 단군기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천부인의 내용이나 형태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지만 사람을 다스리는 근본을 새긴 것이라 짐작되지요.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도장 중에는 고려시대 동으로 만든 것이 남아 있고 조선시대 도장은 어보라고 하는 왕이 쓰던 도장에서 국새라고 하는 나라의 도장도 있고 개인이 쓰던 도장은 많이 남아 있지요.

도장은 무엇으로 만들었냐 하는 재질도 관심이지만 새겨진 글씨가 중요하겠지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도장을 만든 재질은 금, 은, 옥, 수정 그리고 돌, 나무, 뿔이나 뼈 등 아주 많지요. 심지어 낙랑시대 도장은 진흙을 구워 만들기도 했지요. 도장에는 주로 글씨를 새기지만 그림도 있을 수 있고 문양을 조각하기도 하지요. 글씨도 여러 체 글씨가 다 사용되고 문양도 독특한 것이 있다 보니 도장이 단순히 증거로 삼는 물건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예술품이 되기도 합니다. 왕실 도장은 물론이고 추사 김정희가 사용하던 도장이나 화가 신윤복의 도장, 문신 맹사성 도장은 글씨체가 예술작품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오늘 날 도장으로 날인하기보다 서명을 주로 하는 시대라서 도장은 그 기능을 끝내지 않았나요?

임채욱 선생: 그렇긴 합니다. 국가 간 조약문에도 서명으로 합의사항을 확약하는 시대지요. 그러다보니 도장이 하나의 과거 회고적 물건으로 관심대상이 되고도 있지요. 실제 최근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이 미국 국무부에서 한국관계 일을 하는 직원들을 한국대사관에 초청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글로 새긴 직원들 각각의 도장을 선물을 했지요. 얼마 후 한글 도장을 받은 그 직원들이 감사편지를 보내면서 도장을 다 찍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무시하던 도장이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선물로 인식된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도장이 외국인에겐 좋은 선물로도 되겠군요. 근데 현재 남북한에서는 도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는 공공단체 직인은 사용됩니다만 개인적인 도장 사용은 거의 서명으로 대체된 것 같습니다. 은행에 계좌를 낼 때도 서명으로 하면 되고 행사참가 확인도 서명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공공기관에서 중요한 서명은 도장날인으로 하는 일도 있겠지요.

북한에서는 도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도 기관, 기업소, 단체별로 공인된 인장이 있고 직책에 따른 직인도 씁니다. 법률행위를 증명하는데 사용되니까 지정된 목적만을 위해 정확히 사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개인도 도장을 갖고 있습니다만 수표(手票)도 합니다. 수표는 도장 찍는 대신에 자기 손으로 자기 이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남쪽 사람들은 사인이라고 말하지요.

북한에서 하는 수표는 서명을 말하겠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수표도 증명이나 확인을 하기 위한 행위지만 도장을 찍는 대신에 수표를 하는데 수표를 하는 광경을 하나 보겠습니다. 한 마을에 나이 많은 노인이 수술을 하게 됐는데 연대보증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인민반원들에게 동의하는 수표를 하라고 요청하자 모두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의 수필(조선문학 2015. 9.)을 봤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서명이란 말도 살아 있습니다. 사전에서 서명은 공민들 상호간, 단체들 간, 공민과 단체들 간에 맺어지는 법률적 문건에는 권한 있는 당사자가 서명을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특히 정치경제적인 문제에서 어떤 요구를 실현시키려고 할 때 서명운동으로 참가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실제 서명운동이 많지만 북한에서도 서명운동이 구체화됩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말하는 서명운동은 제국주의자들의 침략정책과 간섭책동, 전쟁도발책동 등반동들의 부당한 책동에 항의해서 적들을 혼란시키고 수세로 몰아넣으려고 하는 운동이므로 북한체제 내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운동이지요.

도장은 위조가 되고 해서 앞으로 도장사용은 약화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을 것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하기야 위조의 위험성이야 있지요. 역사상 도장을 위조해서 일어난 사건도 많고 본인 모르게 날인해서 일어나는 일도 많지요. 한국에서도 최근 그런 일이 한 가지 있었지요. 교육부에서 교과서를 고치려고 집필책임자 도장을 당사자 모르게 찍었다고 합니다. 도둑날인을 한 것으로 그 문서는 위조문서가 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도장 파는 사람이 있지만 필요한 문서를 위조하려고 집에서 도장을 새겼다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북한 국장에 나오는 벼이삭 띠를 새겨서 가짜 도장을 만들었다는 증언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비단 이 탈북자 한 사람뿐이겠습니까?

그리고 도장이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은 법률적으로 인감사용을 하는 한 도장은 필요할 것입니다.

인감의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한다면 도장이 없어지는 일도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인감은 도장이 위조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도장이지요. 그런 도장대신 서명으로 증명하려 한다 해도 서명 자체를 등록시켜야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거래당사자 간 계약행위에서는 언제나 필요하니까 인감은 여전히 있어야 할 것이지요. 또한 공공기관 간에도 공인이나 직인은 계속 필요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통일문화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문단, 평양문단  (0) 2019.09.21
삼복철 음식  (0) 2019.09.21
애국선비 황현의 책 ‘매천야록’  (0) 2019.09.21
한복과 조선옷  (0) 2019.09.21
고려인 화가 변월룡 씨 이야기  (0)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