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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서울문단, 평양문단

지난 2006년 금강산에서 진행된 '6.15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 '문학의 밤'행사에서 남북 문인들이 함께 단상에 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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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국에 문학상은 대개 500개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양적으로는 굉장히 많지요.

최근 서울 소식을 보니 한국문단 침체기란 기사가 보이더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남북한 문단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문인들이 활동하는 무대가 문단일 텐데, 한국에는 등록문인만 해도 수천 여명이고 한 해 발간되는 문학서적만 해도 12,000종이 넘는다는 한국 문단인데 어째서 침체기인지 저도 궁금하군요. 그런데 한국에서 전체출판시장에서 문학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에 와서 낮아지는 것과 함께 문학책을 읽는 독서율이 낮아졌다는 통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문학책보다 학업이나 취업, 업무 관련 책을 읽다 보니 비문학 독서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문학책은 안 팔리고 문학의 위상은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문학이 침체되고 문단이 활력을 잃을 수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비문학분야 독서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세계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지요. 그보다는 문단내부의 문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한 문학실태조사(2018 문학실태조사,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나타난 한국문단의 가장 큰 내부문제는 ‘폐쇄적인 문학권력’이 지적됐다고 합니다. 또 문학상 수상이라든가 신인의 문단등단 기회가 개방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답니다.

폐쇄적인 문학권력이라면 뭣을 말하는지 짐작도 됩니다만 이런 게 문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이상하고 또 문학상 수상이나 신인등단 문제 같은 것은 늘쌍 있는 일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문학상 문제는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고 신인등단도 문학단체 단위로 시행하는 것이라서 그게 폐쇄적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국가기관에서 공개적으로 신인공모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지금 한국문단에서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문학은 죽지 않고 더 새로워질 뿐이라는 지적도 있지요. 그게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는 웹 소설 같은 것에 뛰어드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웹 소설 현황은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에서 주52시간 근무가 되면서 여가생활이 새로워져서 웹 소설을 쓰려는 직장인들도 있고 오히려 수당이 줄어서 부업삼아 웹 소설을 배우려고 하는 직장인도 있지요.

지금 웹 소설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은데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가 추산하는 웹 소설 지망생은 한 20만 명쯤 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북한문단으로 시선을 옮겨 볼까요?

임채욱 선생: 북한문단 분위기야 한국과 완전히 다르지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노래하고 사회주의 도덕 기풍을 세우도록 주민들을 계도하고 경제선동 활동에도 문학이 역할을 크게 해서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기여해야하고 아직도 6.25전쟁 때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애국헌신을 이끌어내는 문학의 임무를 아주 열심히 하고 있지요. 작품창작도 당의 호소에 따라 결사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시기, 해당하는 작품창작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지요. 이른바 창작전투를 벌이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개별 문학단체에서 일정한 수준이면 등단형식으로 문학가로 되는데 북한에서는 시인이나 작가가 되는 길이 어떻습니까?

임채욱 선생: 대체로 두 경로가 있습니다. 평양에 있는 유수한 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하고 창작과 관련되는 단체, 가령 4.15창작단같은 곳에 배치돼서 활동하면서 주어진 작품을 완성해서 작가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고 또 한편 전국 작품현상 모집에 응모해서 당선된 뒤 작품이 문학잡지에 게재되면 시인이나 작가로 등단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창작단에 속해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사람은 현직문인이고 기업체나 공장에서 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은 현역문인이라 합니다. 현역문인은 각 직장에 조직돼 있는 문학 소조에 속해서 문학통신원으로 역할 하기도 하지요.

현직문인과 현역문인은 작품활동에서 차이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현역문인 중에는 문학소조에서 활동하다가 문학통신원으로 돼서 처녀작을 <청년문학>이란 잡지에 실렸지만, 더 멋진 작품을 써서 <조선문학>에 실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를 보면 작품의 수준에 따라 게재되는 문학지가 다른 것이지요. 북한에서도 기성작가가 신인진출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단 주의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문학 예술창작을 신비한 것으로 내세우면서 기성작가들이 문예운동을 독차지한다면서 전문 일군 본위로 나가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서 최상급의 대우를 받는 선망의 창작단인 4.15창작단에 속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나온 문학의 대중화 정책은 어떤 것입니까?

임채욱 선생: 창작사업에서 신비주의를 마스고 문학예술을 널리 발전시키라는 게 선대통치자 김일성 말입니다. 이를 이어받아 김정일은 군중 문학 창작지도를 하는데 이게 1977년 6월 4일입니다. 이 날을 기념해서 ‘6월 4일 문학상’ 제도가 나옵니다. 이 상은 대체로 문학 통신원들에게 수여합니다. 누구나 문학 통신원이 될 수 있고 작품이 좋다면 6월 4일 문학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요.

한국에서도 문학상은 아주 많다고 압니다.

임채욱 선생: 한국에 문학상은 대개 500개 정도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양적으로는 굉장히 많지요. 한국문인협회는 3년 전(2019년)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려다가 철회한 일도 있지요. 이들이 거둔 문학적 성취보다 친일했다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남북한에서 활동하는 문인들 숫자는 대략 어떻게 될까요?

임채욱 선생: 글쎄, 앞에서 웹 작가 지망생만도 20만 명이 넘는다니까 등단 문인은 수십만 명? 가장 큰 문인단체라는 한국문인협회만 해도 회원 수가 1만 4,000여명입니다. 또 한국작가회의란 문인단체도 회원수가 2,000명이 넘습니다. 중복도 되겠습니다만 문인협회에 포함되지 않은 시인들 단체도 많고 하니 그 숫자 파악이 그야말로 어렸겠습니다.

북한은 현직문인과 현역문인 다해서 한 3000여명 쯤 된다는 탈북 작가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문학이 침체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 북한에서는 여전히 문학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남북한에서 앞으로 문학은 어떻게 발전할까요?

임채욱 선생: 앞에서 한국문학은 그래도 죽지 않고 새로워지리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웹 문학으로 발전될 것이라 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보면 한국에서는 이미 문장을 자판기에서 뽑는 시대가 왔습니다. 기계에서 문장을 뽑는 자판기 시대에도 문학은 살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합니다. 북한에서도 컴퓨터가 문학작품을 창작하고 보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사에서 선진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문학작품 보급을 하고 있다고 했지요. 바로 한국에서의 문장자판기 같은 것을 소개한 것이지요. 어떻든 한국문학도 K-pop같이 뜨겁게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갈 방략을 꾸며야겠습니다. 그 방략에는 남북한 문단이 힘을 합쳐서 해외 교포문학도 아우르는 것도 포함돼야겠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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