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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모자이크 문화, 주체일색 문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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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8월이면 짓누르는 관념은 광복과 해방 못지않게 국토분단, 민족분단이라는 것입니다. 올해 8월도 분단을 의식하면서 남북한이 이 분단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 앞에 놓이게 됩니다.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지난 74년간 참으로 안타까운 세월이었습니다. 남북분단은 처음 군사적 분단, 즉 지리적 분단으로부터 시작돼서 정치적 분단, 그러니까 이념분단을 낳았고 이를 거쳐서 문화적 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문화적 분단은 바로 민족분단인 것입니다. 이제는 남북한이 민족분단도 모자라서 한 민족임을 부인하는 심리적 분단까지 이르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한일 간 무역문제로 인한 갈등국면에서 민족주의적 감정이 치솟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어떻게 보십니까?

임채욱 선생: 아마도 이런 갈등국면을 올라타려고 하겠지요. 남쪽에서도 관제민족주의라는 게 활개를 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남북한이 하나 돼서 일본에 대항한다는 것도 비현실적 환상일 뿐입니다. 엄격하게 말해서 남북한은 분단 후 아주 먼 거리를 와버렸습니다. 민족의 공통성은 약해지고 사회의 유사성도 찾을 길이 없는데, 한쪽은 국민이 되고 또 다른 쪽은 인민이 됐지요. 국민이 만든 사회는 모자이크 사회가 되고 인민이 만든 사회는 주체일색의 사회가 돼 버렸지요.

모자이크 사회와 주체일색의 사회라는 개념으로 남북한 사회와 문화를 구별 지을 수 도 있겠군요?

임채욱 선생: 현재 남북한 사회를 보면 남쪽은 다문화사회라고 할 정도로 외국 이주민들이 많이 들어와서 사는 모자이크 사회가 됐습니다. 모자이크는 여러 작은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모양을 이루는 것을 말하지요? 가령 여러 가지 빛깔의 돌이나 유리, 금속, 조개껍질, 타일 등을 조각조각 붙여서 무늬나 그림을 만드는 것을 모자이크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쪽 무늬 그림이라고 하지요. 이 모자이크를 원용해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를 모자이크 사회로 부르는 것이지요. 지금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사람은 240만 명 가까이 됩니다. 한국 총인구의 5%수준에 이르는 것입니다. 머지않아 외국인 10%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어느 한 도시에서는 세계 111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이러니 모자이크 사회라고 해도 될 정도지요. 북한에서는 이를 두고 민족부정, 민족말살이라고 몹시 비난하고 있지요.

왜 비난하는데요? 비난의 논리는 무엇입니까?

임채욱 선생: 우리 단일민족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해친다고 하지요. 외국이주민은 결국 민족의 단일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아서 남조선을 잡탕으로 만들게 되고 민족의 정신무장을 해제해서 민족말살을 가져 온다고 주장합니다. 북한 주장 중 어떤 것은 외국인과 혼혈이 증가하면서 한국에는 새로 생긴 성씨들도 늘어나서 빙, 포, 뇌, 범 등 400여 개 이상의 해괴한 성들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민족의 넋이 질식됐다고 비난 합니다.(노동신문 2011. 11. 10. 5면)

북한의 논리는 민족말살을 우려하는 면에서 받아들일 면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그게 종족민족주의란 관점이지요. 종족적 민족주의란 것은 땅을 같이하고 피를 같이하는 사람들의 유대라고 하겠는데 우리민족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1905년부터 1945년까지 이 종족적 민족주의로 버텨냈다고 봐야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종족적 민족주의가 광복 후에는 근대화를 이루고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국민적 민족주의로 바뀌었지요. 이 국민적 민족주의가 그 임무를 다한 뒤니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시민적 민족주의로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머뭇거리는 위치에 있다고 보겠습니다. 한데 북한에는 국민적 민족주의도 아닌 인민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민중적 민족주의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 민중적 민족주의도 필요할 땐 종족적 민족주의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북한이 한국의 다문화 사회를 비난하는 것은 다분히 종족적 민족주의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다문화사회를 모자이크 사회라고 한다면 북한은 주체일색으로 이뤄진 사회가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사실 한국사회를 모자이크 사회라고 확실하게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주체일색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모자이크라는 것이지, 캐나다 이민정책처럼 이민집단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을 모두 허용한다는 것은 아직은 아니지요. 그렇다고 미국처럼 이주민 집단의 정체성과 문화를 허용하지 않고 용광로에 녹이듯이 하는 다문화정책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은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야 당연히 하나의 가락에 천만가락을 맞추는 일색의 사회이고 그것도 주체혁명이란 것을 이뤄야 하는 주체일색의 사회를 지향하고 있지요. 그 주체를 줄기 삼아 사회주의문명의 큰 가정을 이루자고 하는 것이 북한의 정책이니까 여기에 다른 이질문화, 다른 인종의 관습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주체일색의 사회에서 사회주의문명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사회주의문명은 온 사회를 덕과 정으로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요. 하는 일과 일터는 달라도 영도자를 친어버이로 모시고 한 집안 식솔처럼 화목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대가정 안에서 사회주의문명이 꽃핀다고 합니다.

앞으로 한국 다문화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될까요?

임채욱 선생: 한국사회는 지금 단일민족으로 살아왔던 민족동질성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 도시에서 111개국 사람이 있다니 분명 다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사회가 돼가는 것이지요. 정부에서는 이를 수용하려는 정책을 마련하려 하겠지만 국민 중에는 이를 싫어하는 국가인종주의자도 많을 것이니까 앞으로 북한의 비난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간 갈등도 예견되는군요. 국민통합상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지요.

국가인종주의는 무엇입니까?

임채욱 선생: 국가인종주의는 한마디로 민족을 우수하게 개량해서 국가를 발전시키려는 사상이지요. 나치스 독일에서 열등한 유전자를 없앤다고 단종법을 시행하려 한다든가, 유럽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나 뉴질랜드에서 이슬람 사원에 총격 테러를 한 사람, 또 얼마 전 히스패닉이 싫다고 텍사스에서 총기를 난사한 백인우월주의자(19. 8. 3.)가 다 이 국가인종주의 사상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요. 국가인종주의자 사상에서는 집단 안에서 경쟁을 강화해서 우수한 인종적 자질을 가진 사람이 살아남도록 하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청소해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거참 듣고 보니 심각한 문제군요.

임채욱 선생: 그렇다고 다인종, 다문화 사회가 된 이상 이에 따른 정책을 포기할 순 없지요. 국가인종주의자가 확산되지 않게 열린 민족주의, 즉 시민적 민족주의자가 되도록 이끌어야지요. 그래야 언젠가는 달성될 통일한국에서도 남북한 주민의 갈등이 줄어 들 수 있을 것이니까요. 그런 단초를 찾는 통일연습도 해야 할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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