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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대동사회와 통일문화

지난 2018년 제주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에서 열린 제59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참가한 전국 15개 시·도 대표팀과 이북5도 대표팀, 관람객들이 함께 남북통일 염원 대동놀이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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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대동사상에는 통치자 자리도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백성이 가장 귀하고 다음이 사직이고 마지막이 다스리는 자, 임금은 가볍다’라고 했으니까 북한처럼 통치자 한 사람이 지배하고 군림하는 곳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어렵겠군요

지난 시간 남북한 사회가 모자이크 사회와 주체일색의 사회로 돼 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정녕 이렇게 멀어져 가야만 하는지, 남북한을 아우르는 무슨 사상이나 정책이념을 찾아내지 못하는지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임채욱 선생: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생각 끝에 대동사회의 사상을 떠올려봤습니다.

대동사회라면 오래된 공자시대에 있던 것을 말하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공자를 비롯한 유가들이 대동사회에 대해서 말한바 있지요. 큰 도가 실행되면 세상은 공공의 것이 돼서 통치자도 어질고 유능한 사람이 선택받게 되고 자기 부모만이 부모가 아니라 남의 부모도 내 부모로 돌보는 세상, 젊은이는 일거리를 얻고 고아, 노인 병든 사람이 다 부양되고 또 재산을 공유하니 도둑이 없고 대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세상, 이런 세상을 대동, 대동세계라고 부른다 했지요. 말하자면 동양에서의 이상사회지요.

지난 시기의 이상사회가 오늘날 어떻게 이뤄진다는 것인지, 그게 무슨 의미를 갖는다는 것인지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임채욱 선생: 임금의 자리를 사사롭게 물려주지도 물려받지도 않아서 세상이 공공성을 띄고 가족간 화목하고 재산을 공유하니 공평하게 분배가 이뤄지는 가운데 어려운 사람 돕는 복지도 있으니 자유, 평화, 그리고 행복이 있는 세계가 틀림없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사회가 되기는 될까요? 대동세계의 사상, 다시 말해서 대동사상은 봉건사회 이전 시대 것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존엄한 인권과 천부의 자유사상도 내포돼 있습니다. 공자는 인(仁)을 말할 때도 자기에게서 유래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자유를 강조한 것이지요. 이런 관점은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다른 한편 대동사상에는 고통받는 노동자, 농민과 소외자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으니 사회주의 관점에서도 받아들일 내용이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대동사상에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기 때문에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벼운 것이라고 했으니 이런 사상은 오늘날에도 반길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으로 좌우파 다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는 것이군요.

임채욱 선생: 바로 그 점이 중요합니다. 양쪽에서 다 수용할 수 있는 사상이라면 좌우이념을 융합하는 포용성도 그 안에 있을 것이란 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동사상은 좀 더 천착돼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사상을 지금 남북한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임채욱 선생: 그 이전에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동사회와 짝지워지는 것으로 소강사회(小康社會)가 있습니다. 이걸 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소강사회는 대동사회처럼 재산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을 사유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면서 사는 사회입니다. 중국의 등소평은 1987년에 3단계 발전계획을 세우면서 1단계(1981~1990)에는 중국 국민이 의식문제를 해결하고 2단계(1991~2000)에는 1인당 국민소득을 1000달라로 끌어올리고 3단계에 가서는 중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단계를 소강사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01년에 1인당 국민소득 1010달라를 올려서 소강사회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시진핑은 2020년, 내년말까지 전면적 소강사회를 이루고 2035년이 되면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해서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적인 현대강국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가질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대동사회가 아니더라도 소강사회라도 이룬다는 것은 기대되는 발전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도 소강사회를 이룬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북한에서는 대동사회나 소강사회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대동사회나 소강사회에 대한 개념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학술논문이나 신문잡지에서도 이 개념을 소개하는 기사를 찾기 어렵습니다. ‘조선말사전’에서 대동이란 항목을 ‘옛날에 큰 도리가 지배하였다는 변영하고 평화롭던 시대’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사회는 오늘날 사회주의 문명사회에 아무런 암시도 주지 못한다고 보겠지요. 의외라고 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동사회나 소강사회를 어떻게 봅니까?

임채욱 선생: 먼저 우리나라 역사에서 대동사회나 소강사회를 어떻게 봤냐하면 상당히 의미있게 봤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동사회에 대한 관심과 실현욕구가 여러 사람에 의해 나타났지요. 조광조가 하늘의 이치가 실현되는 이상사회를 목표로 왕이 공평무사하게 잘 다스리는 정치를 하길 바란 것도 대동사회를 실현하려고 한 노력이라 볼 수 있지요. 조광조는 대동세계를 현실에서 실현시켜보려고 중종임금에게 정성을 다해 학문을 가르치기도 하는데 반대파에 의해 실패하고 맙니다. 조광조 뿐 아니라 많은 유학자들은 대동사회를 이룰 방법을 나름대로 정책화하려 합니다. 우리가 아는 김육의 대동법 같은 것도 그런 일 중의 하나지요. 무엇보다 좋은 것에 대동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평양이 자랑하는 대동강 이름도 패수란 이름을 고려 때 대동강으로 바꾸고 평앙성 문도 대동문으로 바꿨습니다. 평안도와 황해도를 묶어서 부르는 해서지방 굿도 대동굿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침략을 의식하던 시기 애국계몽운동을 하던 박은식, 장지연 등은 대동사상을 주장하면서 유림도 국권회복운동에 나서게 했고 애국계몽단체 이름도 대동보국단, 대동보국회 같이 대동을 쓰며 신문도 대동보, 대동민보처럼 대동이란 이름을 썼습니다. 대동세계의 대동단결을 의식한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우리역사에서 대동이란 개념이 널리 쓰였다는 것인데 광복 후 한국에서 대동사상에 대한 관점은 어떤지요?

임채욱 선생: 누가 지적했듯이 한국 대학이나 일반사회 많은 축제가 대동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학계연구를 떠나서 대동사상을 연구하고 실천하려는 단체도 있지요. 대동사상기념사업회 같은 단체는 조선시대 정여립이 대동사회를 이루기 위한 공화주의 사상을 세계 최초로 내세웠다면서 이를 기리는 행사를 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남북한에서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까?

임채욱 선생: 대동사상에는 이런 것이 기본입니다. 통치자 자리도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백성이 가장 귀하고 다음이 사직이고 마지막이 다스리는 자, 임금은 가볍다’라고 했으니까 북한처럼 통치자 한 사람이 지배하고 군림하는 곳에서는 기본이 되는 이런 부분부터 받아들이기가 어렵겠군요. 하지만 인민생활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우선 소강사회라도 이룰 준비를 하면 좋겠지요. 한강의 기적이 있었는데 대동강의 기적은 왜 없겠습니까? 소강사회를 이룩한 바탕에서 남북한 대동사회를 이룰 통일문화를 형성해 갔으면 합니다. 대동강이 그 이름값을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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