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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설명절 놀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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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윷놀이를 즐기는 북한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에서 화투는 드러내놓고는 치지 않지만 은밀하게는 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큰 흐름은 크게 다를 바 없죠. 가족들을 방문하고, 설 인사를 드리고, 적지만 세뱃돈을 나누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만수대 동상을 포함해 김부자에게 먼저 첫 인사를 해야 하는 것,

지난 7일, 설 하루 전날 북한은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남북한 주민들은 이번 설날에 미사일 발사 이야기로 한쪽은 박수를 치고, 다른 한쪽은 우려하는 시선으로 명절을 쇠었겠죠. 하지만 명절은 명절이어서 차례도 지내고 세배도 하고 명절놀이도 즐겼겠지요.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명절놀이, 그중에서도 설명절놀이를 하는 모습들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한국에서는 설에 민속놀이 가운데 신년대국을 한다고 남자들은 장기나 바둑을 두지요. 또 어떤 집안에서는 가족 전체가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지요. 간혹 화투를 치는 모습도 볼 수 있지요. 북한에서도 장기를 둔다거나 윷놀이를 하지요. 아이들은 광장에 나가서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를 하기도 하고 넓은 공터를 찾아 연날리기도 하는데, 이는 남쪽이나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북한에서 윷놀이를 하는데 가족단위로만 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의 윷놀이대회를 조직해서 공식행사로 진행하기도 하죠. 이 윷놀이를 보면 대형 윷판을 만들어 두고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을 하는 가운데 쓰는 말도 4동이가 아니라 10동이고, 말동도 물건이 아니라 일곱 여덟 살 쯤 되는 소년과 소녀들이지요. 한 팀은 소년 10명, 다른 한 팀은 소녀 10명, 이런 식으로 사람이 들어갔다가 잡히면 나오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요. 가령 도가 나오면 한 사람이 들어가지만 걸이 나오면 세 사람이 한꺼번에 윷판에 들어가는 거지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은 어땠나요?

임채욱 선생: 소식 들어서 알지 모르겠습니다만 다음 달 9일, 그러니까 3월 9일에 최고의 인공지능을 가졌다는 알파고라는 로봇과 한국의 이세돌 9단이 바둑대국을 하지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시합이야기를 하면서 신년대국을 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북한에서는 바둑을 두는 경우는 좀 드물고 장기를 많이 두고 있었죠. 한국에서는 바둑인구가 몇백만 명이지만 북한에서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요. 그것은 바둑이 옛날 선비들이 한가하게 둔다는 관념이 작용해서 북한에서는 장려하지 않았지요. 또 북한에서는 바둑판을 만드는데 정교해야 했고, 장기알은 그냥 나무를 깎아 만들면 됐지만, 바둑돌은 곱게 연마해야 했기에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지요. 북한에서 바둑협회라는 단체가 생긴 것이 1989년 8월이고 전 지역 바둑대회가 열린 것이 이듬해인 1990년 5월이였죠. 이것도 그들 수령이 바둑을 둬도 된다는 한마디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지금은 국제바둑협회에도 가입하고 잘 두는 고수들도 많아서 세계적인 선수도 나오고 있지요. 선수라고 했는데 북한도 한국처럼 바둑협회가 체육단체에 속해 있어요. 북한에선 바둑보다 장기가 더 대중적으로 퍼져 있는데 겨울이라서 공원이나 거리에서 장기 두는 사람이 안 보이지만 여름에는 바깥에서 장기 두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북한의 장기에선 한국과 다른 점이 보이기도 하죠.

그게 뭣인가요?

임채욱 선생: 우선 장기판이나 장기 말이 매우 큰데 그거야 별문제 아니지만, 장기알에서 한자로 된 차, 포, 마, 상이 전부 한글로 표기돼 있어요. 한나라 초나라를 표시한 한(漢)고 초(楚)도 왕과 궁으로 바꿔 표시했어요. 이보다 더 주목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장군’ 또는 ‘장군아’하고 외칠 때 장군, 장군아 대신 ‘장훈’, ‘장훈아’라고 외친다는 거죠. 이게 아니면 그냥 장이야, 혹은 포장이야 하고 외친단 말이에요. 왜 그럴까요? 그야 뻔하지요. 장기 두는 상대방을 향해서 장군아! 하고 외친다는 것은 그들 수령을 향해 외치는 것과도 같이 되는 거죠. 장군아 외치는 재미 대신 장훈아로 달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화투도 친다고 하셨는데 북한에서도 화투놀이를 합니까?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화투는 드러내놓고는 치지 않지만 은밀하게는 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화투가 일본에서 1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사람들이 조선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보고 또 내기 아니면 돈을 걸고 하는 오락이기 때문에 광복 후부터 이를 단속했다고 해요. 화투에 대해서는 이처럼 좋지 않게 여겨왔지요. 그러다가 요즘은 중국에서 화투가 들어와서 몰래몰래 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군요. 혹시 단속에 걸릴 수도 있으나 적극적으로 단속을 하지는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한국에선 장기보다 바둑이 왜 더 성한 것 같습니까? 장기나 바둑이나 즐기면 되는 것 아닐까요?

임채욱 선생: 재작년 9월인가 서울에서는 광화문 광장에서는 바둑판 수백 개가 놓이고 나라 안에서 모인 여섯 살 소녀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닮은 아시아 사람뿐 아니고 파란 눈의 서양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성별, 연령, 지역,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바둑동호인들이 참가해서 장관을 이뤘지요. 바둑을 즐기는 사람은 버스 안에서도 스마트 폰으로 바둑경기를 즐기기도 하죠. 평양에서는 바둑보다도 직장대항 장기대회가 명절 때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바둑이나 장기를 즐기면 되지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 이렇게는 말할 수 없지요. 혹시 이런 말 들어 보셨나요? 사돈끼리 만났는데 한 쪽 사돈이 말하길 “사돈, 바둑 두십니까?” 하니 다른 쪽이 “아니 못 둡니다”라고 대답하지요. 그래서 이쪽에서 다시 “사돈 장기는 둬요” 하니까 역시 “장기도 못 둡니다”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쪽 사돈 말이 “사돈 그럼 꼰은 둘줄 알아?”라고 합니다. 완전히 말을 낮춰 하는 거죠. 두 사돈 간의 이 대화에서 바둑과 장기의 위계랄까 그런 것이 나타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공자 말씀대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니까 뭣이든 마음껏 즐기면 되겠지요.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 씨가 진행하는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지난 8일 시간에는 ‘물론 밥은 먹고 왔겠지?’ 제목의 이야기로 진행했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음력설을 회고하는 내용 함께 들어보시죠.

김광진 연구위원: 민족대이동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움직이죠. 며칠 사이 수천만 명이 지방으로 내려가고 또 서울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추석과 음력설 만큼은 우리 민족이 가장 크게 쇠고 기다리는 최대의 민속명절임이 틀림없죠. 북한에서도 큰 흐름은 크게 다를 바 없죠. 가족들을 방문하고, 설 인사를 드리고, 적지만 세뱃돈을 나누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면 만수대 동상을 포함해 김부자에게 먼저 첫 인사를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신정에는 신년사를 암송해야 하는 것 일 겁니다.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때는 이런 말도 유행했었죠. 가족이나 친지가 집에 오면 인사가 ‘물론 밥은 먹고 왔겠죠?’였죠. 실시로 누가 이렇게 인사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어려운 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표현이었습니다. 지금 사정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지만, 북한당국은 이번 음력설을 장거리로켓 발사시험으로 맞이했습니다. 지구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정권안보만을 위한 국고의 탕진,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이 세태가 계속될 경우 북한체제가 과연 얼마나 더 오래 버틸까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