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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민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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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학로에서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채택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족통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형 한반도 단일기가 펼쳐진 가운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은 대남관계 문제에서 입만 열면 민족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민족이 한국에서 보는 민족과 같은 개념인지 궁금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지만, 남한 일본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결심만 하면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핵확산 금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만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 1월 초 핵실험에 대해 북한당국은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저들이 동족은 맞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민족적이라고까지 규정하지요.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은 민족을 어떻게 보기에 남쪽동포들을 저버리는 행위를 예사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은 대남관계 문제에서 입만 열면 민족을 내세웁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민족이 한국에서 보는 민족과 같은 개념인지 궁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전의 김일성은 오래전 이런 말을 했지요. “온 세계가 다 공산주의화 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므로 일정한 시기까지는 민족적인 것을 살려야 한다.” 이 말은 결국 민족은 공산주의 세상이 되면 없어질 존재지만 필요할 때까지는 활용해야 된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남쪽에 있는 동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부르죠아 민족이지만 북쪽에 있는 사람들처럼 프롤레타리아 민족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만드는 것이 ‘남조선혁명’이란 것이죠. 다시 말해서 남쪽사람들을 빨갛게 만드는 공산주의화 한다는 것이죠.

그럼 이런 민족관에 입각한다면 남북한 동포는 같은 민족이라 할 수도 없겠네요.

임채욱 선생: 그렇죠. 하지만 이런 민족관을 내세우다간 남쪽 동포들을 자기들에게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보고는 다른 형식으로 바꾸고 있지요. 생전의 김일성은 1990년대 초가 되면 민족 내지 민족주의에 대해 생각을 바꿉니다. 그전에는 민족주의를 배격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는데, 1991년 8월이 되면 “나는 공산주의자인 동시에 민족주의자이고 국제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합니다. 하루아침의 민족주의자가 돼 버린 것이지요.

어떤 배경에서 이렇게 바뀌어야 했을까요?

임채욱 선생: 1980년대 중반이 되면 소련이 개방정책을 취하고 중국이 바뀌고 1990년대가 시작되면 동유럽이 해체되면서 사회주의권의 좌절이 옵니다. 이러한 정세변화 속에서 북한은 살아남기 위해 1991년 가을에는 한국에 뒤따라 유엔에 가입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사상의 혼란을 막기 위해 그전에 내세우던 ‘조선민족제일주의’ 같은 이데올로기를 변모시켜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내면서 민족을 찾고 강조하게 된 것이죠.

앞에서 김일성이 자기는 민족주의자라고 말했다는데 이건 한국에서 말하는 민족주의자나 같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아닙니다. 그가 말하는 민족주의자는 남한의 부르죠아 민족주의자와는 다른 ‘주체적 민족주의자’란 것입니다.

그럼 주체적 민족주의자가 뭔지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임채욱 선생: 주체적 민족주의자는 ‘주체적 민족관’을 갖는 사람이죠. 주체적 민족관은 ‘주체사상’에 따른 민족관을 말하는데 마르크스주의자가 말하는 민족관과는 다르다고 하죠. 그건 마르크스주의자는 민족보다 계급을 중시했는데 주체적 민족관에서는 반대로 계급보다 민족을 더 중시하고 우선시킨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가 돼서 계급은 없어져도 민족은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박승덕이란 북한의 철학자는 민족이 있고서야 계급이 있다고 잘라 말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남북한에서 설령 자본가계급과 노동자계급이 대립돼 있어도 민족이 동질성에 기초해 있다면 민족통일은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지요.

그전의 민족관 하고는 완전히 다른 것 같군요

임채욱 선생: 겉으로는 다르지요. 북한에선 이렇게 주장하기 전까지는 공산권 일반의 민족관, 그것은 대체로 스탈린의 민족관을 말합니다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민족을 정의하기를 ‘언어, 영토, 경제생활, 심리상태의 공통성에 기초하여 오랜 역사를 거쳐서 형성된 사람들의 공고한 집단’이라고 했지요. 다시 설명을 하자면 언어의 공통성, 영토의 공통성, 경제생활의 공통성, 문화와 심리의 공통성을 하나만 가진 게 아니라 모두를 다 가지고 있어야 민족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1970년에 나온 북한의 철학사전에 그대로 실렸는데 불과 3년 뒤에 나오는 정치사전에는 혈통이 추가됩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1973년이면 남북대화가 열리고 있던 시기이지요.

그럼 북한에서도 민족개념에 혈통을 중시하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임채욱 선생: 김일성은 1960년대에 “조선인민은 핏줄과 언어를 같이하는 하나의 민족”이라고 말한 일이 있죠. 그렇다면 남북한 주민 모두를 한 민족으로 보는 걸까요? 스탈린 민족이론대로 언어, 영토, 경제생활, 심리상태의 공통성이 있고 혈통이 같으니까 같은 민족일 수 있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밑에 살고 있는 남쪽의 부르죠아 민족을 북쪽주민처럼 프롤레타리아 민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한 남북한 주민은 같은 민족일 수가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남북대화 시기에 와서 ’남조선혁명‘으로 남쪽 동포들도 프롤레타리아 민족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략적 실천과제로 민족을 내세우고 강조했지요.

한국에서는 민족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납니까?

임채욱 선생: 상해 임정 때나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는 모든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중심되는 사상으로 작동됐다고 보겠습니다. 좌파 독립운동가들은 민족보다 계급을 우선시키는 면이 있어서 민족 개념은 언제나 우파진영의 이데올로기로 돼 있었는데 1990년대 북한에서 민족을 내세운 대남전략 이후 남한의 좌파진영은 민족을 유난히 강조하고 오히려 우파진영에서 민족주의를 멀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요. 오히려 탈민족주의 경향도 나타나는데, 민족이 개인의 행복에 우선 할 수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형편이지요. ‘민족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강조하는 베네딕트 엔드슨의 주장이 동아시아 특히 통일을 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적용될 수가 없다는 주장에서 잘못된 민족주의 사상이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주의자들에게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게 한국 민족주의의 모습이지요.

앞으로 남북한에서 민족주의는 어떻게 작동할 것 같습니까?

임채욱 선생: 민족주의 모습은 나라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납니다. 나라와 민족이 거의 일치하는 우리나라는 민족주의가 결국 우리 민족국가의 기본이념이 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남북한 통일 후에도 결국 민족주의는 이데올로기로서 민족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그 생명력을 지닐 것입니다. 북한도 민족자주를 내세워 반일, 반미를 부르짖으면서 대남관계에서 민족에 호소하는 전략을 계속하리라 봅니다. 우리 민족을 김일성민족이라면서 우리 민족주의 연원이 김일성의 항일혁명활동에 있음을 내세우려고 하겠죠. 한데, 앞에서 김일성은 자기가 공산주의자인 동시에 민족주의자라고 말했다고 했는데 김정일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공산주의자들은 민족주의자가 될 수 없다.” 부자간 의견이 갈리는데 이 점은 계속 유의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은 물론 통일 이후에도 민족의 웅비를 추구할 것입니다. 통일단계에서는 민족주의가 동질성을 강조하는 매개가 될 것이고 통일 이후에도 민족국가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입니다. 남북한 다 같이 통일과정에서 단군과 같은 민족상징의 유용성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칼럼니스트 탈북자 출신 김현아 교수는 지난 18일 ‘북한이 발전하려면’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자화자찬 하지만 외부에서 보면 별로 자랑거리가 못된다고 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지죠.

김현아 교수: 최근 북한지도부의 자화자찬이 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자축하는 군중대회를 평양은 물론 각도 시군에서 진행하도록 하는가 하면 작년에 건설한 미래과학자 거리, 과학의 전당, 학생 소년궁전 등을 지속적으로 선전하면서 북한주민들 속에서 나라가 대단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룩한 성과는 외부에서 보면 별로 자랑거리가 못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 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지만, 남한 일본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들이 결심만하면 당장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핵 확산 금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만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김현아 교수는 북한은 근본적인 변화 제도가 바뀌는 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현아 교수: 2012년 경제학자인 대런 애쓰모글루와 정치학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두 학자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들은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를 검토 분석하여 나라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국가의 발전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지리적 환경이나 문화적 환경이 아니라 제도였습니다. 국가의 성공은 그 국가가 얼마나 포용적인 경제제도와 포용적인 정치제도를 가졌는가에 의해 규정되었습니다. 포용적 경제 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법이 공평하게 집행되며 계약과 교환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똑같은 자연 지리적 사회 역사적 조건을 가진 인접한 이 나라들의 발전수준이 극명하게 갈린 원인은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의 차이였습니다. 지난날 북한보다 별로 잘살지 못했던 중국이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경제제도를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아파트나 궁전을 세우는 것보다 근본적인 변화, 제도를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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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