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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NEWS

[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자유아시아방송

2009-02-26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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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 와서 ‘가요 무대’ 같은 흘러간 옛노래를 소개해 주는 방송을 보면 반 정도는 아는 노래 같습니다. 심지어는 따라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곡도 많습니다. 고향에서도 분명히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들인데 그 출처는 바로 여기, 남쪽이었던 겁니다.

저도 고향에서 잘 부르던 노래를 남쪽에 와서 제목과 가수를 알았는데요, 저와 같은 고향 사람들이 많더군요.

4월 2일, 가수 이미자 씨가 가수 활동 시작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연을 연다고 합니다. 이미자 씨 노래는 저희 청취자들도 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안타깝게도 공연을 함께하실 수 없으니 음악으로 여는 세상, 오늘 이 시간에 이미자 공연을 한번 준비해 봅니다. 첫 곡입니다. ‘열아홉 순정’.

- 이미자 ‘열아홉 순정’

이미자 씨는 1959년, 이 노래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노래자랑 방송에 나가 1등을 한 것이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는데요, 첫 음반은 냈을 때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이때는 아마 자신이 5백 여장의 음반을 내고 2천 곡이 넘는 노래를 하게 될 줄 알았을까요?

이미자 씨의 애칭은 ‘엘레지의 여왕’. 우리 말로 풀어보면 ‘비가’, 슬픈 노래의 여왕이라는 뜻입니다.

“요즘 대중가요에는 아픔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흥이 있는 시대라 해도 아픔이 없을 수 있나요. 세상에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이미자 씨의 노래를 쭉 들어보면 밝고 활기찬 노래는 별로 없는데요, 기쁨보다는 사람들의 ‘한’과 ‘아픔’을 애잔한 선율에 담은 노래들이 많습니다.

“헤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이미자 하면 떠오는 노래 ‘동백 아가씨’의 첫 소절입니다.

이미자 씨는 요즘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를 종종 하는데요, 어느 월간지와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요즘 대중가요에는 아픔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흥이 있는 시대라 해도 아픔이 없을 수 있나요. 세상에는 즐거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한 노래. 이것이 이미자 씨의 노래고 바로 이미자 씨가 반세기 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받아온 이유 같습니다.

‘동백 아가씨’ 듣습니다.

- 이미자 ‘동백 아가씨’

1964년 발표된 ‘동백 아가씨’는 가수 이미자 하면 바로 떠오는 노래입니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이미자 씨는 작곡가 박춘석 씨와 함께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흑산도 아가씨’ 등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인기의 절정을 맞습니다.

그러나 남쪽에 아직 보릿고개가 남아 있던 그 시절, 이미자 씨의 인기곡은 발표되는 족족 금지곡으로 묶입니다.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가 모두 금지곡으로 방송을 탈 수 없었다는데요, 정작 이 노래를 금지곡으로 묶어 놓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연회 자리에서 이미자 씨의 동백 아가씨를 청했다는 뒷얘기가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해금이 된 상태입니다.

이미자 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의 노래 중 이 세 곡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하는데요, 노래 한 곡 더 듣고 얘기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기러기 아빠’.

- 이미자 ‘기러기 아빠’

또 1960년 말, 발표한 ‘여자의 일생’, ‘서울이여 안녕’ 같은 곡들도 40년이 넘은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 불리고 또 기억되는 노래로 남아 있습니다.

이미자 씨는 자신의 노래를 ‘전통 가요’라고 부릅니다. 요즘은 ‘트로트’라는 말도 많이 쓰는데 이미자 씨는 이 말이 싫다고 말하더군요.

이미자 씨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도 또 지금도 전통 가요, 트로트는 촌스러운 노래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노래보다는 외국 노래를 듣고 클래식을 듣고 통기타 노래도 듣고 트로트 전통가요는 외면하지만 재밌게도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면 이 트로트가 왜 그렇게 정겨워지는지요… 저와 함께 음악을 하는 고전 음악가들도 술 한잔 마시고 노래방에서는 전통 가요 한 곡조를 뽑아 냅니다.

노래 한 곡 더 듣고 얘기 이어가죠. ‘여자의 일생’

- 이미자 ‘여자의 일생’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가 이런 글을 썼더군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는 경제 개발과 성장의 기치를 높이던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1964년 '동백 아가씨' 한 곡으로도 알 수 있듯 일터로 나간 남자들을 위해 인내하며 가정을 지킨 눈물과 한숨의 여심이 그의 음악 세계를 뒤덮고 있다.

영롱하고 구슬픈 그의 노래로 우리 사회는 위안과 위로를 받은 것이다. 이미자 씨의 애가(哀歌)가 없었다면 우리는 당시 사회경제의 성장통을 극복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경제가 근 몇십 년간 이렇게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에게 이 씨가 다시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북쪽도 고난의 행군은 아니지만 끼니 걱정 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이런 시기, 어려움을 달래주고 위로해줄 이미자 씨와 같은 가수가 한 명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여로’ 들으면서 음악으로 여는 세상,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