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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어르신들

실향민들-임진각 사진사 정성춘 씨 “일하며 늘 보는 고향 장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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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8

한국에 사는 실향민들은 고향이 그리울 때 북한땅이 바라보이는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을 찾아 고향의 향수를 맡습니다. 통일이 되면 고향을 찾아 실향의 한을 달래고 싶다고 호소합니다.

RFA PHOTO/ 이현기

파주 장단이 고향인 실향민 정성춘 씨(63세)는 지난 35년간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인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서 실향민 사진사로 활동하며 통일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향민들의 애절한 사연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소망을 소개하는 ‘보고 싶은 얼굴’ 오늘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이 고향인 정성춘 씨가 남한에서 60여 년 동안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전해 드립니다. 정성춘 씨는 임진각에서 희망을 찍는 사진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정성춘 씨 고향이 어디십니까?

제가 일하는 자유의 다리, 임진강 건너에 있는 장단이 고향입니다. 경기도 장단반도가 바로 고향입니다.

고향이 지척에 있다고 하셨는데 임진각에서는 얼마나 됩니까?

임진각에서 바라보이는 곳이 장단입니다. 제가 일하면서 쳐다보는 곳이 장단이에요. 바로 임진강만 건너면 장단이에요. 바라보면서도 못 가는 고향입니다.

장단 고향이야기 들려 주세요?

저는 6.25때 서울로 피난 나왔습니다. 나오기 전에는 어렸을 때이니까. 어렴풋이 생각이 나지만 어린 시절 야산이고 잔디밭이었는데 그 당시에 잔디밭에서 미끄럼타던 생각이 납니다.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들꽃도 있지만, 그 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었잖아요. 산에서 나는 것을 뜯어먹곤 했는데, 삘기, 까치밥, 뻐꾸기 불 풀이 있었는데요. 줄기가 올라오는데, 그 뻐꾸기 불 풀을 껍질을 까서 먹기도 하고 까치밥이라는 것도 줄기가 올라오는 것인데 위가 까맣습니다. 그걸 훌터서 먹고 주로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을 먹었고 여름철에는 까마중이니 싱하니 이런 것들을 먹으면서 아이들끼리 몰려다니고 개울가에서 미역감고 놀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다 그랬으니까요. 그러다가 6.25가 일어나 저희가 살던 곳에 바로 임진강 나루터가 있었습니다. 노를 저으면서 서울로 오던 생각이 나요.

6 25 당시를 회고해 주세요.

그때 6.25가 나던 날 저녁인데 아군들이 피난 가라고 독려했어요. 임진강변에 나와서 6.25 다음날 6월이니까. 날씨가 따뜻했어요. 임진강변에 건너오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어요. 임진강을 건너오려고들 모였어요. 밤이 되니까. 총알의 불빛이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그걸 봤습니다. 피난민으로 건너오기 전에 보니까. 총알이 와서 꽂히는데, 내 옆에 꽂히는 걸 봤는데 흙벽에 꽂히더라고요. 그때 나이가 5살 되는 나이였어요. 그런데도 생각이 났어요.

고향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임진강 건너가 장단반도인데 고향은 임진강 하류 쪽으로 6-7킬로미터 가면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제가 알기에는 저희 고향은 비무장 지대로 묶여 있습니다. 현재는 인적이 전혀 없는 곳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고향을 바라보며 임진각에서 한평생을 보내기는 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더 제가 임진각에서 일하면서도 애착을 갖고 일을 해요.

정성춘 씨가 고향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사연입니다.

친구들아!

고향에 그리움을 갖고

어렸을 때에 같이 놀던

뒷동산에서 미끄럼타고 같이 놀던

친구들에게

그 시절이 그리워서 소식 전한다.

나 정성춘 이거든

내 생각이 날지는 모르지만

너희에게 그리운 마음에

이야기 한마디 할 게.

그때 그 시절 5살 때

같이 뒷동산에서 미끄럼타고 같이 놀던 친구들아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는지!

그립다.

통일이 되어서 하루빨리 고향에서 만나게 되면

그 시절을 생각해서

우리 다시 한번 미끄럼도 타고 동심으로 돌아가서

뒹굴어 봤으면 좋겠다.

야! 친구들아 경기도 장단에 살던 친구들아

우리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장단 고향땅에서 만나서 우리 얘기도하고

지난날 그 시절 추억에 대한 이야기도하고

같이 담화도 나누면서 놀았으면 좋겠다.

통일이 돼서 고향 장단에서 만나자!

알았지!

‘보고 싶은 얼굴’ 오늘은 경기도 파주시 장단이 고향인 정성춘 씨의 고향 그리는 마음을 전해 드렸습니다.

이 시간에 ‘고향에 띄우는 편지’ 보내 주실 분은 서울 중앙우체국 사서함 4100호 자유아시아방송이나 이 메일 nk@rfa.org 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보고 싶은 얼굴’ 제작 구성에 이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