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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상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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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한 나라의 국화는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역사성과 문화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왜 한국 사람들은 김일성 화, 김정일 화를 이렇게 많이 기르지? 그래, 물어보니까 그게 김일성화가 아니고 그저 그런 난초꽃 종류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은 자신의 책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상징꽃 소제목에서 하나의 꽃이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또 그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의 풍토와 문화에 관련된 역사성과 문화 전통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쪽의 국화인 무궁화와 북한을 상징하는 꽃들과 개인 우상화에 이용되는 김일성화, 김정일화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지난 7월부터 피기 시작한 무궁화가 한창입니다. 어떤 이는 무궁화가 다른 꽃이 다 핀 뒤인 여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운다고 게으른 꽃이라고도 합니다만 가을에 피는 꽃도 있는데 한 여름에 핀다 해서 뭐 문제가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의 상징꽃, 다시 말해서 국화를 비롯한 상징화에 대해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으로부터 알아봅니다.

먼저 국화는 무엇인지, 남북한 국화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임채욱 선생: 네, 국화는 나라를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까요, 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래서 어떤 나라에서는 법으로 정하기도 한다는데 대부분 나라에서는 그저 관습상 이 꽃이 국화다 이렇게 말하죠.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는 무궁화가 국화로 되어있죠. 무궁화는 단군시대부터 이 땅에 피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꽃이라고 보겠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목란이 국화로 지정되어 있죠. 1991년 4월 국화로 공식 발표했지요. 목란은 아시겠지만 본래 함박꽃나무 또는 산목련이라는 것이죠. 이걸 정한 것도 김일성이죠.

국화조차 통치자가 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임채욱 선생: 1964년 5월 김일성이 황해도에 있는 정방산, 이 정방산은 황주군에 있는 산인데, 많은 한국 사람에게는 이은상 작사 ‘성불사의 밤’이란 노래로 알려진 성불사란 절이 있는 산이지요. 이 산에 갔을 때 김일성이 함박꽃을 보고는 어렸을 때 할머니와 이곳에 와서 본 꽃과 같다면서 그 때 그 꽃이 유달리 꽃잎이 흰색갈이어서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김정일은 김일성이 추억하는 그 꽃을 당장 찾으라고 말합니다. 다음날 꽃나무 하나를 김일성에게 보였더니 바로 이것이라면서 반가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김일성은 이처럼 좋은 꽃을 그저 함박꽃이라고 불러서는 아쉬우니 예로부터 아름다운 꽃에 붙이는 ‘란’자를 붙여서 목란이라고 부르라고 말합니다. 그 뒤 1968년 7월 김일성이 평양에 있는 중앙식물원을 방문하면서 다시 이 꽃에 대해 좋다는 말을 합니다. 이튿날부터 북한 전역에서 목란꽃에 대한 학습소동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고 목란심기가 벌어지다가 결국에는 국화로 지정되는 것입니다.

북한 국화가 진달래인 것으로 아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이렇게 된데에는 광복 후 북한에서는 ‘조선의 진달래’니 ‘조국의 진달래’니 하면서 유난히 진달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 때문일 것입니다. 그 내력이 있습니다. 1939년 5월 김일성과 그 부하들이 만주땅에서 국경을 넘어 함경도 무산지역에 들어왔을 때 진달래가 핀 것을 보고 모두들 숭고한 감정에 사로잡혔고 그 때 “진달래 내 조국아 기다려다오. 우리는 민족해방의 봄을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외쳤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항일유격대원들은 고통 받을 때도 분홍빞 진달래를 생각하면서 싸웠다“는 주장을 하지요. 그래서 진달래는 조국의 광복과 새조선 건설 염원과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목란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상징꽃이 되었지요.

북한에는 목란, 진달래 외에도 다른 상징꽃이 있지요?

임채욱 선생: 네, 김일성화라든가 김정일화가 있지요. 이 꽃들은 국화는 아니지만 국화 못지않게 대접받는 꽃이죠. 김일성화는 1977년 4월 최초로 등장했는데, 인도네시아 보고르 식물원에서 새로운 품종의 꽃을 만들어 낸 것을 이 나라 대통령 스카르노가 김일성화로 이름 짓고 1975년 1월 평양으로 보내왔다는 것입니다. 김일성화는 남방식물이지만 지금은 식물원을 벗어나서 평양뿐 아니라 북한 전 지역에서도 피고 있다고 합니다. 김정일화는 1988년 2월 김정일 46회 생일 때부터 알려진 꽃인데 일본의 한 화원 주인이 오랜 연구 끝에 재배를 하여 이름을 김정일화로 짓고 북한에 보냈다고 합니다. 김정일화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베고니아과 다년생 식물로 번식력이 강해서 ‘불멸의 꽃’으로 불려지고 있습니다. 두 꽃 다 한마디로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하는데 활용되는 우상화의 꽃이지요. 김일성화, 김정일화 외에도 김정일 생일인 2월에 맞춰 피는 앵초꽃과 비슷한 효성화란 것도 있고 또 충성의 상징으로 참대꽃도 있습니다. 상징꽃은 아니지만 김정일은 개인적으로 목화꽃을 좋은 꽃이라 했다고도 합니다.

무궁화에 대해서는 북한은 어떻게 보나요?

임채욱 선생: 한국의 상징인 태극기, 애국가에 대해 비난했듯이 무궁화에 대해서도 비난한 부분이 있습니다. 김일성이 무궁화에 대해서는 씨도 없고 열매도 없고 향기도 없는 꽃이라면서 눈에만 보이고 냄새가 없는 꽃을 어떻게 국화로 자랑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는데, 사실은 김일성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지요. 무궁화에도 열매도 있고 씨도 있는 것입니다. 식물학 관점에서 설혹 그렇다하더라도 하나의 꽃은 더욱이 국화라면 그 나라 민족이 오랫동안 가꿔왔고 사랑했다는 역사성과 문화성도 중요한 게 아닐까요? 더욱이 무궁화는 독립과 항일투쟁을 상징하는 꽃이거든요.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근화향이라 해서 무궁화의 땅이라 했으며 고려 때는 과거시험 합격자에게는 왕이 축하선물로 내리던 꽃이 무궁화였지요. 무궁화는 우리 풍토에 맞았고 우리 문화속에서 살아온 꽃이였기에 1910년 우리의 국권이 일본에 빼앗겼을 때 매천 황헌은 “무궁화 이 강산이 속절없이 망했구려”라고 울부짖었고 독립운동가는 “이 팔뚝 흐르는 피 자유의 피, 이 피를 뿌릴 때 영광의 무궁화 다시 피리라”라고 맹세했지요.

무궁화가 역사성, 문화성에서는 국화의 자격이 있다하더라도 심미성에서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임채욱 선생: 꼭 그렇게 볼 것 만은 아닙니다. 꽃은 빛깔, 향기, 모양 등 그 미적 구성요소가 많지만 모든 미적요소를 다 갖춘 꽃은 없지요. 무궁화가 하루살이 꽃이라해서 인생무상을 상징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꽃이 피는 시기가 3개월 이상에 걸치므로 무궁한 생명의 꽃이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은 민족의 역사는 길듯이, 피고 시들면 다음 날 대를 이어 새꽃이 피어 지칠 줄 모르는 자강불식을 나타냅니다.

또 어떤 땅에서도 잘 자라고 번식이 잘되며 줄기, 잎, 꽃, 열매 모두가 귀중한 약재가 됩니다. 무궁화가 북한지역 특히 함경도에는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하는데 다만 그 지방에 심어 가꾸지 않았던 까닭이지 거기에서도 못 자랄 이유가 식물학적으로는 없다는 것입니다. 잎이 늦게 돋고 진딧물이 많아서 보기 안좋다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량해서 지금은 그런 것은 다 해소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심미성에서도 국화로서 부족한 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새 사회를 만든다면서 가치전도를 시켜서 조상전래의 많은 부분을 말살한 북한과 달리 한국에서는 꽃 하나도 조상의 전통을 그대로 물려받으려 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 나라의 국화는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역사성과 문화성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유아시아방송 박소연의 세상 밖으로 프로그램 중 ‘고향 진달래 꽃’ 부분에 김일성 김정일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는 꽃도 역시 한 가지 목적으로 존재하는 건가요?

박소연 : 우리 공부할 때 김정일 어록에 이런 게 있습니다. 장자산에 있을 때 김정일이 은방울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다고 얼마나 선전을 했지 모릅니다. 실제 봤는데 정말 볼품이 없어서 좀 실망했습니다. 우리 북한 인민들이 기억하는 꽃이라고는 김정일 화, 김일성 화, 진달래는 김정숙과 연관돼서 기억을 하고 은방울꽃은 김정일하고 연관되고요. 그러니까 이자 얘기한 그런 봉선화 같은 꽃은 노래에서나 들을 수 있고 영화, 드라마로 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죠.

문성휘 : 근데 저 여기 와서 깜짝 놀란 게 왜 한국 사람들은 김일성 화(花), 김정일 화를 이렇게 많이 기르지? 그래, 물어보니까 그게 김일성화가 아니고 그저 그런 난초꽃 종류다 그러더라고요.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