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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남북한의 지식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평양에서 한국 텔레비전을 가장 많이 시청하는 부류는 돈 있는 사람들과 지식인들, 특히 대학교수들과 중앙기관 당 간부들 / 북한 지식인은 사상의 통일을 명분으로 지식인 개개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간섭받고 있지요. 사상의 통일을 위해서는 지식인도 하나의 가락에 천만의 가락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요.

백과사전 위키백과에 지식인(知識人)은 다양한 개념에 대한 연구, 노동, 질문과 응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말한다. 또한,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인텔리겐치아라고도 부르는 지식 계급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지식인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또한, 디지털 북한 백과사전에 ‘인텔리(지식인)’를 일정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지고 정신노동에 종사하는 사회계층으로 북한에서는 대학졸업 정도의 문화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에서 이때 쯤이면 지식인을 위한 행사가 열립니다. 90년대 초에는 지식인대회가 열리기도 했고요. 북한에서 지식인이라면 인민을 구성하는 노동자, 농민, 군인, 근로인텔리 중 근로인텔리에 속합니다. 신헌법 4조에 의하면 군인 대신 근로 인민이 들어갑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은 ‘남북한의 지식인’에 대해서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봅니다.

먼저 북한에서 지식인이라고 하는 그 범위는?

임채욱 선생: 북한에서 지식인은 근로 인텔리라 불리는데, 정신노동으로 사회의 재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대개 사무직이나 기술직에 종사하지요. 사무직은 행정부문, 경제관리부문, 교육연구부문, 문화예술부문, 출판보도부문, 보건부문에서 종사하는 하는 사람들이고 기술직은 각종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입니다.

노동자사회라는 북한에서 지식인은 어떤 위치입니까 ?

임채욱 선생: 아시다시피 지식인은 북한에서 인민을 구성하는 네 가지 계급 즉 노동자, 농민, 근로인텔리, 근로 인민 중의 하나입니다. 이 네 계급이 같은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근로인텔리에 속하는 지식인은 통념적으로 평가를 좀 더 받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서점에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들어오더니 한 권밖에 없는 어학사전을 사려고 합니다. 서점주인이 두 사람에게 직업을 묻습니다. 한 사람은 일용품 공장 노동자라 대답하고 다른 한 사람은 공업대학 박사원에 있다고 답을 합니다. 서점주인은 일용품공장 노동자더러 박사원 학자에게 양보하라고 말합니다.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불도저 운전사를 애인으로 둔 여자 연구사가 동료들에게 수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일도 있고 노동자인 남자와 물리학연구소 조수인 여자 사이에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차별성을 느끼는 사례도 있습니다. 북한소설에는 이런 묘사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교원인 딸에게 동네 할머니 진갑잔치에 왜 안 가느냐 하니 “온 아버지두, 교원이 위신 없게 그런데 낯을 내밀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지식인은 아무 데나 안 나선다는 것이죠. 위신을 지키다는 거겠죠. 또 이런 대사도 보입니다. “한데 미숙이가 왜 보이지 않나”하니까 “미숙이가 왜 안 보이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 대학을 졸업한 경제사가 우리같이 수준 낮은 여자들과 상대가 돼야지요” 두 애인 간의 대화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대학에 가야 더 나은 행복한 생활이 앞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동자 농민의 나라라고 강조해도 북한에서 가장 선망하는 것은 내 자식이 공부 잘해서 대학가고 공부 많이 해서 과학원 연구원이나 교수가 되는 것을 가장 바란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북한에서도 지식은 광명, 무식은 암흑입니다.

북한에서 지식인은 대우받는 사람들임을 알겠는데, 그것은 혹시 우리 전통사회에서 지식인을 우대하던 영향은 아닌지?

임채욱 선생: 중국 육조시대의 유학자 안지추(531~601)는 말하기를 “학문과 예술을 몸에 지닌 사람은 어디에 가든 편안히 살 수 있는 땅을 찾을 수 있다”라는 말을 했지요. 그 말처럼 동양 삼국은 전통사회에서 어디서나 지식인을 대우를 했지요. 한 예를 또 들어보겠습니다. 임진왜란 때 강항(1567~1618)이라는 우리나라 유학자가 일본에 잡혀갑니다. 그런데 이 학자는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옵니다. 그것은 그가 지식이 워낙 많아서 일본사람들에게 그것을 가르칩니다. 그에 보답하는 뜻에서 이 사람은 살려 돌려보내는 거지요. 이런 것을 보면 동양3국은 모두 지식인을 위하는 전통이 뿌리 깊은 거지요. 북한의 지식인 정책도 아마 이런 전통적인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모든 지식인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 없어서는 존립 자체가 어렵지요.

고전적 마르크스 관점에서는 지식인이 경시됐다고도 알고 있는데요?

임채욱 선생: 맞습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서는 지식인의 역할이 경시됐지요. 마르크스는 혁명을 하는 데는 지식인의 지도가 없더라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혁명의식만 있으면 혁명이 가능하다고 가르쳤지요. 북한에서도 광복 후 노동자, 농민 출신 혁명가들이 지식인을 조롱하고 무시했지요. 이 대상이 되는 지식인은 주로 일제 시대에 교육을 받은 인텔리였습니다. 이들을 오랜 인텔리라고 부르면서 이들 머릿속에는 낡은 사상이 가득 차 혁명화의 대상으로 삼았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 북한에선 낡은 인텔리는 없어졌지요. 북한에서 그래도 지식인을 살려서 쓴 것은 마르크스 같은 사람의 지식인 관이 아니라 레닌처럼 지식인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인 결과라 봅니다. 노동당 마크에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 달리 북한에서는 낫과 망치 외에 붓을 넣었지요. 아 참, 동독은 콤파스를 넣긴 했군요. 이런 것을 보면 북한에서 지식인은 대우받는 계층이었지요.

북한 지식인들은 그들 사회체제에 대한 회의를 갖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지금 북한사회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지식인일 것입니다. 그들은 혁명과 건설을 돕는다고 열심히 해왔지만, 또 ‘우리식 사회주의’체제가 우월하다고 믿어왔지만 아무래도 그 현실이 암담함을 느낄 것입니다. 당에서는 지식인들에게 잘해 준다고 하지만 현실적인 불만은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당국에서는 이러한 기미를 해소시킨다고 지식인대회도 열지만, 노동자나 농민처럼 장마당에 뛰쳐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요.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김지은 기자는 지난 6월 평양에서 한국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은 지식인과 대학교수 등이라고 전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지요.

김지은: 자유아시아방송과 자주 연계를 가지는 평양시의 한 소식통도 “평양에서 한국 텔레비전을 가장 많이 시청하는 부류는 돈 있는 사람들과 지식인들, 특히 대학교수(당중앙위원회 비서국 비준대상)들과 중앙기관 당 간부들”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일반 가정세대와 달리 보위부, 보안부, ‘비사그루빠'의 임의의 검열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당, 사법기관으로 된 ‘연합지휘부’를 조직해 ‘비서국 비준대상’ 이상인 간부, 지식인들의 가정을 따로 검열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의 이런 단속과 검열에도 불구하고 평양시 주민들의 한국 텔레비전 시청률은 ‘조선중앙 텔레비전’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순수 체제선전용인 ‘조선중앙텔레비죤’에 평양시 주민들도 환멸을 느낀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에서 지식인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성향을 가집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 지식인은 대체로 보수적이고 체제 옹호적이었죠. 체제 옹호적이라 해서 북한처럼 비판도 없는 그런 위치에 있지는 않았지요. 또 한국 지식인들은 민족문화에 내재된 민족적 삶의 주제를 현실에서 찾아내는 일을 못하고 세계적인 학문추세에 영합하려는 경향을 많이 보였죠. 그러다 보니 학문적으로 사대주의성이랄까 이런 것들이 편만한 편이었죠.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진보적 색채의 지식인들은 이를 반성하고 식민지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요. 하지만 이들 일부에서는 북한영합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하고 있지요. 이런 모습이 요즘 한국에서 역사교과서를 새로 쓰는 문제와 만나서 충돌을 빚는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진보학자들이 관여해서 만들어진 검인정교과서에서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나라인 것처럼 표현된 내용도 있고, 북한 정권이 한반도에 정통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 것도 있다는 것이지요. 또 있지요. 6.25전쟁의 책임이 침략자에게 있지 않고 남북한 모두에게 있는 것처럼 표현한 내용, 대한민국 국군은 양민학살자로 과장하고 침략자인 북한군의 양민학살만행은 없애거나 축소해버린 내용, 휴전 후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한 마디도 말하지 않는 것들, 이런 것을 바로 잡겠다는 보수 쪽 지식인과 그것대로도 괜찮다는 진보 쪽 지식인들이 대립을 하고 있지요. 문제는 이렇게 대립하는 양상이 공개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자유민주주의체제 사회니까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남북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임채욱 선생: 북한 지식인은 사상의 통일을 명분으로 지식인 개개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도 간섭받고 있지요. 사상의 통일을 위해서는 지식인도 하나의 가락에 천만의 가락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지요. 전반적으로 북한지식인은 일반주민들보다는 좀 더 많이 알고 있겠지만 여전히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가 남쪽보다 우월하다고 믿으며 남쪽에서는 데모를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도 믿으려 들지 않지요. 경제에서 한국의 우위를 인정하려 하면서도 일본이나 미국 자본을 끌어들인 식민지 경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이런 인식수준이지만 북한 지식인은 북한을 변화시킬 방아쇠 역할을 할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애정어린 손짓을 해야겠지요. 한편 한국 지식인들은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지식인 할 것 없이 학문의 사대주의성에 파묻힌 모습을 보이지요. 학문이 비판다운 비판없이 남의 것을 베끼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분도 아직은 많지요. 그러나 남북한 지식인은 진정 양쪽 문화를 연결하는 교량역할을 해야 할 존재들입니다. 남북한 주민들의 대립의식과 적대감정을 해소하는 촉매제가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서 이질화된 두 문화가 동질화로 접근해가도록 앞장서서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상대방 문화의 좋은 점을 찾아내서 받아들이려 해야 할 것입니다. 이래서 통일문화 형성에 기여해야 합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