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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통일문화산책(부처님 오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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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이 지난해 10월 15일 금강산 신계사 대웅보전 앞에서 낙성 8주년 기념 조국통일 기원 남북 불교도 합동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스님이 법어를 하면서 “미제의 침략책동을 짓 부시자”와 같은 정치적인 표현도 한다는군요. / 사실,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없고 전혀 모릅니다. 저도 여기 와서야 알았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종교적인 명절을 모릅니다.

음력으로 4월 초파일은 부처님 오시는 날입니다. 정식 명칭은 석가탄실일로 불기 2560년이 되는 날이지요. 불교를 믿는 인구가 900만 명이 넘는다는 한국에서는 공휴일이어서 전국 사찰마다 부처님 공덕을 기리는 행사가 열리는데 기념법회, 연등놀이, 관등놀이, 방생, 탑돌이 등 각종 기념행사가 열립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등지에서도 연등놀이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통일문화산책 오늘 이 시간에는 부처님 오시는 날을 맞아서 남북한의 불교행사를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부처님 오시는 날 어떤 행사들이 열립니까?

임채욱 선생: 한국 불교계에서는 연등행사라 해서 등불을 밝히는 행사를 초파일 한 주일이나 두 주일 전에 열지요. 연등행사는 불교 신자들이 등불을 들고 행진하는 제등행렬이 볼 만하지요. 불교의식에 쓰이는 음악, 즉 범패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여러 불상들과 탱화들, 온갖 장식깃발들과 등불, 그리고 불교의식에 쓰이는 도구들이 화려하게 등장하지요. 수만 명 행렬이 이어지고 거리에는 수십만 명이 구경하면서 함께 부처님 공덕을 기리는 마음을 바치지요. 그리고 초파일 당일에는 사찰마다 법요식을 열어 부처에게 공양을 하고, 주지 스님이 설하는 법어를 듣는 행사를 열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불교행사에 신부나 목사들도 참가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스님들이 성탄절을 축하하는 인사를 하고 불탄일에 기독교나 천주교, 유교에서 부처님을 축하하는 인사를 올리기도 해요. 이렇게 종교 간에 화합을 하는 모습은 아주 보기 좋은 현상입니다. 초파일 날 절에 온 수녀들이 있어서 웬일이냐고 물었더니 “좋은 날 우리도 축하하러 왔다”는 대답이 돌아왔지요.

북한에서도 부처님 오시는 날 행사를 하고 있겠지요.

임채욱 선생: 네 평양에 있는 광법사, 묘향산 보현사, 금강산 장안사 등 북한 전지역 60여 개 사찰에서 법회를 연다고 합니다. 그런데 불을 켜는 등에는 불교용어가 아닌 ‘영생’이니 ‘주체’니 하는 용어가 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스님이 법어를 하면서 “미제의 침략책동을 짓 부시자”와 같은 정치적인 표현도 한다는군요.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북한주민은 ‘부처님 오시는 날’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이날이 공휴일도 아니고 전지역적으로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이가 든 주민들 일부 외에는 ‘부처님 오시는 날’을 모르는 것이지요.

그럼 북한에서는 불교신자가 있기는 합니까, 그리고 불교를 어떻게 봅니까?

임채욱 선생불교신자가 있는 게 아니지요. 실제 한국 불교계에서 북한 사찰을 복구하는데 도우려고 간 사람들 말을 들으면 북한 스님들은 머리를 깍지도 않거니와 불경을 알지를 못하더란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종교탄압국으로 지정하면 헌법에 신앙의 자유가 밝혀져 있다고 항의하지요. 북한에서 불교는 1970년대까지는 봉건지배계급의 사상적 지배도구로 이용되면서 인민의 계급의식과 투쟁의식을 마비시켰다고 봤지만, 1980년대부터는 표현을 좀 완화시키면서 달리 표현하지요. 김일성부터도 “종교는 미신입니다. 예수를 믿든지 불교를 믿든지 그것은 본질상 다 미신을 믿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는데 1987년에는 “나는 종교를 믿지 않지만 종교인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꾸지요. 하지만 실제 종교를 허용하는 정책은 실시하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김일성을 신으로 본다니까 종교가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임채욱 선생: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 당 일꾼이나 행정관료들, 아니면 일반 주민들을 만나서 “김일성수령이나, 김정일장군은 지금 하늘에 있을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도 백이면 백 모두 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답하겠지요. 북한은 김일성을 두고 세계적인 목사인 빌리 그레이엄이 ‘현세의 하나님’이라고 말했다고 선전을 하면서 다른 하나님이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빌리 그레이엄은 비꼬는 투로 말했겠지요. 하기야 일찍이 독일여류작가 루이제 린저도 북한을 보고 와서 한 말이 “북한은 교회가 필요 없는 곳”이라고 했지요. 왜냐하면 북한주민들은 그들 수령을 기독교 방식대로 하느님처럼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북한에선 이렇게 큰 소리 치고 있지요. “지구 위에 있는 200개 나라 중 종교와 미신이 없어진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앞으로 북한의 종교정책은 어떻게 변할까요? 바뀔 가능성은 있습니까?

임채욱 선생: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북한에선 ‘지상의 하늘궁전’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종교가 필요할 까 의문이 들지요. 겉으로는 몇 몇 교회도 있고 성당도 있어서 일요일이면 신자들이 예배도 본다지만 그것의 허위성을 언급한 르포르타주 기사도 많지요. 또 사찰의 스님이 ‘반야심경’이 뭔지도 모르는 형편이지만 종교시설을 어느 정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공식적인 종교관이 바뀌지 않더라도 종교라는 형식을 통해 주체사상이라는 내용을 전파하는데 활용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말하자면 종교를 주체를 담는 형식으로만 쓰겠다는 정책아래 앞으로도 종교를 허용 하는듯한 몸짓, 제스츄어는 계속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불교계 일각에서도 ‘불교는 종교가 아니다’라는 화두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고 아는데요?

임채욱 선생: 네, 불교는 사람에 대한 연구이고 성찰이기에 다른 종교처럼 미래를 말하지 않지요. 그래서 불교는 이 세상은 끝이 있는가, 없는가, 시간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내세는 있는가, 없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하지 않지요. 또한 불교에서는 이 세상이 어떤 신에 의해 창조된 것이 아니고 인연에 따라 태어나고 없어지는 것이라고 볼 뿐이지요. 그러니 부처의 가르침은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생활의 실제문제와 부딪쳤을 때 그것의 해결에 힘쓰는 것이지요.

그래도 종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임채욱 선생: 본래 석가모니의 가르침은 종교적이지 않았는데 후세에 종교적인 것처럼 됐다고 하지요. 물론 불교에서도 극락을 말합니다만 극락은 아미타불을 믿는 사람들이 믿는 내세이지 불교 전체적으로는 극락이 미래에 왕생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 이곳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자비심을 숭상하면서 인간을 삶의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교리로 봐서는 종교성을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자유아시아방송의 칼럼니스트 탈북자 출신 김현아 교수는 몇 년 전 자유아시아방송 서울지국 오중석 지국장과 북한 불교에 관한 대담에서 북한 주민들은 석가탄신일이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김현아 교수: 북한에서야 전혀 모릅니다. 이 말 들으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남한에서는 석가탄신일을 줄여서 ‘석탄일’이라고 하잖아요, 한번은 방송에 출연했는데, ‘석탁일이 북한에도 있습니까?’ 하고 방송 진행자가 물어보니까 탈북자가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는데, 이 사람이 말한 그 석탄일이라는 것이 뭐냐 하면 여기서 말하는 것처럼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이 아니라 북한의 석탄절. 탄을 캐는 탄광 광부들을 기념하는 날을 말한 겁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없고 전혀 모릅니다. 저도 여기 와서야 알았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종교적인 명절을 모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이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도 기념하지 않거든요. (알기는 하나요?) 대부분 알아요. 절반 정도? 그러나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있다고는 알긴 해도 무슨 날인지 어떻게 기념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얼핏 나오니 이런 날이 있구나 하고 아는 것이지 어떤 날이 잘 모르지요. 근데, 여기는 굉장하잖아요. 크리스마스는 12월 초부터 온 거리가 반짝반짝 하잖아요. 북한에서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문화유적의 견지에서는 종교에 대해 보존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와는 원수죠. 절 같은 불교 유적은 남아 있지만 기독교 유적은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기 와서 듣기는 평양이 기독교 발원지라고 하는데, 그것을 남아있거나 보존하거나 하는 것이 없습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