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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어르신들

실향민들-워싱턴 함경도민회 모임에서 만난 실향민 할머니의 소망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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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들의 간절한 소망은 통일돼서 고향을 찾는 일입니다. 그러나 실향민들이 고령화되고 상봉 가능성도 적어 더욱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애절한 사연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소망을 소개하는 ‘보고 싶을 얼굴’ 오늘은 미국의 워싱턴 일원에 사는 실향민 할머니 두 분을 함경도민회 모임에서 만나봤습니다.

RFA PHOTO/이현기

실향민들이 5월 2일 워싱턴 근교에서 열린 함경도민회 날 행사에 참석해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함경남도 정평군이 고향인 올해 나이 80살 이 모 할머니는 고향 근처라도 가보고 싶지만 이젠 가긴 어렵지 않겠느냐며 고향에 대한 씁쓸함을 전합니다.

이 할머니: 고향에서 18살에 나와서 이제 80살입니다. 고향 근처에라도 가보고 죽어야 하는데 이젠 가긴 틀렸잖아요. 여기가 바로 제2 고향이에요. 고향 사람들만 부지런히 만나다가 가는 거지요. 자식들이라도 (고향 사람들 모임에) 대신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학생이고 직장인이어서 참석하지 못해 안타까워요.

이 모 할머니의 피난길은 어떠했을까 이 할머니가 들려주는 생생한 그 당시의 얘기입니다.

이 할머니: 저희 고향은 함경남도 정평군 인데요. 지금도 주소를 잘 외우지 않아요. 보따리를 지고 이고 떠나던 피란 시절이 생각납니다. 고향을 떠나 남한으로 내려올 때는 안내원 인도로 몇 친척들과 남쪽으로 가던 중 황해도 해주에 와서 붙잡혀 다시 끌려갔어요. 끌려가 하숙집에서 자던 중 밤중에 다시 안내원 내세워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산을 통해 남쪽으로 가는데 삼팔선에 환하게 불을 켜 놨어요 여기서 잡히면 또 붙잡혀 가게 되다 생각하고 수풀 속에 숨어 있는데 친척의 아기가 물을 달라고 해서 힘들었어요. 그 당시 저는 처녀였지 않아요. 고무 신발을 벗었어요. 고무신에 물을 담아서 아기에게 먹였어요. 그렇게 해서 조금씩 이동하는데 인민군들이 없을 때 넘어가려고 조용히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인민군들이 불빛에 보이지 않고 잠시 자리를 뜨는 것을 기다렸다가 극적으로 넘어와 개성 임시 수용소에서 몇 달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이가 많았는데 머리에 이가 가득하게 쌓여서 하얘졌고 옷에도 기어다니던 것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서울에 살던 친척 도움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에서 사는 거예요.

이 모 할머니의 가장 큰 소망은 죽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가보는 일입니다.

이 할머니: 다 보고 싶지마는 내 고향을 찾아 부모님들 산소에 가고 또 자랐던 곳이 어떻게 됐나 보고 싶어요.

이 할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고향 생각이 난다”고 말합니다.

이 할머니: 뭐 어릴 때 남한에 와서 결혼하고 자녀 낳아서 키우고 가족들이 많이 늘었지 않아요. 손자가 전부 14명이고 손자들이 다 공부도 잘해서 기쁘고 이제는 미국에 살면서 고향 가기를 포기하고 이런 모임에서 고향 분을 만나는 게 큰 낙으로 알고 살고 있습니다. 작년에 오셨던 분들이 올해 와보면 돌아가셨어요. 지금도 많이 안 보이잖아요. 계속 돌아가시잖아요. 고향 가는 걸 포기를 하고 살지만 고향 생각은 매일 나요. 그래서 북한 사람 소식이 있으면 기를 쓰고 듣곤 해요.

이 실향민 모임에 나온 다른 고향 출신의 신 모 할머니는 긴 타향살이 때문인지 옛 친구들 기억이 없다고 설명합니다.

신 할머니: 어렸을 때 만세교에서 뛰어놀던 생각이 나지요. 어려서 나와서 잘 고향 생각이 안 나요. 어렸을 때 강가에서 수영도 하고 놀던 생각밖에 안 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나왔으니까. 친구들 생각 잘 나지 않아요. 하도 오래돼서 얼굴 봐도 잘 모르겠어요.

신 할머니는 통일 이후에나 고향에 가지 지금은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신 할머니: 북한에서 하는 짓을 보면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통일이나 되면 가볼까 일부러 관광으로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관광도 정해진 곳만 가기 때문에 갈 의미도 없고 그러 잖아요.

자유아시아방송의 ‘보고 싶은 얼굴’ 이 시간에 고향에 보내는 편지나 방송에 참가를 원하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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